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호

호남이 이재명을 버릴까 [+영상]

野 지지하나 마음 둘 곳 없다… 이재명 못 미덥고 이낙연 기대 않고 新黨 미지수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3-06-2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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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겹악재에도 호남 지지율 50%대

    • 8년 전에는 34%까지 내렸는데…

    • ‘이재명 사퇴론’ 크지 않은 이유

    • ‘이낙연 신당’ 에너지 거의 없어

    • 親明·非明·反明 교집합 비대위뿐

    • 정치적 타협 없으면 기권할 수도

    [여의도 머니볼⑩] ‘남국의 늪’ 본 호남, 이재명 못미덥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와 박광온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5월 17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제43주년 기념식 전야제에 참석해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와 박광온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5월 17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제43주년 기념식 전야제에 참석해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DJ(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민주당의 집권 방정식은 호남이 간택한 영남 후보다. PK(부산·경남) 출신의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은 호남이 밀어 대권을 쟁취했다. TK(대구·경북)가 고향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역대 민주당 계열 대선후보 중 최다 득표를 했다. 호남에서도 80%대 득표율을 얻었다. 당내 경선에서는 전남 영광 태생의 이낙연과 맞붙어 광주·전남에서 불과 0.17%포인트 차로 졌고, 전북에선 16.1%포인트 차로 이겼다.

    2017년 5월 31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이낙연 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7년 5월 31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이낙연 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 후 첫 총리로 현직 전남지사인 이낙연을 지명했다. 그가 임기 말까지 40%대 지지율을 유지한 것도 호남과 무관치 않다. 호남의 지지세와 수도권의 호남 표심이 결합했다. 정치권에는 수도권 유권자의 30%가 호남 출향민이라는 정설이 있다. 결속력 강한 호남민은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을 방지했다. 보수가 호남 공략에 공을 들이는 목적도 ‘호남 지역구 당선’보다는 수도권을 겨냥한 성격이 더 짙다.

    따라서 “민주당이 수도권 정당이 됐다”는 말은 절반만 사실이다. 수도권에서 보수에 비교우위를 보이는 연료가 바로 호남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으로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출마를 준비 중인 민주당 관계자는 “경기 고양시 등에는 이미 당내 현역의원이 있는데도 출마하겠다고 활동하는 인사가 아주 많다”고 말했다. 고양시의 경우 수도권 전체 평균보다 호남 출향민이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호남과 민주당의 관계를 지역주의의 렌즈로만 보면 중요한 걸 놓친다. ‘호남 대망론’이라기보다 ‘반(反)보수 대망론’이다. 일종의 안티테제(Antithese)다. 호남도 민주당도 보수를 이기고 싶어 한다. 공통의 타깃이다. 각자 나름의 서사가 있다. 그런 이유로 호남과 민주당은 서로에게 핵심 전략자산이다. 중요한 열쇳말은 동맹이다. 동맹은 냉혹하다. 호남 사람인 정동영·정세균·이낙연은 전략적 가치가 떨어져 대권 가도에서 낙마했다.



    경고등 켜졌으나 퇴장 신호 아냐

    최근 호남 민심이 주목받는 건 ‘반보수’의 연료인 민주당의 도덕적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김남국 의원의 ‘거액 코인 보유 논란’과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이 두 축이다. 5월 5일은 분수령이 된 날이다. 이날 김남국 의원 관련 논란이 조선일보를 통해 처음 보도됐다. 여론의 흐름은 어땠을까.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4월 4주차에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62%다. 5월 1주차와 2주차에 민주당은 호남에서 각각 51%, 53%의 지지를 얻었다. 보도를 전후해 10%포인트 안팎의 지지층이 이탈했다.

    5월 3주차에는 55%로 소폭 상승했다. 이 조사는 5월 16~18일 실시됐다. 5·18민주화운동 제43주년 기념식이 있던 시기다. 마침 이재명 대표·박광온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5월 17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았다. 이 대표는 광주에서 “다음 총선에서 원포인트 개헌으로 광주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자”고 말했다. 호남 민심에 구애하는 메시지이면서 이완된 지지층에 보내는 신호다. 이 문장 하나에 ‘이재명 민주당’의 노선이 오롯이 담겨 있다. 외연 확장 대신 내부 결집을 택했다.

    5월 4주차에 민주당의 호남 지지율은 41%로 급락했다. 그러다 6월 1주차에 54%로 반등했다. 한 달여 조사를 종합하면, 5월 4주차는 일시적으로 ‘튄’ 지표라고 볼 여지가 있다. 5월 4주차에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평소보다 높은 17% 지지율을 얻은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리하면 지금 민주당의 호남 지지율은 50% 안팎이다. 실제 한국갤럽이 발표한 5월 통합 지표를 보면 민주당은 호남에서 정확히 50% 지지율을 얻었다. ‘튄’ 지표를 빼면 수치는 더 올라간다.

    4월 통합 지표에서 얻은 58%에 비하면 내림세다. 그러니 ‘민주당이 호남에서 흔들린다’는 취지의 기사가 등장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만 방어막을 잘 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경고등이 켜졌으나 퇴장 신호까지는 아니다. 불은 붙었는데 폭발력이 부족하다. 민주당 외에는 지지율 20% 이상을 기록한 정당이 없다. ‘호남 야당’인 국민의힘과 정의당의 지지율을 합해도 최대 25%다. 한 뭉텅이의 표로 볼 수도 없다. 국민의힘과 정의당 사이의 이념적 거리 때문이다. 막상 선거가 치러지면 정의당 지지율 일부가 민주당으로 옮겨갈 여지마저 있다. 당장 내일이 총선이라면 호남에서는 민주당 공천장을 받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봉숭아 학당’의 추억

    이 대목에서 시곗바늘을 8년 전 5월로 돌려보자. 몇 가지 공통점 때문이다. 우선 ‘본게임’에 해당하는 총선을 11개월 앞둔 시점이라는 점이 같다. 직전 대선에서 낙마한 인물이 당대표를 맡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2015년 5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이하 새정연)의 당권은 문재인 대표가 쥐고 있었다. 그해 2월 8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문 대표가 DJ의 가신인 박지원 의원을 꺾고 당선했다. 문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석패했다. 지금의 이재명 대표 역시 2022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간발의 차로 패했다.

    위기 상황이라는 점도 같다. 2015년 4·29 재·보궐선거에서 성완종 게이트에 따른 박근혜 정권 심판론 바람이 불었다. 정작 야당인 새정연은 텃밭인 광주 서구을과 서울 관악을에서 졌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선 20%포인트 이상 격차로 대패했다. 같은 해 5월 8일에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이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사퇴할 것처럼 공갈친다”고 발언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즈음 새정연을 두고 ‘봉숭아 학당’이라는 조롱 섞인 비판이 나왔다.

    지금의 ‘이재명 사퇴론’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는 ‘문재인 사퇴론’이 돌았다.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에 좀체 힘이 실리지 않았다. 호남에서도 새정연을 수권 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흐름이 형성됐다. 2015년 5월 3주차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호남에서 새정연의 지지율은 34%에 불과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20%였다. 민주당 계열 정당과 보수정당의 지지율 격차가 가장 작았던 시기 중 하나다.

    자연스레 궁금증이 딸려온다. 최근 들어 민주당에 초대형 악재가 두 개나 터졌다. ‘거액 코인’이나 ‘전당대회 돈 봉투’ 등 단어에서 풍기는 이미지부터 악성(惡性)이다. 당 혁신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굳이 겪지 않아도 될 논란을 자초했다. 이재명 대표는 ‘사법 리스크’에 발이 묶여 있다. 당수(黨首)의 도덕적 권위에 금이 갔다. 8년 전보다 나쁘면 나빴지 좋을 게 없는 상황이다. 정작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호남에서 민주당은 과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호남이 유독 이 대표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대표의 정치적 에너지는 대선 전후에 가장 강력했다. 이때도 호남은 그를 ‘전략적으로’ 간택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20대 대선 직후인 2022년 3월 10∼15일 실시한 대선 패널 2차 조사를 보자. 이재명 후보가 호남에서 얻은 호감도는 56.0%다. 이 중 ‘매우 좋다’를 택한 호남민은 15.3%다. 같은 조사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호남에서 얻은 호감도는 60.0%다. ‘매우 좋다’를 택한 호남민은 26.2%로 이재명 후보와 비교하면 도드라지게 높다. 열광의 강도에 차이가 있다.

    다른 조사에서 드러난 민심도 비슷하다. 다음은 KBS 광주가 5월 10~11일 조사한 결과다. 이 조사는 광주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르면 광주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56.3%다. 이 대표가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52.4%다. 당 지지율보다 이 대표 직무수행 지지율이 소폭이지만 낮다. 이 대표 처지에서 보면 호남 분위기가 미묘하다.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지도자’ 조사(5월 30일~6월 1일 실시)를 보면 호남에서 이 대표 지지율은 38%다. 압도적 1위이긴 하지만 의견 유보층이 44%나 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호남에서 민주당에 대해 ‘이건 아니다’ 실망하지만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그래도 이재명밖에 없지 않으냐’ 하는 충성심이 강하다”(6월 5일, KBC광주방송)고 말했지만 정치적 의도가 섞인 발언으로 봐야 한다. 외려 복수의 조사를 종합하면 호남에서 이 대표의 지지율은 당 지지율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에 대한 이중 심리

    이와 관련해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호남에 복잡한 심리 상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렇게 부연했다.

    “우선 윤석열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뭉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심리가 있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이중적 심리가 있는 것 같다. (호남이) 대선에서 전폭적으로 이재명을 밀었는데 아깝게 졌다. 지방선거에서는 실망감 때문인지 투표율이 굉장히 낮았다. (이 대표가 출마한) 전당대회 때도 호남 대의원 투표율이 그리 높지 않았다. 거기다 이재명 체제가 계속 갈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중요한 건 반(反)윤석열 전선에서 분열하면 안 된다는 심리로 보인다.”

    여기다 한 가지 추가할 요소는 ‘대안 부재론’이다. 2015년 5월 3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새누리당의 호남 지지율이 20%였다고 앞서 언급했다. 새누리당의 약진은 2014년 7월 이정현 의원의 전남 순천 보궐선거 당선과 무관치 않다. 1988년 소선거구제로 바뀐 이후 호남 지역구에서 보수 계열 여당 의원이 당선된 첫 번째 사례다. 이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지역구 재선에 성공했다. 같은 총선에서는 ‘신당’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민주당에 압승했다. 총선이 끝난 뒤인 2016년 5월 3주차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국민의당 지지율이 40%를 넘겼다. 이를테면 호남에서 대안 정당에 대한 에너지가 가장 뜨거웠던 시기다. 이를 담아낼 그릇이 있던 때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이낙연 대안론’이다. 2016년 총선 당시 국민의당 돌풍의 기반이기도 한 ‘안철수 대안론’의 다른 버전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KBS 광주의 5월 10~11일 조사 결과를 다시 보자. 조사에서는 ‘호남 출신 장래 정치지도자’로 누가 가장 좋은지를 물었다. 앞서 소개한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지도자’ 조사와는 별개의 조사다. 선택지에는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호남 출신이 아닌 인물도 섞여 있다. 호남에서 다음에 ‘간택’할 가능성이 있는 정치지도자를 물은 조사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여기서 이재명 대표가 얻은 득표율은 11.1%다. 야권 구심점에 대한 ‘텃밭’의 민심치고는 냉정하다.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42.5%에 달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얻은 득표율은 10.6%다. 이 전 대표 경우 광주의 고령층에서 득표율이 높았고(70세 이상 18.2%, 60대 11.7%) 20대(2.8%)와 30대(7.1%)에서 얻은 득표율은 한 자릿수다. ‘이낙연 신당’의 기반으로 삼기엔 너무 낮다. 지금으로서는 호남에서 ‘이낙연 신당’의 에너지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 등이 각자 신당을 띄웠지만 향후 어떤 모양새로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세 번째)가 1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명계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 ‘민심으로 보는 민주당의 길’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세 번째)가 1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명계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 ‘민심으로 보는 민주당의 길’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변곡점 향해 달리다

    신당의 에너지와는 별개로, 민주당의 분열 가능성은 상수다. 뇌관은 이재명의 거취다. 최근 분위기를 보면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친명(親明)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6월 1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당내에) 기승전 이재명 책임, 나아가서 ‘사퇴’ 이런 말을 하는 분이 몇 있다”면서 “이 대표가 물러나면 총선 필패”라고 했다. 당 주류의 기류를 알 수 있는 발언이다. 비주류로서도 내년 총선과 2027년 대선 주도권을 둘러싼 다툼이라 쉽게 물러서긴 어렵다. 혁신위 구성 과정에서 나온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민주당의 분열 가능성이 60%”라고 판단한다. 그가 이런 판단을 내리게 된 설명을 곱씹다 보면 민주당 각 계파가 받아 든 난제가 시야에 들어온다.

    “‘친명’의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①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이다. ②는 이 대표가 어쩔 수 없이 물러나면 ‘친명 비대위(비상대책원회)’는 할 수 있다는 거다. ③은, ①과 ② 하나도 이뤄지지 않으면 분당을 각오한다는 거다. ‘반명’에게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른다는 시나리오는 없다. ①은 정치적 타협을 해서 비대위로 가는 건데, 그럼에도 ‘친명 비대위’는 받아들일 수 없을 거다. ②는 이재명 대표가 계속 자기중심으로 가면 선제적으로 ‘이재명 체제’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검찰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면 통과시키는 것까지 생각하지 않겠나. ③은 ①과 ②가 여의치 않을 경우 어쩔 수 없이 탈당하는 거겠지. ‘비명’의 시나리오는 하나다. 분당·탈당은 어렵고, 이재명 체제로 치르는 총선에서 승리 가능성도 낮다면 남는 건 비대위다. 그러니까 친명·반명·비명의 교집합은 비대위다. 이 대표가 예를 들면 ‘김부겸 비대위’ 등의 타협안을 받으면 되는데, 안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언제든 분열할 수 있다.”

    타협안은 하나인데 각 계파가 그 길로 나아가는 길은 험난하다. 균열이 파열음으로 번지는 건 한순간이다. 분당(分黨)까지는 아니어도 심리적 분당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이것이 호남 민심에 미칠 파장은 작지 않다. 호남 유권자 처지에서 보면 정권 견제 전선이 흐트러지는 꼴이 된다. 여기다 대안 세력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남는 카드는 투표 포기, 그러니까 기권이다. 실제 4월 5일 열린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투표율은 26.8%였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광주는 37.7%의 투표율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투표율이 낮아지면 조직 기반을 갖춘 민주당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은 되레 커진다. 어디까지나 호남 지역구에 해당하는 얘기다. 대신 낮은 투표율로 당선된 의원들의 대표성은 떨어진다. 그러면 호남이 한국 정치에서 갖는 상징성과 영향력도 줄어든다. 호남이 대통령을 만든다는 자부심에도 생채기가 난다. 호남 유권자들의 고약한 딜레마다. 겉으론 단단해 보이는 호남-민주당 동맹이 변곡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재명 체제가 ‘호남 지지율 50%’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신동아 7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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