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반쪽짜리 오닐식 주식투자로도 3500배 수익

[구루의 투자법] ‘성장주의 신’은 죽었으나 전략은 남아

  • 강환국 퀀트 투자자

    christianeum@naver.com

    입력2023-07-0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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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투자자들의 구루 윌리엄 J 오닐

    • 1988년 투자전략 ‘CANSLIM’ 집대성

    • 2023년 한국 시장서도 주효한 전략

    • 3가지 기준 빼놓고도 연 수익률 50.4%

    CANSLIM 투자전략을 정립한 전설적 투자자 윌리엄 J 오닐(William J O’Neil). [윌리엄 J 오닐 홈페이지]

    CANSLIM 투자전략을 정립한 전설적 투자자 윌리엄 J 오닐(William J O’Neil). [윌리엄 J 오닐 홈페이지]

    윌리엄 J 오닐이 1988년 발표한 투자전략 서적 ‘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How to Make Money in Stocks)’. [굿모닝북스]

    윌리엄 J 오닐이 1988년 발표한 투자전략 서적 ‘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How to Make Money in Stocks)’. [굿모닝북스]

    윌리엄 J 오닐(William J O’Neil)이 5월 28일 90세 나이에 별세했다. 오닐의 별명은 ‘성장주의 신’. 그야말로 전설적인 투자자다. 오닐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투자법은 아직 유효하다. 오닐은 1988년 자신의 투자전략을 설명한 책 ‘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How to Make Money in Stocks)’을 썼다. 이 책은 200만 부 이상 팔렸으며, 발간 직후 전 세계 전업 주식투자자의 바이블이 됐다.

    필자는 현존 최고 트레이더로 데이비드 라이언(David Ryan)과 마크 미너비니(Mark Minervini)를 꼽는다. 이 둘은 모두 오닐의 영향을 받은 인물이다. 미국 투자 챔피언십 3회 우승자 라이언은 오닐 회사에서 15년 동안 일한 직원이자 오닐의 수제자다. 라이언은 40년 넘게 투자하면서 오닐의 투자전략에서 크게 벗어난 적이 없다. 미국 투자 챔피언십에서 두 번 직접 우승하고 수많은 입상자 및 우승자를 가르친 미너비니의 책을 보면 그의 투자 철학 중 80% 이상이 오닐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닐은 1933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태어났다. 주식에 입문한 것은 스물다섯 살 되던 1958년, 헤이든 스톤(Hayden Stone & Company)에 주식 브로커로 입사하면서부터다. 오닐은 분석 투자로 이름을 알렸다. 1960년대부터 컴퓨터를 사용해 1880년대부터 급등한 주식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이 주식들의 공통점을 찾아 ‘CANSLIM’이라는 급등주 선별 전략으로 정리했다.

    급등주 투자전략 CANSLIM

    CANSLIM은 각각 단어의 앞글자를 따와서 만든 용어다. 글자 수대로 7개 조건이 있다. 이를 전부 만족하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오닐의 투자전략 핵심이다. 각 조건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C: Current Quarterly Earnings per Share(분기 주당순이익 증가율) 최근 분기 순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많이 증가한 기업을 의미한다. 오닐은 미래의 순이익이 오를 기업을 예측해서 사는 행동에 반대하며, 이미 순이익이 크게 증가해 재무제표에 확정된 후에도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오닐은 순이익만 크게 증가한 기업보다는 분기 매출액도 성장하고, ROE(자기자본이익률: 당기순이익/평균자기자본)가 높은 기업을 좀 더 선호했다. 순이익의 성장률 자체가 커지는 ‘수익 가속화’ 기업도 선호했다. 예를 들자면 지난 분기 순이익 성장률이 20%였는데 올해 분기 성장률 40% 기업은 순이익 성장률이 가속화되는 기업이라 볼 수 있다.



    A: Annual Earnings Increase(연간 순이익 증가율) 오닐은 연간 순이익이 최근 3년 동안 강하게 증가한 기업에 주목했다.

    N: New(신산업, 신기술, 신제품, 새로운 경영진, 신고가 등) 오닐은 폭발적으로 오르는 주식은 새로운 산업에서 나오거나,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만들거나 경영진을 교체한 기업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오르는 주식이 계속 오른다는 사실에 주목해 신고가를 뚫은 종목을 유심히 보는 경우가 많았다.

    S: Supply and Demand(발행 주식의 수요와 공급) 오닐은 발행 주식이 적은 종목의 주식이 올리기 쉽다고 주장했다. 상식적으로 봐도 주식 물량이 많은 삼성전자 주식을 올리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물량이 적은 중소형주 주식이 비교적 작은 금액으로 올리기 쉬울 것이다.

    L: Leader or Laggard(선도주 또는 소외주) 오닐은 가장 관심이 몰리는 산업/업종의 가장 인기 있는 주식(리더 주식)을 살 것을 강조했다. 오닐이 계속 주식을 했다면 분명 최근 폭발적으로 투자자의 관심이 몰리는 2차전지나 AI 기업 중에서도 최근 가장 많이 오른 주식을 샀을 것이다.

    I: Institutional Sponsorship(기관투자자 관심) 개인은 수가 너무 많고, 자금이 적고 의견이 분산돼 있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기관만이 주식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오닐은 기관의 관심을 받고 기관의 비중이 늘어나는 주식을 선호했다.

    M: Market Direction(시장의 방향) 종목이 위에 설명한 ‘CANSLIM’ 조건 6개를 전부 통과해도 시장이 하락하면 대부분 주식은 같이 하락한다. 따라서 오닐은 하락장일 경우 주식 매매를 쉬고 상승장에만 CANSLIM 전략을 써서 주식에 투자할 것을 강조했다.

    한국형 CANSLIM 전략

    물론 한국에도 CANSLIM 기준에 부합하는 주식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기업을 걸러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선도주 또는 소외주’ ‘신산업, 신상품, 신경영진’ 등은 주관적 평가가 필요하고 계량화하기가 어렵다. CANSLIM 전략을 일부 차용한 ‘한국형 CANSLIM 전략’을 만들어봤다.

    국내 상장기업의 분기 매출액 증가율, 순이익 증가율, 분기 매출액 증가율의 가속 비율, 분기 순이익 증가율의 가속 비율, ROE, 52주간 주식 수익률,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 정도 등을 수치화했다. 이 7개 항목의 평균 순위를 매겨 상위 20개 종목을 선정했다. 순이익 가속 비율은 최근 분기 순이익 증가율을 전 분기 순이익 증가율로 나눈 값이다. 이 값이 높을수록 순이익 가속 비율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분기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증가율과 각 지표의 가속 비율은 CANSLIM 전략 중 C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한국형 오닐 전략과 평균 주가 상승률을 비교한 그래프. [강환국]

    한국형 오닐 전략과 평균 주가 상승률을 비교한 그래프. [강환국]

    52주 주식 수익률은 CANSLIM의 N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최근 1년 가격이 많이 오른 주식이 ‘신고가’와 가깝다.

    이 중 시가총액 상위 80% 기업과 관리종목, 적자기업은 제외했다. 시가총액 상위 80% 기업을 제외하는 것은 CANSLIM의 S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대형주보다는 소형주가 발행 주식이 적기 때문이다. 기관/외국인 순매수 강도는 CANSLIM의 I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금융사 관련 종목과 지주회사, 중국 상장기업도 제외했다. 분기당 1번씩 리밸런싱을 했다. 2003년 4월~2023년 3월 약 20년간의 주가 변동을 통해 이 전략의 유효성을 검증해 봤다.

    CANSLIM 전략의 아이디어를 전부 구현하지 못한, CANSLIM 중 A, L, M이 빠진 ‘반쪽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오닐의 아이디어를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한 전략조차 대단한 성과를 냈다. 이 전략의 연 복리 수익률은 50.4%, 20년 총 수익률은 35만7685%였다. 이 반쪽 CANSLIM 전략을 한국에서 썼다면 원금이 20년 만에 3500배 이상으로 불었다.

    매월 강조하지만 이 정도 수익이 예금처럼 매월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개별주 투자전략은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절대로 큰 손실을 피해갈 수 없다.

    한국형 오닐 전략의 월별 수익률. [강환국]

    한국형 오닐 전략의 월별 수익률. [강환국]

    오닐의 한국형 성장주도 큰 손실을 입은 적이 여러 번 있다. 2007~2009년에 누적 손실이 55% 난 적도 있고, 2020년 상반기에도 42% 손실이 난 구간이 있다. 20% 이상 손실이 난 구간은 최근 20년간 10번이나 있다. 2년에 한 번꼴로 포트폴리오가 20% 추락하는 불편한 경험을 했어야 했다. 아래는 한국형 CANSLIM 전략으로 선정한 20개 종목이다.

    각 기업의 업종을 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일부 기업은 ‘신산업, 신기술, 신제품’과 거리가 멀다.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비계량 판단을 무시하더라도 수익은 난다. 오닐이 애용하던 수치 기준만 활용해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1960년대 만든 CANSLIM 전략은 구문이다. 이미 수백만 명이 이 전략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전략은 구문인 동시에 고전이다. 2020년대에도 유명 트레이더들이 실전투자대회에서 CANSLIM 전략을 활용해 입상한다. 고전은 수십 년 후에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CANSLIM 전략도 미래 주식시장에도 통할 기법일 가능성이 높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최고의 주식과 최적의 타이밍을 노려보자.


    강환국
    2021년 7월 직장인 투자자에서 ‘30대 파이어족’으로 변신한 인물.
    계량화된 원칙대로 투자하는 퀀트 투자를 통해 연 복리 15%대의 수익률을 거둬 입사 12년째인 38세 때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나와 파이어족이 됐다. 현재 전업투자자이자 구독자 13만2000명 유튜브 채널 ‘할 수 있다! 알고 투자’를 운영하는 유튜버, 투자 관련 서적을 집필하는 작가, 온·오프라인 투자 강의를 하는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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