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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송영길 ‘누구나집’, 최초 공급가 분양은 없었다

10년 전 가격으로 내 집 마련 돕는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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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3-06-22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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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차로 10년 거주 후 매입 모델

    • 宋 서울시장 선거 핵심 공약

    • 이재명 대선 공약으로도 채택

    • 설계자는 宋 동창 김모 씨

    • ‘세금 체납’ ‘사기 전과’ 있는 인물

    • 먹사연·애견협회서 강래구와 함께 활동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6월 7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출두해 조사를 요구했지만 검찰이 거부해 진행되지 않았다. [뉴시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6월 7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출두해 조사를 요구했지만 검찰이 거부해 진행되지 않았다. [뉴시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무주택자 주거지원 정책 ‘누구나집’이 홍보해 온 바와 실제 계약이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누구나집은 송 전 대표가 2014년 인천시장 재임 시절부터 추진한 정책이다. 무주택자에 한해 분양가의 10%를 보증금으로 낸 후 10년간 거주하다가 계약이 끝나면 최초 공급가에 해당 주택을 매입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신동아’가 확보한 계약서의 내용은 알려진 바와 전혀 달랐다. 최초의 누구나집인 인천 미추홀구 도화서희스타일스의 계약서에는 “분양 전환 당시 감정평가 금액으로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임대차계약이 끝나고 집을 사려면 세입자는 최초 공급가가 아니라 분양 전환 당시 시세에 맞춰 값을 지불해야 한다.

    송 전 대표가 인천시장 재임 중이던 2014년 5월 누구나집 입주 공고가 처음으로 나왔다. iH인천도시공사(이하 인천도공)가 관리, ㈜인천도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인천부동산투자회사)가 운영을 맡았다. 총 474가구를 모집하는데 첫날에만 2000명이 몰렸다. 입주 지원 마감인 6월 초에는 3600명이 지원해 최종 경쟁률 7.6대 1로 접수를 마감했다.

    첫 누구나집 3600명 모였지만…

    입주 경쟁이 붙은 이유가 있었다. 주변 아파트보다 임차 보증금이 저렴했다. 인천도공이 2014년 5월 14일 내놓은 보도자료에는 “주변 아파트 월세 시세가 60만~70만 원인 데 비해 누구나집은 30만~50만 원대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10년 뒤 낮은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세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같은 해 4월 24일 내놓은 보도자료에서는 “누구나 공공임대주택처럼 저렴하게 최장 10년간 거주할 수 있고 10년 뒤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2022년 5월 일부 임차인은 인천도공 사장과 인천부동산투자회사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부동산투자사는 누구나집 정책으로 10년 거주 후 10년 전 최초 공급가로 집을 분양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며 공공 임대를 했으나 임차인들이 맺은 임대차계약에선 분양 전환 시 감정평가액으로 분양가를 정하게 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인천도공은 일부 임차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인천도공 관계자는 “원래 계약서가 10년 거주 후 분양우선권을 주는 계약이었다”며 기자에게 2014년 계약서를 일부 공개했다. 이 관계자는 “인천도공은 10년 전 최초 공급가로 집을 분양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 적이 없다”고도 밝혔다.

    지금도 누구나집은 저렴한 장기 임대와 최초 공급가 분양을 내세우며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인천도공은 미추홀구 임대주택 이후로는 누구나집 관련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현재는 민간기업이 ‘누구나집 3.0’이라는 이름으로 경기 안성시, 부산 남구, 인천 중구, 천안 동남구 등에서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누구나집3.0 홈페이지에는 ‘전세가격, 집값의 70% 수준, 최초가격 그대로 8년 후 분양 가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송 전 대표는 인천시장 재선에 실패해 2014년 6월 30일부로 인천시를 떠났다. 시장직은 내려놨지만 누구나집은 계속 추진해 왔다. 2021년 전당대회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누구나집은 송 전 대표 체제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의 공식 정책이었다. 지난해 대선 때는 이재명 후보의 공약으로도 채택됐다.

    누구나집의 설계자는 김모 씨로 알려졌다. 김 씨는 송 전 대표와 초등학교, 중학교(광주중흥초등학교, 광주북성중학교)를 함께 다닌 동창이다. 김 씨는 2012년 당시 인천시장이던 송 전 대표를 찾아가 누구나집 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떠난 후에도 누구나집 놓지 못한 宋

    김 씨는 ‘누구나집 플랫폼 사업자’를 자처한다. 2017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김 씨는 “누구나집은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라 거주민의 생애안전망까지 책임지는 메타시너지 플랫폼”이라며 “시행사와 시공사 외에도 거주민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임차인의 보증금 대출 및 유동화 시스템과 그 방법’ 등 누구나집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송 전 대표가 당대표에 당선된 지 한 달 뒤인 2021년 6월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누구나집 시범사업 부지로 인천 검단, 경기 안산시 반월·시화, 경기 화성시 능동, 경기 의왕시 초평, 경기 파주시 운정, 경기 시흥시 시화 등 6개 지역을 선정했다. 송 전 대표는 당시 “(누구나집이) 주택 문제를 일거해 해결할 혁명적 구상”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서는 누구나집 추진을 놓고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즈음부터 민주당 주변과 부동산개발 업계에서 송 전 대표와 김 씨의 관계가 거론되기 시작됐다. 김 씨는 돈 봉투 사건으로 얼룩진 2021년 전당대회 때도 송 전 대표를 도왔다.

    2021년 3월 2일 인천 중구 영종도에서 ‘누구나집 3.0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 착공식이 있었다. 사업 시행사는 A사다. A사의 지배주주는 B사, B사는 김 씨의 회사인 C사와 김 씨 아들 회사인 D사가 최대주주로 있다. 김 씨 아들은 입주 예정자들로 구성된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조합은 아파트가 완공되면 차량 공유(카 셰어링), 헬스케어, 통신·보안 등 각종 서비스를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사기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수원고등법원 제2형사부는 2020년 11월 김 씨에게 사기죄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해당 판결문에 따르면 김 씨는 부동산 투자를 빌미로 피해자들에게 접근, 투자금 14억6500만 원을 편취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사건 범행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며 “사기 범죄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등 동종의 범죄 경력이 있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김 씨는 2018년 국세청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2013년부터 종합소득세 등을 포함 총 495억 원의 세금을 체납했다.

    먹사연부터 애견협회까지 이어진 관계

    송 전 대표와 김 씨는 한국애견협회 임원진으로도 함께 활동했다. 송 전 대표는 고문, 김 씨는 부회장직을 맡았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핵심 인물인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도 애견협회 부회장이었다. 올해 2월까지 한국애견협회 홈페이지 임원진 소개에 이들의 이름이 있었으나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진 후 사라졌다. 애견협회 측은 “이들의 임기가 끝나 이름을 지운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김 씨는 송 전 대표의 대외 협력 조직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이하 먹사연)의 이사로도 활동했다. 강래구 전 상임감사위원은 먹사연의 충청권 조직인 ‘대전 세종의길’ 창립 멤버다. 검찰은 4월 29일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먹사연을 압수수색했다. 해당 단체 기부금이 송 전 대표에게 흘러가 불법 경선자금으로 유용됐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아는 김 씨에게 누구나집 사업 및 송 전 대표 후원과 관련해 묻고 싶은 것이 있다고 문자를 수차례 남겼다. 5월 18일에는 서울 송파구의 김 씨가 대표 및 이사로 있는 동명의 사업체 8곳을 전부 방문하기도 했다. 이 중 실제 운영되는 사무실은 한 곳뿐이었다. 이곳에 김 씨가 출근한다는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질의서를 전달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송 전 대표에게도 김 씨와의 관계에 대해 물으려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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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아 7월호 표지.

    신동아 7월호 표지.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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