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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업 + 스마트팜 + 군부대 + 세계 모자 페스티벌로 ‘상주벽해’ 이루겠다”

강영석 상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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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주=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3-07-03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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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 농업 전진기지 ‘스마트팜 혁신밸리’

    • 상주 진면목 널리 알릴 것

    • 대구 군부대 이전? 상주시가 ‘딱이 軍’!

    강영석 상주시장. [조영철 기자]

    강영석 상주시장. [조영철 기자]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의 앞 글자를 딴 고을 지명이다. 신라시대 도읍지 경주시처럼 상주시는 조선시대에 도청 격인 경상감영이 설치됐을 만큼 경상도 중심 도시였다. 태백과 문경·예천에서 흘러든 물이 합류해 낙동강 700리 물길이 시작되는 곳도 상주다.

    상주시 사벌면 퇴강리에는 ‘낙동강 칠백리 이곳에서 시작되다’라는 안내석이 서 있다. ‘낙동’이란 강 이름도 상주의 옛 이름 ‘상락(上落)’의 동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강다운 모습을 갖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경북 상주시 사벌면 퇴강리에 서 있는 낙동강 표지석. [구자홍 기자]

    경북 상주시 사벌면 퇴강리에 서 있는 낙동강 표지석. [구자홍 기자]

    곶감과 누에고치, 쌀 등 흰색을 띤 생산품이 많다 하여 ‘삼백(三白) 도시’로 일컬어지는 상주시는 1970년대 말까지 경상북도 서부 중심 도시로 기능했다. 당시 주민 수는 최대 27만 명에 달해 국회의원 두 명을 선출했다. 그러나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대구와 구미 등 경북 남부권이 집중 개발되면서 인구가 대거 빠져나가 현재는 9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2020년 4월 재보선 때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상주시를 다시 부흥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나서 시민의 선택을 받아 상주시정을 이끌기 시작했다. 지난해 6·1 지방선거에는 “상주 중흥을 이끌 선발투수가 되겠다”고 호소해 다시 한번 시민의 선택을 받아 3년째 상주시정을 맡고 있다.

    국회의원 보좌관, 경북도의원을 지낸 강 시장은 중앙과 지방 정치를 두루 경험한 베테랑 정치인이다. ‘저력 있는 역사도시 상주 중흥’을 목표로 시정에 몰두하고 있는 강 시장을 6월 12일 상주시청에서 만났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 ‘상주’

    시정 목표를 어디에 두고 있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으면 지방 도시는 소멸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상주시도 예외는 아니다. 상주를 떠받치고 있는 경제구조는 오랫동안 농업 위주 1차 산업이었다. 미래성장동력이 취약하다. 그래서 상주시 주요 시정 방침 중 하나를 ‘산업 간 균형을 맞추는 경제상주’로 정했다. 농업 위주 1차 산업에서 첨단기업 중심 2차 산업 투자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상주시 투자 매력은 무엇인가.

    “사통팔달의 편리한 교통망이다. 대한민국 중심에 자리 잡은 상주시는 전국 어디서나 2시간 이내에 접근이 가능하다. 낙동강의 풍부한 공업용수와 안정된 전력도 기업하기 유리한 조건이다. 중부내륙고속도로가 확충되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광역교통망이 완공되면 상주 산업단지 교통망은 더욱 편리해질 것이다. 또한 상주에는 경북대 캠퍼스가 있어 기업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양성해 내는 주요 거점 구실을 할 수가 있다”

    강 시장이 시정을 이끈 이후 상주시에는 SK머티리얼즈㈜와 SK머티리얼즈포틴㈜ 등 차세대 2차전지 소재 개발 기업이 5년간 1조1100억 원을 들여 차세대 소재를 개발·생산키로 했다. 2차전지는 대한민국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중 하나로 2030년까지 23배 성장이 예상되는 전도유망한 산업이다.

    강 시장은 “국가 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와 소재·부품·장비특화단지 두 분야 공모에 지원했다”며 “첨단 분야 특화단지 유치가 성사되면 상주의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어 상주시가 획기적으로 변화할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강 시장은 “기업들이 상주에 투자하면 일자리가 늘고 인구가 증가하는 선순환이 이뤄져 상주의 중흥을 앞당길 수 있다”며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투자 환경을 개선해 더 많은 기업이 상주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기업들이 상주에 투자해서 성공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상주시는 첨단기업 투자 유치 외에도 오랫동안 대한민국 대표 농업도시로 구실해 온 장점을 살려 농업 분야의 시대 변화에 발맞춰 IT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농업은 국가 전체적으로 미래에도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생명산업이다. 상주 또한 마찬가지다. 역사가 길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였다는 방증 아닌가. 상주시는 대한민국 최고 농업도시 중 하나다. 농업에 IT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미래 농업을 개척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스마트팜 혁신밸리다.”

    강 시장은 지난해 11월 5일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상주가 추구하는 스마트팜 농업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까지 농업은 하늘과 동업하면서 농부의 경험과 직관에 의해 유지돼 왔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환경 변화로 미래 농업은 하늘에만 의존하기 어렵다. 미래 농업은 자연환경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업자인 하늘의 지분은 줄이고, 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농부의 경험과 직관을 보완하는 스마트팜 농업으로 가야 한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그 모범을 보일 것이다.”

    강 시장은 “상주시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최대 규모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조성됐다”며 “매년 52명의 청년 농부를 선발해 20개월간 교육해 미래 농업을 이끌어갈 주역으로 길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현재 6기생을 모집하고 있다. 20개월 교육을 수료한 이들 가운데 일부에게는 임대형 온실을 배정해 3년간 배우고 익힌 스마트 농법을 구현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농업혁신’뿐 아니라 스마트 농부를 길러내는 ‘인큐베이터’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강 시장은 “상주 스마트팜혁신밸리는 창업농을 꿈꾸는 대한민국 청년 누구나 절차를 거쳐 선발되면 교육을 받고 임대농으로 활동할 수 있다”며 “교육생 면면을 보면 IT분야나 외국계 기업 등 농업과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던 청년이 창업농의 꿈을 안고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외에도 대구에 있던 ‘경상북도 농업기술원’이 상주시로 이전, 선진 농업기술 R&D센터 구실을 할 예정이다. 또한 상주시 모동면에는 미래 농업 인재 양성을 위한 ‘한국미래농업고등학교’도 건립하고 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와 경북 농업기술원, 한국미래농업고등학교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면 상주시는 세계 농업을 선도할 최첨단 과학영농 전진기지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영석 상주시장실 한켠 벽면에는 다음과 같은 ‘5대 시정 목표’가 게재돼 있다. △상주를 움직이는 엔진 상주시청 △산업의 균형을 맞추는 경제상주 △국가 국민의 생명창고 농업상주 △역사와 전통이 빛나는 문화상주 △함께 잘사는 존심애물 복지상주가 그것이다. 그가 어떤 일을 하려는지 한눈에 직관적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존심애물’이란 네 글자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정 목표 ‘함께 잘사는 존심애물 복지상주’에 나오는 ‘존심애물’은 어떤 의미인가.

    “본심을 지키고 길러 타인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어디서 유래한 말인가.

    “임진왜란 직후 국토 황폐화로 질병과 기근으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던 시절, 상주 선비들이 공동체를 지키려 ‘존애원’을 만들었다. 지금의 공익 목적 재단법인이라 할 수 있는 기관이다. 거기서 병든 백성을 치료하고 굶주리는 백성을 먹이고 땅바닥에 떨어진 풍속을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를 지키려 애쓰는 마음이 ‘존심애물’ 정신이다. 우리 선조들이 존애원을 만들어 실천했던 존심애물 정신을 상주시 복지정책으로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강 시장은 “재정으로 지원하는 복지정책 외에도 시민의 어려운 삶을 실질적으로 살피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가가호호 방문하는 우체국 집배원과 한국전력 상주지사 직원과 협력 체제를 구축해 복지 사각지대에 있을 수 있는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발굴하려 한다”고 소개했다.

    모자와 軍으로 꾸는 꿈

    경천대에서 바라본 낙동강. [구자홍 기자]

    경천대에서 바라본 낙동강. [구자홍 기자]

    상주시는 ‘역사와 전통이 빛나는 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상주시 진면목을 제대로 알고 즐기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낙동강 700리 물길이 시작되는 상주에는 두 개의 보와 경천섬과 경천대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적지 않다. 아무리 좋은 자연경관과 문화시설이 있어도 찾는 이가 많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강 시장은 ‘문화도시 상주’의 진면목을 국내외 관광객에게 적극 알려나가기 위해 올해 색다른 이벤트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세계 모자 페스티벌’이 그것이다.

    “전 세계 어느 민족이든 모자를 안 쓰는 민족은 없다. 남성과 여성, 임금과 학생, 농부 등 하는 일에 따라 쓰는 모자는 다양하다. 모자도 의복 중 하나고, 패션의 일종이다. 모자를 소재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상주시가 기획한 ‘세계 모자 페스티벌’을 K-컬처 100선 중 주목할 행사로 선정했다. 강 시장은 “다른 지역에서 시도하지 않은 모자라는 소재를 매개로 국내외에서 많은 관광객이 상주시로 찾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 시장은 열정이 넘치는 시장이었다. 상주시 중흥을 위한 선발투수가 되겠다는 선거 때 자신의 다짐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앞장서 실천하는 프런티어이기도 했다.

    세계 모자 페스티벌 외에 그가 상주시 중흥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 중 하나가 ‘딱이 軍’ 프로젝트다. 상주시에 들어서자 도시 곳곳에 ‘상주가 딱이 軍’ 이라 적힌 플래카드가 여럿 눈에 띄었다.

    ‘상주가 딱이 軍’이란 플래카드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현재 대구시에 위치한 국군 부대 4개 부대와 3개 미군기지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 부대를 상주시에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표어다. ‘상주가 딱이 軍’은 대구에 있는 부대 이주 지역으로 상주가 딱이다, 가장 좋다, 안성맞춤이라는 의미다.”

    강 시장은 “지방도시 입장에서 군부대는 미래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며 “인구 유입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주시는 군부대 유치를 위해 기존 추진단을 3개 팀으로 확대하고 중부내륙철도 역세권 개발과 관련한 군부대 지원에 특화된 세부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군인과 군인 가족 정주 여건 마련에도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한 사람이 꾸는 꿈은 꿈으로 그치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한다. 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 유치를 통한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스마트팜 혁신밸리로 미래 농업을 선도하려는 상주시가 군부대 유치까지 성공시켜 역사와 전통의 문화도시 상주의 중흥을 이끌게 될지 주목된다. 상주시청을 ‘상주를 움직이는 엔진’이라 규정한 강 시장은 상주 중흥을 위해 가장 앞장서 뛰는 선발투수라 할 수 있다. 그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해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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