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아이파크에 자이까지… 부실 공사 반복되는 이유

[부동산 인사이드] “어제오늘 일 아니다”

  • 나원식 비즈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3-06-2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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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희룡 “철근 빼먹고 건물 지은 GS건설 못 믿어”

    • 연이은 부실 공사 사례에 괴담 돌기까지

    • 2년간 508곳 부실 공사 적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 “규제·처벌 실효성 높이고 책임 의식 키워야”

    4월 29일 인천 서구 ‘검단 신도시 안단테’ 건설 현장에서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가 벌어졌다. 사진은 5월 2일 사고 현장 광경. [뉴스1]

    4월 29일 인천 서구 ‘검단 신도시 안단테’ 건설 현장에서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가 벌어졌다. 사진은 5월 2일 사고 현장 광경. [뉴스1]

    “설계와 달리 철근을 빼먹으며 부실 공사를 한 GS건설의 점검 결과를 믿을 수는 없습니다. 국토부가 직접 GS건설의 자체 안전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겠습니다.”

    5월 1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부실 공사 건설사의 셀프 점검 믿겠습니까’의 일부다. GS건설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주차장 붕괴 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전국 83개 공사 현장을 점검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지적이다.

    해당 사고는 4월 29일 인천 서구 원당동에 들어서는 ‘검단 신도시 안단테’ 건설 현장에서 벌어졌다. 이 단지는 한국주택도시공사(LH)가 시행하고 GS건설이 시공했다. 2021년 9월 분양해 올해 12월 입주를 앞뒀다. 공사가 한창인 상황에 지하 주차장 2개 층 천장이 붕괴하는 사고가 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무너진 천장 상부가 공원과 놀이터 등이 조성될 예정이던 곳이라는 점에서 입주 예정자들의 불안감이 컸다.

    5월 13일 인천 서구 LH 검단사업단 앞에서 입주 예정자들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이 단지에서 4월 29일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단지 발주처는 LH다. 시공은 GS건설이 맡았다. [뉴스1]

    5월 13일 인천 서구 LH 검단사업단 앞에서 입주 예정자들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이 단지에서 4월 29일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단지 발주처는 LH다. 시공은 GS건설이 맡았다. [뉴스1]

    원 장관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연이어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사고 발생 3일 뒤 현장을 찾아 “안전을 중시해야 하는 대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특히 어린이 놀이터가 들어서려던 위치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해 아찔한 생각마저 든다”며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기관 합동 특별 점검과 정밀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발주처인 LH와 시공사인 GS건설은 무거운 책임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5월 16일 열린 장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GS건설이) 문제들을 명백히 알면서도, 또는 시스템에서 분명히 경고가 왔는데도 합당하지 않은 이유로 (이를) 뭉갰다면 최강의 조치를 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건물과 함께 신뢰도 무너져

    원 장관이 이토록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가 있다. 물론 사고 자체가 심각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더 근본적으론 최근 유사한 부실 시공 사례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건설사의 시공 현장에서조차 부실 공사가 드러나는 상황에 이를 방치해 유사한 일이 반복될 경우 자칫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지리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소비자의 신뢰는 크게 떨어졌다. 5월 9일 정부는 건설사고조사위원회 구성을 발표했다. 이날 GS건설은 “자체 조사 결과 철근 30여 개가 시공 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무너진 지붕 구조물(슬래브)은 상부 철근과 하부 철근 등 두 개 층으로 이뤄지는데, 이를 연결하는 전단보강근 일부가 빠졌다고 설명했다. 또 “초음파 촬영을 통해 설계와 다르게 시공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부분을 발견했다”며 “시공사로서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22일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이 잔해로 뒤덮여 있다. [뉴스1]

    지난해 1월 22일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이 잔해로 뒤덮여 있다. [뉴스1]

    곳곳에서 부실 시공 사례가 이어지면서 소비자의 불안감이 이미 커진 상황이다. 먼저 지난해 1월 벌어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준 바 있다. 근로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실 시공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한 사고였다.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은 2021년 6월에도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을 위해 학산빌딩을 철거하다가 붕괴 사고를 내며 사회적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이때도 9명이 사망했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사건이 이어졌다. 올해 초엔 충북 충주시의 한 민간 임대아파트가 논란을 초래했다. 입주가 시작된 뒤 일부 세대에서 벽지가 뜯어져 있거나 철골이 노출되는 등 기본적인 마감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였다. 벽 시공 하자 보수를 요구하는 입주민의 쪽지 옆에는 ‘그냥 사세요’라는 낙서가 적혀 공분을 사기도 했다.

    3월엔 서울역 센트럴자이 아파트 하부 필로티 벽에 금이 가면서 문제가 됐다. 또 인천 미추홀구 ‘용현 경남아너스빌’에서는 입주가 시작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높이 1m, 길이 20m 규모의 옹벽이 무너졌고, 경기 양주시 ‘옥정 신도시 한신더휴’와 대구 수성구 ‘더트루엘 수성’에서는 침수 사고가 나며 우려를 자아냈다.

    이런 일이 이어지자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2020~2021년 자재난 의혹이 괴담처럼 돌기도 했다. 당시 시공된 아파트들이 원자잿값 상승과 철근 부족 등으로 부실 공사가 됐을 거라는 내용이 골자다.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시기엔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최근 부실 시공 사례가 연이어 터지자 다시 관심을 끌었다.

    5월 2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천 서구 ‘검단 신도시 안단테’ 지하 주차장 붕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5월 2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천 서구 ‘검단 신도시 안단테’ 지하 주차장 붕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대형 건설사도 부실 공사… Top 10 中 7곳 벌점

    이러한 의혹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재난만으론 근래 부실 시공 사태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자재 부족 외에도 작업자의 과실이나 감리 및 관리 소홀, 설계 부실 등 부실 시공에 미칠 만한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GS건설의 주차장 지붕 붕괴 사고에서 회사 측은 “설계와 달리 철근이 빠졌다”고 밝혔지만 이것만으로 사고가 벌어진 건 아니리라는 시선이 많다. 건축구조기술사 등 4만여 기술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기술사회는 이 사고에 대해 철근과 콘크리트 공정의 부실 시공 가능성을 제기했다. 철근 배근 미흡과 콘크리트 강도 부족, 철근과 콘크리트 부착력 미흡 등이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일부 건설 현장의 부실 시공과 안전관리 미흡 등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곳곳의 건설 현장에서 부실 시공이 적발되고 있다. 2020년 정부는 건설기술진흥법을 개정해 부실 공사 우려가 있거나 고의·과실로 부실 공사를 했을 때 벌점을 부과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규제를 강화해 ‘합산벌점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합산 벌점이란 각 반기에 부과받은 벌점을 더해 ‘반기 벌점’을 산정하고 최근 2년간의 반기 벌점 합계를 2로 나눈 값이다. 아파트의 경우 벌점이 3점 이상이면 점수 구간에 따라 일정 정도 이상의 공사를 완료해야 분양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규제를 받게 된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국내 건설 현장 508곳에서 부실 시공이 적발돼 벌점을 받았다. 480개 건설사가 총 2094건의 벌점 처분을 받았다. 대형 건설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최근 2년간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가운데 7곳이 벌점을 받았다. 1위 삼성물산은 합산 벌점 0.75점을 받았고, SK에코플랜트(0.66점)와 롯데건설(0.65점), HDC현대산업개발(0.50점)도 벌점을 받았다.

    건물 하자 분쟁 신청도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국토부 산하 하자심사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하자 조정 신청 건수는 2018년 3818건에서 2021년 7686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대형 건설사도 분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근 3년간 시공 능력 순위 1~10위 건설사 가운데 GS건설이 총 573건으로 가장 많은 분쟁을 겪었고, HDC현대산업개발(376건), 대우건설(295건), 롯데건설(229건), 현대건설(203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건설 현장 안전관리도 여전히 미흡하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안전관리 수준평가’에 따르면 총 116개 시공사 가운데 ‘매우 우수’ 평가를 받은 건설사는 포스코이앤씨와 동부건설, 한국종합기술 등 3곳에 불과했다. 우수 등급을 받은 건설사도 9곳에 그쳤다. 반면 미흡은 31곳, 매우 미흡은 13곳이었다.

    올해 3월 초 국토교통부가 약 한 달간 해빙기 건설 현장 안전점검을 진행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전국 1927개 건설 현장에서 총 4681건의 지적 사항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부실 벌점 부과 대상이 16건, 과태료 부과 대상은 32건, 시정명령이 2451건, 현지시정이 2182건이었다. 미흡한 안전관리와 부실 시공이 이어지면 자연스레 건물 붕괴 등 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처벌 강화+책임 의식 제고 필요”

    사고 확산을 막기 위해선 관련 규제 및 처벌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또 건설사와 근로자 스스로 강한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적잖다. 제도가 미비하다고는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건설기술진흥법을 통해 부실 시공 방지 규제를 가하고 있고, 부실 정도에 따라 벌점이나 벌금 등을 부과하고 있다.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의해 처벌받기도 한다.

    인명 피해가 없으면 처벌 강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현행법상 같은 원인으로 사고가 나도 인명 피해 여부에 따라 처벌 강도가 달라지는데, 부실 시공이 향후 큰 인명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선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더라도 수많은 현장에서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지속적·체계적 교육을 통한 관련 업계 구성원의 책임 의식 제고가 방안으로 거론된다.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한국에서도 사안에 따라 강한 처벌이 가능하게 돼 있기는 하지만 정부가 모든 건설 현장을 일일이 관리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사고가 생길 때마다 처벌을 강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작은 부실이라도 여러 요인이 더해지면 자칫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와 건설 노동자가 책임 의식을 더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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