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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에게만 가혹? 재판 지연돼 출마 노리는 건 특혜” [+영상]

조국 사태 첫 불 켠 이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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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3-06-1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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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점 1.0대 조민 장학금, 첫 문제 제기

    • 이후 추가 취재로 조국사태 촉발

    • 서울대 인턴 예정증명서도 최초 입수

    • “조국은 생각보다 돈에 민감한 인물”

    [+영상] 조국은 생각보다 돈에 민감한 인물



    이준우 전 국회 입법보좌관. [박해윤 기자]

    이준우 전 국회 입법보좌관. [박해윤 기자]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6월 10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실제로 조 전 장관은 고난의 행군 중이다.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올해 2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6월 12일에는 서울대가 조 전 장관을 교수직에서 파면하기도 했다.

    고난에도 조국의 시간은 왔다.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설이 불거지고 있다. 6월 10일 조 전 장관은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날 조 전 장관은 문 전 대통령의 평산책방 책방지기로 봉사하는 사진 등을 공개했다.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6월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이)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암시를 나타낸 것”이라며 “주변분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조 전 장관이 출마를)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공세를 시작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민주당이 제 발로 다시 조국의 강에 빠지겠다는데 말릴 이유가 없다”며 “대환영이지만 ‘길 없는 길’의 종착지는 감옥”이라고 꼬집었다.



    조민 장학금 매번 받았다는 제보

    과연 조 전 장관은 다시 정치권에 나서게 될까. ‘신동아’는 6월 2일 이준우 전 국회 입법보좌관을 만났다. 이 전 보좌관은 2019년 8월 조 전 장관의 자녀 장학금 특혜 논란을 처음 제기한 인물이다. 그는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가 부산대 의전원에서 두 번이나 유급을 하고도 장학금을 받은 사실을 발견했다. 이 사건이 이른바 ‘조국 사태’의 시작이었다.

    그는 “조 씨 장학금 의혹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과 필연이 겹친 결과”라며 입을 뗐다. 이 전 보좌관의 고향은 부산이다. 부산대에도 지인이 있었다. 이미 조 씨가 유급을 받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던 중 조 씨가 장학금을 거의 매번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이 전 보좌관은 직접 제보 확인에 나섰다. 부산대 의전원에 장학금 지급 내역을 요청했다. 조 씨의 장학금 내역만 요청하면 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기지를 발휘했다. 이 전 보좌관은 “해당 자료를 받을 때 실명 노출 없이 조 씨 인접 학번 장학금 수령 학생 전원이 기재된 자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장학금 내역에 조씨 성을 가진 외자 이름은 딱 한 명뿐이었다. 이 학생은 학점이 1점대 초반일 때도 장학금을 받았다. 이를 기점으로 조 전 장관 자녀들의 입시 전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조국의 강이 열렸다.

    조 전 장관은 2021년 6월 저서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이하 ‘조국의 시간’)에서 자녀 입시비리 의혹에 대해 “최종 판결이 나면 승복할 것”이라면서 “고교생 인턴·체험 활동은 엄격한 관리 없이 운영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해 1월 27일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자녀의 허위 이력을 만들기 위해 공문서 및 사문서를 위조하고 공무 집행을 방해한 혐의다.

    딸 조 씨의 여러 허위 이력 중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이력이 있다. 조 씨는 실제로 이곳에서 인턴을 한 적이 없다. 조 전 장관의 둘째인 아들도 비슷한 절차를 밟았다. 그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이력이 있다. 정확히는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를 받았다. 인턴도 하기 전에 이미 인턴 수료가 예정됐다는 서류를 대입을 위해 발급받은 셈이다. 이 전 보좌관은 이 자료도 최초로 입수했다.

    이 전 보좌관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담당 직원 덕에 자료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당시 담당 직원은 정년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었다. 비교적 일이 적은 공익인권법센터로 발령받아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직이라 알려진 새 일터는 소문과 달랐다. 조 전 장관 자녀들의 허위 인턴 의혹으로 하루에도 수십 통씩 전화가 쏟아졌다.

    이 전 보좌관은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그는 “전화를 할 때마다 담당 직원이 푸념했다”며 “이 푸념을 계속 들으며 맞장구를 쳤다”고 말했다. 맞장구를 치는 중간중간 질문을 섞었다. 조 전 장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담과 질문이 섞이자 비로소 답변이 나왔다. 인턴 예정 증명서라는 문서가 있다는 것을 이 보좌관은 이때 알게 됐다.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만큼 조 전 장관도 공모 혐의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1-1부(재판장 마성영)는 2월 3일 오후 업무방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추징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녀 입시비리 범행은 당시 저명한 대학교수로서 사회적 영향력이 컸던 피고인에게 요구되던 우리 사회의 기대와 책무를 모두 저버리고 오로지 자녀 입시에 유리한 결과만 얻어낼 수 있다면 어떤 편법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은 1심 선고 직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잣대가 가혹하다”

    이 전 보좌관은 “조 전 장관이 생각보다 돈에 민감한 인물이었다”고 짚었다. 그는 “정치권은 물론 대중적 인기도 높았던 사람인 데다 돈에 초연한 것처럼 보였다”며 “본인 자녀 학비 문제에는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확인해 보니 서울대 교직원 자녀 학비 보조금을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수령했더라”고 밝혔다.

    서울대에서 복지 차원에서 자동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보좌관은 “학교를 옮길 때마다 신고 절차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목고 입학, 대학 입학마다 매번 조 전 장관이 직접 서명한 학비 보조금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런 모습을 확인하니 딸의 부적절한 장학금 수령에도 관련돼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겨 조사를 이어나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 보좌관은 조 전 장관의 2012년 4월 15일 트위터 게시 글 하나를 보여줬다.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 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 2019년 9월 법무부 장관 후보와 인사청문회 당시 공개된 조 전 장관의 재산은 56억 4244만 원이었다.

    입시비리 관련 유죄판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조 전 장관과 가족들은 여전히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조 전 장관은 ‘조국의 시간’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저와 가족은 무간지옥에 떨어졌습니다. 검찰, 언론, 야당(지금의 여당)은 합작해 멸문지화를 위한 조리돌림과 멍석말이를 시작했습니다.”

    조 전 장관의 딸도 2월 6일 김어준 씨의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검찰이나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저희 가족을 지난 4년 동안 다룬 것들을 보면 정말 가혹했다고 생각한다”며 “과연 본인들은 스스로에게, 가족들에게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전 보좌관은 “오히려 거꾸로 조 전 장관과 그 가족들에게 묻고 싶다”며 “지난 정부 사법부가 조 전 장관 일가에게 특혜를 줘 재판을 지연시켜 왔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 전 교수가 지난해 1월 입시비리 혐의들이 유죄로 확정됐는데, 조 전 장관의 판결은 그로부터 1년여 뒤에 나왔다”며 “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 됐다면 조 전 장관이 처벌을 받고 피선거권을 잃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보좌관은 최근 책 집필을 준비하고 있다. 조 전 장관 관련 사건을 쫓았던 일종의 조사 기록이다. 그는 “조사는 했지만 보도되지 않은 이야기도 많다”며 “이를 기록으로 남겨두면 제 2의 조국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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