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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7분 거리 살며 밤낮 가리지 않고 환자 돌본 명의

[Who’s who] 故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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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3-06-19 15: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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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동아DB]

    고(故)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동아DB]

    대동맥류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대동맥 박리나 파열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언제 어떻게 치명적 합병증이 나타날지 모르고, 합병증 발생 때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생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고(故)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새벽에 호출이 오면 병원에 재빨리 도착해 환자를 돌보고자 7분 이내 병원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살았다. 술도, 골프도 멀리했다. 제자와 동료 의사들은 그를 두고 ‘환자를 위해 헌신한 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 의대 졸업 후 고려대에서 의학석사, 울산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주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부속 병원에서 심장외과 임상 전임의를 지냈다. 2006년부터 울산대에서 흉부외과 교수로 재직했다. 2015년 9월~2021년 8월 서울아산병원 대동맥질환센터 소장, 2019년 11월~2020년 10월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대동맥연구회 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개인적 즐거움을 줄인 대신 환자가 쾌유하는 모습을 보는 보람으로 살았다. ‘대동맥 바로알기’ 유튜브 영상에서 그는 대동맥 박리 증상이 나타난 임산부 환자에 대해 제왕절개로 아이를 먼저 분만한 뒤 곧바로 하행 대동막 수술을 집도한 일을 가장 ‘보람찬 순간’으로 꼽았다.

    주 교수는 16일 오후 1시 20분쯤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패밀리타운 아파트 앞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우회전하던 덤프트럭 뒷바퀴에 깔려 숨졌다.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추모 물결이 줄을 이었다. 동료 의사와 간호사 등 함께 일한 의료진은 물론 치료받은 환자와 그 가족까지 죽음을 애도했다.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주 교수에 대한 감사의 글은 그가 평소 환자와 그 가족에 얼마나 고마운 존재였는지 일깨워준다.

    “오로지 교수님만 믿고 따랐고 그에 따른 결과가 좋아서 우리 가족들은 교수님께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교수님 만난 것이 저희 가족이 생각하는 신의 한 수였습니다.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

    주 교수의 제자이자 흉부외과 동료 의사인 김희중 고려대 교수는 “주 교수는 대동맥 연구와 진료 발전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분”이라며 “의사와 간호사 등 동료 의료진은 물론 환자와 그 가족에게도 늘 밝은 모습으로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한 분”이라고 회고했다. 또 “대동맥 분야뿐 아니라 의료계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 황망하게 우리 곁을 떠나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심장혈관흉부외과 분야에서 고도의 역량을 발휘해 온 대표적 석학이자 최고 임상 전문가를 잃었다는 사실이 비통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면서 애도의 뜻을 표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주 교수를 치어 숨지게 한 60대 후반 덤프트럭 운전사 A씨를 18일 입건했다. 경찰은 A씨가 주 교수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수사할 방침이다.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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