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AI 퍼스트’ 구글이 유비쿼터스로 선보일 상상 이상의 미래

[박원익의 유익한 IT]

  • 박원익 더밀크 뉴욕플래닛장

    wonick@themilk.com

    입력2023-07-02 1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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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년 전 ‘구글 I/O’서 선보인 기술 현실화

    • AI 시스템 보유량 업계 최고

    • 40여 개 언어는 물론 사진, 음성 인식

    • 검색창에 AI 챗봇 탑재 머지않아

    구글의 인공지능 자동인식 화상 검색 시스템 ‘구글 렌즈’ 사용 화면. 구글, [Gettyimage]

    구글의 인공지능 자동인식 화상 검색 시스템 ‘구글 렌즈’ 사용 화면. 구글, [Gettyimage]

    2017년 5월 ‘구글 I/O(Input/Output) 2017’이 진행됐던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 ‘쇼어라인 앰피시어터(Shoreline Amphitheatre)’ 현장의 열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월 활성 기기(monthly active devices) 20억 대를 막 돌파했던 모바일 기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개발자부터 클라우드 컴퓨팅, VR, 반도체업계 관계자들까지 모두의 얼굴에서 구글이 공개할 기술,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화창한 캘리포니아 날씨와 더불어 곳곳에 놓인 총천연색의 구글 자전거는 이런 긍정적 기운을 더욱 북돋웠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CEO는 6년 전 이 I/O 무대에서 스마트폰에서 작동하는 ‘구글 렌즈(Google Lens)’를 최초로 선보였다. 구글 렌즈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사진 안의 여러 요소를 AI가 자동 인식해 검색하는 앱이다. 공개 주주 서한을 통해 ‘AI(인공지능) 퍼스트 기업’을 선언한 후 1년 만에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AI 제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구글 렌즈는 이듬해 독립 앱으로 출시됐고, 추후 구글 검색창에 통합됐다. 구글 측은 5월 10일 열린 ‘I/O 2023’에서 “사용자들은 구글 렌즈를 한 달에 120억 건 이상 사용하는데 이 수치는 2년 만에 4배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말로만 AI 퍼스트를 외친 게 아니라 실제로 전 세계인의 삶에 녹아들게 만들었다. 첨단기술 기업이자 수십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구글이 보인 저력이다.

    올해 I/O가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 건 AI 퍼스트 기업으로서 구글이 실제 사용자의 삶을 바꿀 새로운 AI 기술과 제품, 업데이트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구글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 혹은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이라고 부르는 자체 AI 시스템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회사다.

    이뿐만 아니다. 구글은 세계 최대 디지털 광고회사이며 전 세계 스마트폰 OS(운영 시스템)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픽셀 브랜드로 스마트폰·스마트워치·태블릿을 만들고, 구글 홈과 네스트 등 IoT(사물인터넷) 기기를 선보이는 하드웨어 업체이기도 하다.



    AI, 웹, 광고, 콘텐츠, 클라우드, OS, 모바일 기기, 반도체, 자율주행차까지 구글이 주도하는 테크, 산업 분야에서는 지금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팜2·바드·제미나이… 언어 모델의 한계에 도전

    구글은 최고의 기술 및 연구자를 보유한 AI 기업이자 IT 산업의 근간으로 자리 잡은 ‘클라우드 컴퓨팅 제공 기업(Cloud Computing Provider)’이다. 전문가들은 LLM으로 대표되는 AI 기술과 클라우드 인프라가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함께 클라우드 인프라에 LLM을 더해 ‘AIaaS(서비스형 AI)’를 공급할 수 있는 극소수 회사 중 하나다.

    구글의 차세대 인공지능 언어모델 PaLM2. [구글]

    구글의 차세대 인공지능 언어모델 PaLM2. [구글]

    이번 I/O에서 공개한 차세대 언어 모델 ‘PaLM2’는 이전 모델(PaLM)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이며 다양한 크기(네 가지)로 제공된다. 다양한 사용 사례에 맞게 모델 크기를 선택해 쉽게 배포할 수 있다.

    PaLM2는 지메일(Gmail), 구글 독스 등 25개 이상 구글 제품을 지원하며, 구글 내부 수십 개 제품 팀에서 사용하고 있다. PaLM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는 점도 PaLM2의 특징 중 하나다. 구글의 강력한 언어 모델을 API 형태로 활용,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구글의 의료 연구팀(health research teams)은 PaLM2를 사용해 의료 전문 LLM인 ‘Med-PaLM2’도 개발했다. Med-PaLM2는 의학 지식에 맞게 미세조정(fine-tuned)됐으며 다양하고 방대한 의학 텍스트 기반으로 인사이트를 제시하거나 질문에 답할 수 있다.

    구글팀은 Med-PaLM2의 멀티모달 기능도 개발하고 있다. 멀티모달은 그림, 글, 음성 등 다양한 데이터 유형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AI 기술이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흉부 엑스레이나 유방조영술 등 의료용 이미지와 환자의 의료 기록을 합성, 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CEO가 5월 10일 구글 I/O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구글]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CEO가 5월 10일 구글 I/O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구글]

    PaLM2에 이어 차세대 LLM ‘제미나이(Gemini)’를 개발 중이라고 밝힌 대목도 흥미롭다. 제미나이는 애초에 다른 도구 및 API와 효율적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아직 학습 단계(in training)에 있지만 이전 모델을 능가하는 멀티모달 기능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는 게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의 설명이다.

    구글 인공지능 챗봇 바드의 구동 화면. [구글]

    구글 인공지능 챗봇 바드의 구동 화면. [구글]

    앞서 2월 공개한 AI 챗봇 ‘바드(Bard)’를 PaLM2로 업그레이드한 것도 이번 I/O의 주요 발표 내용 중 하나였다. 구글에 따르면 바드 프롬프트(입력창)에 이미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며 180여 개국에서 영어 버전 바드에 접속할 수 있다. 영어 이외에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언어로는 한국어와 일본어가 최초로 적용됐다. 구글은 연말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는 40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바드를 업데이트한다는 계획이다.

    검색 광고가 매출 60%, 생성 AI로 업그레이드

    2022년 기준 구글의 전체 매출(2798억1000만 달러)에서 검색 광고 매출(1624억5000만 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그만큼 구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비스가 검색이다. 구글의 검색 정책 변화 및 검색엔진 최적화(SEO) 여부에 따라 웹 생태계, 온라인 광고업계, IT 업계가 큰 영향을 받는다.
    구글은 이번 I/O에서 테스트 중인 제품과 아이디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인 ‘검색 실험실(Search Labs)’을 소개했다. 구글 앱이나 웹 브라우저 크롬에서 실험실 아이콘을 눌러 가입할 수 있다는 게 구글 측 설명이다.

    미국에서 구글 검색 실험실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검색 실험실에서 새로운 생성 AI(generative AI) 환경을 사용해 볼 수 있다. 구글은 검색 실험실을 활용해 사용자 피드백을 수렴,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선할 계획이다.

    생성 AI 환경에서 검색어를 입력하면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링크와 함께 고려해야 할 주요 정보에 대한 AI 기반 요약 정리, 다음 단계를 제안하는 메시지가 표시된다. 후속 프롬프트(입력어 제안)를 클릭하면 탐색 중인 주제와 관련, 구글에 자세히 문의할 수 있는 새로운 대화 모드가 표시된다. 지금처럼 단순히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AI 챗봇과 대화하듯 새로운 검색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약 240억 개의 제품, 판매자, 브랜드, 리뷰, 재고 등을 분석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AI ‘쇼핑 그래프(Shopping Graph)’를 기반으로 새로운 생성 AI 쇼핑 환경도 구축됐다. 제품을 검색할 때 고려해야 할 주요 요소, 적합한 제품, 최신 리뷰, 평점, 가격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대항마 ‘워크스페이스’도 진화 중

    지메일(Gmail), 구글 독스(Google Docs), 시트(Google Sheets) 등을 포함한 구글의 협업 도구 ‘워크스페이스(Google Workspace)’는 빠르게 성장,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켜 왔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가 AI 기반 도구 ‘코파일럿’을 구독형 협업 도구 ‘오피스 365’에 적용한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Microsoft 365 Copilot)’을 선보인 가운데, 구글은 이번 I/O에서 이에 대응하는 ‘듀엣 AI(Duet AI)’를 선보이며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18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지메일 등 구글 워크스페이스 앱 전반에 강력한 AI 기능이 추가됨에 따라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생산성 혁신, 효율성 증대가 기대된다.

    지메일은 이미 AI를 사용, 응답 초안을 작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제 e메일 스레드(주고받은 e메일 묶음)의 맥락(context)을 고려하는 기능을 추가, 모바일 앱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 파워포인트와 비슷한 도구인 ‘구글 슬라이드(Google Slides)’에도 생성 AI를 통합, 텍스트 기반으로 이미지를 쉽게 만들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에 대응하는 ‘구글 시트’의 경우 AI 기능으로 데이터 분류를 자동화하고 이벤트와 프로젝트를 구성, 데이터를 더 빠르게 추적하고 분석할 수 있다.

    문서 작성 도구인 ‘구글 독스’에는 스마트 칩, 변수, 템플릿이 추가돼 문서에서 바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단축키를 제공할 예정이다. 문서 작성 보조 기능이 더욱 향상됐다.

    구글맵·포토·번역에 AI 기능 추가해 충성도↑

    구글이 이번에 공개한 PaLM2 4가지 중 가장 크기가 작은 ‘게코(Gecko)’의 경우 스마트폰에서도 구동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력한 성능의 AI를 전문가만 쓰는 게 아니라 일반 가정, 그리고 스마트폰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건 우리 삶의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구글은 여전히 전 세계 스마트폰 OS(운영 시스템)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지배적 사업자다. 구글 지도, 포토, 번역 앱 등 사용자들이 즐겨 쓰는 제품에 AI 기능이 적용된다면 구글 제품의 소비자 충성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운전, 도보, 자전거 등 어떤 경로를 이용하든 출발하기 전에 여정의 모든 구간을 시각화할 수 있는 구글 지도 ‘몰입형 보기(Immersive View for routes in Google Maps)’ 기능이 대표적 예다.

    구글은 경로 몰입형 보기를 암스테르담, 베를린, 더블린, 피렌체, 라스베이거스, 런던, 뉴욕, 파리, 샌프란시스코, 도쿄, 베니스 등지에서 수개월 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구글 포토의 새로운 사진 편집 환경인 ‘매직 에디터(Magic Editor)’를 사용, 흐린 하늘을 밝은 파란색 하늘로 바꾸거나 사진의 피사체 위치를 바꾸는 기능도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IT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구글의 하드웨어, 앱, 콘텐츠 매출은 290억600만 달러(약 38조5500억 원)로 전체 매출의 10.4%를 차지했다. 검색, 유튜브 등에서 발생하는 광고 비즈니스(약 80%)를 제외하면 두 번째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9.4%)보다 많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업 부문으로 자리 잡았다.

    폴더블 폰·태블릿 등 하드웨어도 놓치지 않아

    구글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픽셀 폴드’. [구글]

    구글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픽셀 폴드’. [구글]

    특히 지난해 공개한 스마트폰 ‘픽셀6a’ ‘픽셀7’ ‘픽셀7 프로’는 구글이 지금까지 출시한 스마트폰 중 가장 많이 팔렸다. 첫 스마트워치 ‘픽셀워치’를 출시하고, 웨어러블 기기 ‘핏빗(Fitbit)’과 통합한 것도 지난해였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워치 생태계의 활성 사용자는 300% 이상 급증했다.

    구글의 소프트웨어와 사용자가 만나는 지점에 하드웨어 기기가 존재한다는 점도 구글이 꾸준히 하드웨어 제품을 내놓는 이유 중 하나다. 하드웨어를 포함해 더 강력한 사용자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구글의 시도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구글은 픽셀 제품군에 구글의 첫 폴더블폰인 ‘구글 픽셀 폴드’를 추가했다. 구글 텐서 G2 칩을 탑재했으며 펼쳤을 때 화면 크기는 7.6인치다. 안드로이드 분할 화면 기능 등을 갖췄다. 구글은 보급형 스마트폰인 픽셀7a, 픽셀 태블릿도 이번 I/O에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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