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친낙’ 내쫓는 개딸들의 수박 깨기, 분당 사태 부를 것” [+영상]

‘어떻게 민주당은 무너지는가’ 펴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23-06-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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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다시 ‘조국 선거’ 늪에 빠지나

    • 명분·상식·염치 잃고도 총선 이긴다는 오만

    • 노무현 탓·문재인 탓·이낙연 탓, 3연패에도 성찰 없어

    • 국민 눈엔 ‘초짜’보다 ‘현금 뿌리는 사람’이 더 위험

    • 이낙연·유승민·이준석·박지현 국민대연정 엄청난 파괴력

    • 때론 화끈하게 죽어야 재기하는 게 정치

    [+영상] ‘노무현의 참모’ 조기숙은 왜 민주당을 비판하는가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연구실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있다. 조 교수 뒤로 서가에 놓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보인다. [김도균 기자]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연구실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있다. 조 교수 뒤로 서가에 놓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보인다. [김도균 기자]

    “그랬으면 대통령이죠, 지금.”

    6월 13일 서울대 교원징계위원회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교수직 파면을 의결했다는 뉴스가 나오던 날 조기숙 교수가 한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처음부터 조국 장관 임명을 반대했던 조 교수는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참모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딸이 미성년자이니 부모인 내가 책임지고 법무장관에 취임하지 않겠다며 사양하라 하세요. 그리고 부산에 가서 총선에 출마하라 전하세요. 조 수석이 부산에 가면 이번엔 엄청난 의원의 동반 당선이 가능합니다. 조 교수가 험지에서 당선돼 다시 장관으로 돌아오면 여론이 반전돼 검찰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

    그 조언대로 했다면 조국 교수는 가족들을 지켰을 것이고, 민주당은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 부산·경남에서 최소 10석 이상 얻었을 것이고, 조국은 총선 승리 190석의 주인공으로 영웅이 됐을 것이다. 무엇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치에 뛰어드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오히려 조국이 대통령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랬거나 말거나 문재인 청와대에는 그런 쓴소리를 할 사람도, 그런 외부의 쓴소리를 전할 사람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임명을 강행했고, 그것이 민주당을 무너뜨린 단초가 됐다. 조국 사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받아들이고 반성하던 보수 세력에게 다시 살아날 명분마저 제공했다. 조 교수는 “조국 사태의 가장 큰 해악은 지지자들이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뻔뻔함이 민주당의 일상이 된 것”이라고 했다.

    “조국 사태로 민주당이 도덕성에 무감각해지지 않았다면 이재명처럼 자주 말이 바뀌고 도덕적으로 흠이 많은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는 걸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파들이 이재명을 비토하면서 조국을 버렸기에 이성을 되찾은 것 같지만, 민주당은 다시 개딸을 빙자한 포퓰리즘으로 열병을 앓고 있다.”(조기숙 ‘어떻게 민주당은 무너지는가’에서)

    뻔뻔함이 일상이 된 민주당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어떻게 민주당은 무너지는가’(테라코타)를 펴냈다. 스스로 “노무현의 참모로서 정치에 발을 들인 이후 20여 년간 열정을 바쳤던 민주당에 대한 애증의 기록”이라고 할 만큼, 이 책에는 민주당이 재기 불능 상황으로 가기 전에 쇄신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정당은 3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다. 첫째,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한 명분과 가치. 둘째, 정당 내의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 셋째, 집권을 위한 실행 가능한 정책. 명분과 가치라는 기둥은 이미 무너졌고,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라는 기둥은 무너지고 있다. 그것도 외부 요인에 의해 무너진 게 아니라 스스로 제 발에 걸려 넘어졌다. 공룡이 된 민주당은 변화된 언론 환경, 시민의 의식수준, 운동권과 거리가 있는 MZ세대의 지향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 결과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2022년 3월 대통령선거, 6월 지방선거까지 내리 3연패. 역대 임기 말 지지도가 가장 높았던 문재인 정부는 왜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당하게 됐을까. 민주당은 202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까. 아니 당장 내년 총선(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제1당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조 교수와의 인터뷰는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조 교수는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복기’를 강조했다. 복기란 바둑, 체스 등에서 대국이 끝난 뒤 처음부터 다시 놓아보면서 한수 한수 분석하는 것이다. 어떤 지점에서 부족했고 어떤 지점에서 잘했는지 복기하는 것은 중요하다. 한때 ‘바둑 천재’로 불리던 이창호는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고 했다. 그러나 때론 잘못된 복기가 더 큰 실패를 가져오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의 ‘참여정부 실패론’이 그랬다. 민주당은 어느새 ‘이기는 습관’을 잊어버렸다.

    2007년 대선 패배보다 지금이 더 위기인 이유

    2007년 대선 패배와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지금이 민주당엔 두 번째 큰 위기 아닌가.

    “2007년 이후 선거에서 패하는 게 일상이 되다 보니 언론의 전망도 비관적이었지만 상황은 그때가 더 양호했다. 노 대통령의 서거로 친노가 부활했고, ‘노무현 때문에 이명박이 당선됐다’는 참여정부 책임론에 대한 여론도 바뀌고 있었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은 부인이 돈 받은 것이 부끄러워서 자기 목숨을 버릴 만큼 명분을 중시했고, 친노들은 ‘폐족’이라며 반성했다. 지금처럼 염치와 상식을 잃지 않았다. 그 결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은 민주당이 7석, 한나라당이 6석, 오세훈에 분패한 서울의 한명숙과 무소속으로 경남에서 당선된 김두관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민주당이 이겼다. 슬프지만 그 승리는 노 대통령의 목숨 값이었다. 2012년 총선에서도 한미FTA 재협상 주장, 통진당과의 연합 공천만 아니었다면 패배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은 여당인 국민의힘에 밀리지 않고 오히려 앞선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럼에도 위기인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은 지금이 그때보다 더 많다. 친노가 지도부가 되면 지지도가 35%, 비노가 지도부가 되면 25%였다. 강고한 지지가 적었을 뿐 더 올라갈 거라는 기대가 많았던 희망의 시기였다. 그때부터 민주당 지지는 점점 올라가서 2020년 총선 직후 55%까지 달성하지 않았나. 반면 지금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35%에서 오르락내리락 한다. 양당의 고정 지지자는 그때보다 더 많아졌다. 그럼에도 위기라고 느끼는 것은 민주당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정치 고관여층, 고학력층이기 때문이다. 보통 중도층에는 정치 저관여층이 많아 투표를 잘 하지 않는데 지금은 스윙보터인 고관여층이 늘고 있다. 한때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정나미가 떨어진 사람들이다. 이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에서는 여전히 이 지지도로 가면 다음 총선에 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위기를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제 눈에는 지금이 훨씬 더 위험해 보인다.”

    “대통령도 탄핵했는데 국회의원쯤이야”

    핵심 지지층이라고 하면 강성 당원인데 고정 지지층이 늘어나는 게 왜 문제가 되나.

    “탄핵 이후 민주당에는 사실상 적(경쟁 상대)이 없어졌다. 보수가 괴멸됐는데 적이 어디 있나. 국민도 변했다. 보수가 무너졌으니까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고 180석 가지고 얼마나 잘 하는지 봐야지 했다. 문제는 당원들이다. 탄핵도 이뤄내고 문재인 대통령도 만들었다는 ‘과도한 효능감’에 빠진 당원들이 나르시시스트가 됐다. 우리끼리 뭉치면 ‘의원 한 명쯤 날릴 수 있네’라는 자만심이 생긴 거다. 금태섭 전 의원 사례처럼 당원에게 못 보이면 죽는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졌고 의원들과 당 지도부, 장관들까지 당원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강성 당원들이 과대 대표되는 제도를 바꾸거나 이들이 이성을 찾기 전까지는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조국 임명이 민주당을 무너뜨린 단초가 됐다고 하지만 ‘조국 수호’의 논리를 만들어준 장본인 아닌가.

    “그렇다. 민주당에 진영 논리를 처음으로 설파한 사람이 나다. 보수의 프레임에 끌려 연전연패하던 민주당에 진영 논리가 필요한 시기가 있었다. 2007년 참여정부 이후 진보 세력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책 ‘마법에 걸린 나라’에서 보수는 확실하게 진영 논리가 있어 승리하는데 진보는 진영 논리 없이 보수의 프레임에 끌려가다 패하는 걸 통탄한 게 시작이다. 2017년 쓴 ‘왕따의 정치학’에서는 ‘우리 편이 크게 잘못하지 않는 한, 우리가 나서서 우리 편을 지켜줘야 한다. 우리 편이 잘못한 경우에는 상대가 비판할 테니 우리까지 굳이 나서서 언론의 분열 작전에 이용당하지 말자. 만일 꼭 비판할 게 있으면 내부적으로 전달하자’고 했다. 문제는 ‘큰 잘못’에 대한 당원들과 나의 해석이 달랐다는 것이다. 조국 사태 때 당원들이 ‘조기숙 교수도 큰 잘못이 없으면 지켜주라고 했다. 조국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며 ‘조국 수호’를 외쳤다. 논리 제공자로서 할 말이 없더라.”

    이번 책에서 어떤 것이 큰 잘못이고, 어떤 것이 양해할 만한 작은 잘못인지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은 것은 결정적 실수였다고 고백했다.

    “고위 공직에는 크게 임명직과 선출직이 있는데 양쪽에 요구되는 도덕성의 기준이 다르다. 임기가 보장된 선출직은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지 않는 한 도덕적 이유로 사퇴할 필요도 없고, 그걸 요구할 권한이 누구에게도 없다. 심지어 이명박, 이재명처럼 유죄 경력이 있는 정치인도 유권자의 표로 선출되는 순간 면죄부를 받는다. 반면 임명직은 도덕적 흠결이 장관 임명에 큰 부담이 된다. 교육부 장관이 자녀 교육을 위해 위장전입한 것은 외교부 장관 자녀의 위장전입과는 문제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법무부 장관이 대학 입시를 위해 인턴 증명서를 위조한 것은 직업윤리와 직접 충돌한다. 따라서 검찰개혁을 시도하는 정부나 장관이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우리 편을 지켜주라’고만 했지 이처럼 도덕성의 기준에 대한 구체적이고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은 내 탓이라 생각했다.”

    권리당원의 권한 강화와 포퓰리즘 정당

    조국 사태로 불리한 상황임에도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압승하지 않았나.

    “‘조국 선거’가 되지 않도록 이해찬 대표가 관리를 잘했다. 예를 들어 당원들은 공천 단계에서부터 금태섭을 자르라고 요구했다. 나는 민주 정당이 절차를 무시하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경선에 부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국 수호대인 김남국 의원의 ‘저격 출마’를 못 하게 하고 안산으로 보낸 것이나, 열린민주당과 합당은 없다고 못 박은 것도 잘했다. 다만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이해찬 대표가 2016년 문재인 대표가 도입한 100% 안심번호 공천 시스템 대신 권리당원 50%, 안심번호 50%로 바꾼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이로써 민주당은 유권자 중심 정당에서 당원 중심 정당으로 변해 가는데 권리당원의 권한을 강화한 이 제도가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개딸’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건가.

    “이해찬 대표가 ‘20년 가는 정당’ ‘100년 가는 정당’을 외치며 당원의 권한을 강화한 것이 의도치 않게 민주당을 포퓰리즘 정당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권력을 민주적으로 사용할 절제와 관용을 훈련받은 적 없는 당원들에게 너무 큰 권력을 준 게 비극의 씨앗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포퓰리스트 지지자가 됐기 때문이다. 대깨문이든 개딸이든 조국 수호부대든 이들의 포퓰리즘이 민주당의 기둥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제 민주당은 ‘당권은 당원에게 공천권은 국민에게’라는 2004년 열린우리당이 창당하면서 내건 구호를 떠올려야 한다. 2004년, 2016년 총선처럼 민주당이 유권자에게 정당을 개방했을 때는 승리했고 닫았을 때 실패했다는 사실도 복기해야 한다. 개방 경선에서만 국민 전체의 집단지성이 만들어진다.”

    팬덤 정치의 시작은 ‘노사모’ 아닌가.

    “노사모, 초기 문파, 후기 문파, 지금의 이재명 지지자들은 다 다르다. 물론 각 그룹에 다 들어가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소수이고, 그 성향이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대선 재수 시절 문 후보를 지켰던 초기 문파와 달리 후기 문파와 개딸은 포퓰리스트 성향이 강하다. 문 대통령은 카리스마가 있는 분이 아니기에 포퓰리스트 지지자들을 관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카리스마가 있기에 ‘공격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개딸들은 맨날 수박(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 깨기를 한다. 수박 깨기를 한다는 것은 곧 이낙연 지지자는 다 당에서 나가라는 얘기다. 얼마 전 민주당이 제명해야 할 ‘수박 7적’에 문재인, 이낙연이 포함되기도 했다. 이낙연이 당대표를 한 게 불과 8개월인데 무슨 잘못이 그리 많겠나. 그럼에도 정권교체에 실패한 이유가 다 문재인 탓, 이낙연 탓이다. 굉장히 비이성적이다. 이 대표는 이런 강성 당원들에게 휘둘리면 안 된다.”

    만약 이낙연이 민주당 후보였다면 대선에서 이겼을까.

    “나는 이겼다고 본다. 왜냐하면 상대가 윤석열이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국민들은 이재명만 막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해 윤석열을 찍었다. 그런데 민주당 후보가 도지사도 해보고, 총리도 해보고, 좀 덜 매력적이지만 아는 것도 많고, 외교도 경험이 많은 이낙연이라면? 주저 없이 그를 찍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재명 후보가 더 매력적이긴 하지만 나라의 미래를 맡기는 일에서 유권자들은 신중해진다. 반대로 이재명 후보는 정치 초년생으로 말실수가 잦았던 윤 후보와 맞섰으니 박빙으로 졌지, 국민의힘에서 다른 후보가 나왔다면 더 큰 표차로 패했을 수도 있다.”

    이재명이 대선 재수에 성공하려면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대선 전략은 왜 실패했나.

    “경제학적 모형에서는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찍음으로써 얻는 만족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표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나는 ‘위협가설’이 더 설득력 있다고 본다. 즉 내가 이 사람을 안 찍었을 때 오는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투표한다는 이론이다. 사람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위협을 회피하는 데 더 최적화돼 있다. 지난 대선은 약 170석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의 결합, 100여 석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의 결합 사이에서 선택하는 것이었다. 중도층 유권자에게 어느 쪽이 더 위협적인가. 정치 초년생 윤석열인가, 걸핏 하면 현금 풀려는 이재명인가. 중도층의 눈에는 현금 뿌리는 사람이 더 위험해 보였던 거다. 윤석열의 폭주는 민주당이 막을 수 있지만 이재명의 폭주는 누가 막을 수 있는지의 문제였다. 결국 이재명과 거대 여당의 결합이 두려웠던 사람들이 좀 더 안전한 쪽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표에게 2027년 대선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질까.

    “일단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 이 대표가 진짜 혁신을 하면 총선도 이길 거고 차기 대선주자가 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 민주당은 혁신위원장 선출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하나.

    “2022년 12월 29일 SNS에 공개한 ‘민주당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도 살리고 자신도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딱 하나 있다. 당장 선거법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한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개악이 될 게 뻔하다. 내가 제안한 것은 최근 일본과 이탈리아가 채택한 소선거구와 권역별 비례제의 결합이다. 비례제 명부를 전국적으로 작성하는 게 아니라 권역별로 비례 명부를 만들어서 유권자가 직접 후보에게 투표하고, 정당은 각 후보가 받은 득표율에 따라 명부를 득표수대로 다시 작성하는 것이다. 이런 ‘개방형 명부’를 도입하면 지도부에 의한 비례대표 공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지역방송에서 끊임없이 후보들을 불러 토론을 붙일 것이고 그 과정에서 금세 실력이 드러난다. 정치인이라면 적어도 말과 글로 자기주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의 포퓰리즘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예비선거제 도입을 제안했다.

    “지금 민주당 내에서 서로 나가라 마라 왜 싸우나. 당권 싸움, 결국 총선 앞둔 공천권 싸움이다. 이재명 대표를 위해서도 민주당을 위해서도 공천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권리당원의 힘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은 2004년 과반, 2016년 선거에서 사실 패할 줄 알았다가 제1당이 됐다. 2004년과 2016년 공천권의 핵심이 상향식 공천이었고, 국민 100% 예비경선을 했다. 이재명 대표가 단 하나 개혁을 한다면 바로 예비선거제 도입이라고 본다. 그것만 도입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고도 충분히 선거를 잘 치를 수 있고 분당 가능성도 막을 수 있다. 예비선거제 도입이 이재명 대표에게 회심의 카드가 될 것이다. 물론 그 카드는 국민의힘에도 유효하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힘을 합치면

    국민대연정당 창당을 예견했다.

    “안타깝게도 민주당의 혁신이 반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가 합리적인 판단을 하면 좋은데 측근들, 지지자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우리가 여당도 아닌데 반드시 과반수 의석을 획득할 필요가 있겠나 하는 전략으로 친명체제 구축에 더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자신의 손발이 될 사람을 공천 명단에 올리려 할 것이다. 양당에서 ‘물갈이’ 대상이 된 분들은 이래 죽나 저래 죽나 마찬가지라면 미리 나와서 신당을 창당하는 게 유리하다. 양당 정치에 혐오를 느껴 새로운 정치를 하러 나왔다는 명분이 있지 않나. ‘우리는 상향식 공천 하겠다. 국민들 다 와서 투표할 수 있게 하고 그걸로 경선하겠다. 전략공천은 최소한으로 하겠다. 이조차 당대표가 하는 게 아니라 전략공천위원회를 만들어서 외부 인사들까지 정말 공정하게 심사하겠다.’ 이런 식으로 기존 정당과 다른 쇄신안을 내놓으면 신당은 뜰 수밖에 없다. 현재 부동층이 40%에 달하는데 제3당이 국민이 기대하는 정치혁신 어젠다를 제시하고 실천할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과반 의석 확보도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 상황은 노사모가 노무현을 발굴하기 전 정치 불만이 극에 달하던(75%) 때와 가장 유사하다.”

    금태섭 전 의원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내가 생각하는 신당의 성공 조건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민주당 쪽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친낙’,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을 중심으로 소장파 그룹이 가세해 신당을 창당하면 가능성이 있다. 합리적 보수와 개혁적 진보가 손을 잡으면 최소 30%의 지지는 얻을 수 있고, 여기에 바람이 불면 40% 지지만 확보해도 3파전에서 신당이 승리를 휩쓸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러면 다음 대선 때 이낙연과 유승민이 경선하는 광경이 연출될 것이다. 단 양쪽에서 거의 동시에 나와야 파괴력이 커진다. 앞으로 6개월 이내에 벌어질 일이다. 골든타임이 끝나기 전에 민주당은 혁신해야 한다.”

    인터뷰 중 김남국 의원의 코인 거래 의혹이 제2의 조국 사태로 확산될 우려에 대해 묻자 조 교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김남국 의원은 아직 젊다. 일이 벌어졌을 때 의원직 사직하고 떠났으면 당에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변호사로든 정치인으로든 재기의 기회가 있을 거다. 깔끔하게 사과하고 자기가 잘못한 거 이상의 책임을 져야 용서가 된다. 정치 세계가 원래 그렇다. 화끈하게 죽는 게 오히려 사는 것인데 기회를 놓쳤다. 그나마 당이 그때와 달리 조금 더 속도 있게 또 원칙 있게 수습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조국 전 장관 출마설에 대해서는 “재판부터 빨리 마무리하고 1~2년 정도 있다가 재보궐 선거에 나오는 게 최선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출마하라 마라 말할 위치는 아니다”라며 “부산이든 관악이든 이번 총선에 나오면 민주당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남은 시간은 6개월. 민주당은 ‘조국의 강, 남국의 늪’을 건너 명분과 가치, 포용과 민주로 상징되는 민주당다움을 회복하고 ‘이기는 습관’을 되찾을 수 있을까.

    신동아 7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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