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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지켜준데 감사” 총 2500억 원 기부한 이중근 누구?

[Who’s who] 가난한 농가 아들로 태어나 독학사 취득, 역사서 다수 집필한 부영 창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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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3-06-28 13: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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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부영그룹]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부영그룹]

    이중근(82) 부영그룹 창업주가 고향인 전남 순천시 운평리 마을 사람들에게 거액의 현금을 전달해 화제다. 이 창업주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운평리 6개 마을 280여 세대 주민들에게 세금을 공제하고 2600만~9020만 원 씩 입금했다. 마을 거주 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했다.

    이 창업주는 서면 동산초 동창생과 순천중 동창생들에게 1억 원씩을 전했다. 순천고 졸업 동창들에게는 5000만 원씩 나눠줬다. 확인된 순천중·고 동창생만 80여 명이다. 사비 출연과는 별도로 22일부터 순천 지역 7500여 가구에 참치세트와 공구세트 등도 전달했다.

    부영에 따르면 이달 초 9020만 원을 받은 A마을 이장은 “지난해 말 이 창업주 측에서 마을에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를 파악했다”며 “오랫동안 고향을 지켜준데 대한 고마움과 농촌의 힘든 여건을 잘 이겨내라는 의미로 마을 사람들에게 큰 돈을 주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운평리 마을 사람들은 크든 적든 다 돈을 받아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를 정도로 들떠 있다”고 했다.

    애초 이 소식은 27일 한 일간지를 통해 처음으로 보도됐다. 대개 총수의 기부 활동은 그룹 내 홍보 조직이 만든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단독’ 기사 형태로 세간에 알려졌다. 기획된 보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외려 부영 측은 이튿날(28일) 오전 11시가 넘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일부 잘못 알려진 사실 관계를 바로 잡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부영 관계자는 “(이 창업주가) 꾸준히 기부해왔다는 것은 직원들도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다”면서 “(처음 보도한 기자가) 순천 쪽 주재기자더라. 지역 전체에 현금이 전달되다보니 소문이 나고 이것이 보도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창업주는 친인척과 군(軍) 동기, 형편이 어려운 지인들도 개인적으로 지원해왔다고 한다. 그가 사비를 털어 기부한 금액은 현금 1500억 원과 선물세트, 공구세트, 역사책 등 물품을 포함해 총 2500억 원 규모다. 부영 관계자는 “어제(27일) 파악했을 때는 총 기부액이 2400억 원이었는데, 오늘(28일) 다시 확인해보니 2500억 원이었다”고 말했다.

    이 창업주는 1941년 운평리 죽동마을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고교 졸업 후 상경해 건국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으나 등록금이 없어 졸업하지 못했다. 이후 55세의 나이로 독학사 시험을 거쳐 학사학위를 받았다. 그 뒤 고려대에서 정책대학원 행정학 석사와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다수의 역사서를 집필한 ‘대기업 총수’로도 유명하다. 저서로는 일제강점기를 기록한 ‘미명(未明) 36년 12768일’과 1945년 광복부터 6·25전쟁 직전까지 시기를 다룬 ‘광복 1775일’, 1950년 6월 25일부터 휴전협정까지를 조명한 ‘6·25전쟁 1129일’, 태조 이성계가 즉위한 날부터 영조가 승하한 날까지의 시기를 살핀 ‘조선개국(朝鮮開國) 385년(年)’ 등이 있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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