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호

5년 전 배민에 ‘외국자본 C사’ 소리 듣던 쿠팡, 배달 앱 판도도 바꿨다

[유통 인사이드]

  • 김민지 뉴스웨이 기자 kmj@newsway.co.kr

    입력2024-05-2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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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팡이츠, 요기요 제치고 2위 등극

    • 無최소주문금액·배달비 앞세운 ‘저가 공세’

    • ‘로켓배송’ 혁신 그대로 이식, 경쟁력↑

    • 여전히 1위지만… 배민, 쿠팡이츠 전략 쫓아가기 급급

    [Gettyimage, 쿠팡이츠]

    [Gettyimage, 쿠팡이츠]

    쿠팡의 배달 앱 쿠팡이츠가 기존 2위 업체 요기요를 제치며 시장 판도를 바꿨다. 그간 배달 앱 시장은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요기요·쿠팡이츠 순의 3강 구도가 굳어져 있었다. 배민이 압도적 1위 자리에 있었고, 요기요가 2위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했다. 후발주자로 배달 앱 시장에 뛰어든 쿠팡은 공격적 프로모션으로 세를 불렸다. 그리고 올해 3월 처음으로 요기요를 제쳤다.

    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에 따르면 3월 기준 쿠팡이츠 월간 사용자 수(MAU·안드로이드 및 iOS 사용자 기준)는 625만8426명을 기록했다. 쿠팡이츠 MAU는 지난해 3월 319만9547명에 불과했으나, 1년 만에 305만8879명이나 늘었다. 600만 명을 넘긴 것도 처음이다.

    같은 기간 배민의 MAU는 2185만917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2138만1377명) 대비 47만802명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1월부터 배민 MAU는 2100만~2200만대에서 소폭 변동이 있었지만 사용자 수가 크게 줄어들거나 늘지는 않으며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쿠팡이츠로부터 점유율을 빼앗긴 곳은 바로 요기요다. 요기요 MAU는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700만 명대를 유지해 왔다. 그러다 같은 해 9월 MAU가 656만5387명으로 떨어졌고, 6개월이 지난 올해 3월 MAU는 579만9473명까지 주저앉았다.

    배민 “쿠팡으로부터 거센 도전 받아왔다”

    후발 주자에 불과하던 쿠팡이츠가 어떻게 시장을 뒤흔들 수 있었을까. 때는 쿠팡이 쿠팡이츠를 통해 배달 앱 시장에 진출한 2019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쿠팡은 무(無)최소주문금액, 무(無)배달료를 내걸고 30분 이내 배달을 앞세워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시작했다. 배달 인력 확보를 위해서 자체적으로 배달 인력을 고용하거나 전문 배달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 일반인 배달 방식(쿠팡이츠 배달 파트너)만을 선택했다.



    쿠팡의 전략은 최소주문금액과 배달비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었다. 배달 파트너가 배달을 수행하면 이에 맞는 배달료를 지급해야 하는데, 소비자가 배달비를 부담하지 않고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쿠팡이츠는 소비자가 5000원어치 음식을 주문해도 무료 배달을 해줬기에 업계에선 수지타산이 맞겠냐는 지적이 나오곤 했다. 더군다나 이때까지 쿠팡은 적자기업이었다. 쿠팡이츠를 론칭하기 전인 2018년 쿠팡이 본 적자는 1조970억 원에 달했다. 점점 적자 규모가 늘어나는 쿠팡이 언제까지 최소주문금액 제한을 두지 않고 배달료를 받지 않을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배달 파트너가 배달을 수행하는 방식도 위험도가 높았다. 배달 파트너는 전문 인력이 아닌 만큼 배달 업무에 능숙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고, 이 때문에 점주와 소비자가 불편을 겪기도 했다. 배달이 미숙해 음식이 쏟아지거나, 배달 파트너가 길을 잘 모른다거나 하는 일이 왕왕 일어난 것이다.

    여러 지적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배달 앱 진출은 1위 배민을 긴장시켰다. 2019년 배민은 딜리버리히어로와의 인수합병 관련 자료에서 “토종 애플리케이션으로 국내 배달 앱 1위에 올랐지만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와 국내 대형 플랫폼 등의 잇따른 진출에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C사’가 쿠팡이다.

    배민은 국내 배달 앱 시장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이었다. 그런 배민이 배달 앱 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쿠팡을 견제한 이유는 ‘잠재력’에 있다. 쿠팡은 온라인 시장에서 ‘로켓배송’으로 배송 혁신을 이뤘다는 평을 받아왔다. 쿠팡은 이를 그대로 쿠팡이츠에 이식해 30분 내 배달을 앞세웠다. 배민이 쿠팡이츠의 편의성을 경험한 소비자가 이탈할 것을 우려함은 당연했다.

    쿠팡이츠 업계 선도 키워드, ‘단건 배달·새벽 배달·수수료 개편’

    이렇게 배민·쿠팡이츠의 배달 앱 시장 전쟁 서막이 올랐다. 쿠팡이츠가 도입한 30분 이내 배달은 여러 식당에서 음식을 픽업한 후 돌아가며 배달하는 기존 배달 시스템(묶음 배달)이 아닌 ‘1주문 1배달(단건 배달)’을 기반으로 했다. 여기에 더해 쿠팡이츠는 ‘중개수수료 1000원(점주 부담), 배달비 5000원(점주+소비자 부담)’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단건 배달을 경험한 소비자가 점점 늘어나며 배달 시간이 최소 40분가량 걸리는 묶음 배달은 경쟁력을 잃어갔다. 쿠팡이츠가 서서히 인지도를 올리자 배민도 서울 강남과 송파 일부 지역에서 ‘번쩍배달’이라는 단건 배달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애당초 번쩍배달은 45분 이내 배달을 원칙으로 했으나, 쿠팡이츠의 기세에 기조를 강화했다. 배민 전업 라이더 배민라이더스와 배민 커넥터들만 배달을 수행하고, 일반 배달 대행에는 주문을 주지 않으면서 더 빠른 배달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어 2021년 6월 배민은 ‘배민1(one)’으로 단건 배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쿠팡이츠에 대항해 중개수수료와 배달비 프로모션도 동일하게 진행했다.

    같은 해 10월 쿠팡이츠는 서울 전 지역에서 배달 시작 시간을 앞당기며 새벽 배달도 시작했다. 기존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였지만 이를 3시간 앞당긴 새벽 6시로 바꿨다. 9~10월부터는 서울 외 경기권과 인천 일부 지역까지 새벽 배달 운영을 확대했다. 배민 역시 질세라 서울과 경인 지역(성남·수원·용인)에서 배민1 운영시간을 확대했다. 기존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익일 2시까지였으나, 10월 24일부터는 오전 8시부터 익일 3시까지로 2시간 늘렸다.

    이처럼 두 회사가 출혈경쟁을 지속하면서 적자 폭은 더 확대됐다. 2021년 쿠팡의 영업손실은 1조8039억 원에 달했다. 쿠팡이 대규모 적자를 낸 요인 가운데 하나로 쿠팡이츠의 시장 안착과 점유율 확대를 위해 쏟아부은 마케팅 비용이 꼽혔다. 쿠팡이츠 고객·상점주, 배달 파트너 지원과 운영을 위한 서비스 팀을 관리하는 쿠팡이츠 서비스의 당기순손실도 35억 원으로 집계됐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2021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020년(-112억 원)보다 늘어난 767억 원을 기록했다. 배달 업무 등을 맡는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에 지급한 외주용역비가 적자의 핵심 요인으로 분석됐다. 당시 우아한형제들의 외주용역비는 7864억 원으로 2020년(3294억 원) 대비 2.3배 늘었다. 또 우아한청년들이 지급한 외주용역비는 5741억 원으로 2020년(1816억 원)보다 316.1% 늘었다. 배달원에게 지급한 배달비용이 우아한형제들 외주용역비의 73% 정도를 차지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 회사 모두 배달 수수료 체계를 손질할 수밖에 없어졌다. 2022년 초 쿠팡이츠는 수수료 정책을 △수수료 일반형·절약형 △배달비절약형·포함형으로 세분화했다. 수수료 일반형은 중개수수료가 기본 15%에서 9.8%, 수수료 절약형은 7.5%까지 낮아졌다.

    배달비절약형은 중개수수료가 15%로 유지되는 대신 자영업자 부담 배달비가 900원으로 저렴해지고 최대 배달비를 2900원으로 한정했다. 배달비 포함형은 주문 중개수수료와 자영업자 부담 배달비가 통합된 형태로 총 수수료가 27%로 책정됐다. 이 수수료 외 추가 배달비는 전액 쿠팡이츠가 부담하기로 했다.

    이후 곧장 배민이 배민1 요금제를 세 가지(기본형·배달비절약형·통합형)로 분류 개편했다. 기본형은 중개이용료 ‘6.8%+배달비 6000원’으로 구성됐다. 배달비절약형과 통합형은 중개수수료·배달비를 쿠팡이츠 배달비절약형·포함형과 똑같이 구성했다.

    묶음 배달 ‘부활’ + 할인 전쟁

    수수료 체계 개편 이후 물가까지 오르며 소비자 부담 배달비가 최대 6000원 수준으로 치솟자 소비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소비자들은 “김밥, 떡볶이 시키는데 배달비가 너무 비싸다” “그나마 배달비가 저렴한 곳을 찾으면 최소주문금액이 너무 높다”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이에 배민과 쿠팡이츠는 배달비 경감 방안을 내놨다. 지난해 3월 배민은 고객 유입을 늘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묶음 배달 서비스 ‘알뜰배달’을 도입했다. 알뜰배달은 거리가 가까운 주문 여러 건을 함께 배달하는 묶음 배달 서비스다. 배달 시간이 평균 40~50분 걸리는 대신 배달비를 낮췄다.

    이후 쿠팡이츠가 단건 배달의 정체성 훼손을 최소화하는 최다 2건 묶음 배달인 ‘세이브배달’을 출시했다. 세이브배달은 역시 알뜰배달과 마찬가지로 근접한 주문을 묶어 배달하는 서비스인데, 최다 2건까지만 함께 배달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소비자들이 세이브배달을 이용하면 최대 1000원까지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고 할인 비용은 쿠팡이츠가 부담하기로 했다. 단건 배달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됐던 묶음 배달의 ‘부활’이다.

    묶음 배달에서도 출혈경쟁이 벌어졌다. 쿠팡이츠가 3월 18일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세이브배달 배달비 0원’ 정책을 발표한 것이 시작이다. 이날 쿠팡이츠 앱 일간 신규 설치 건수는 4만1124건으로, 같은 날 배민 일간 신규 설치 건수(1만 5723)를 훌쩍 뛰어넘었다. 배달비 무료화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3월 26일 쿠팡이츠 앱 신규 설치 건은 3만8023건으로 배민(1만63131건), 요기요(8612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배민은 4월 1일부터 알뜰배달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배민은 우선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은 배민 앱 내 배너에서 알뜰배달 무료 쿠폰(최소주문금액 1만5000원)을 무제한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배민은 기존 제공하던 한집배달·알뜰배달 10% 할인 혜택을 유지해 소비자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식으로 혜택을 강화했다.

    요기요도 참전했다. 요기요는 배달 지역 및 유형에 상관없이 전국 배달비 무료라는 초강수를 들고나왔다. 소비자가 요기요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할 때 ‘요기배달’로 최소 주문 금액 1만5000원 이상 주문 시 배달비가 무료다. 묶음 배달이 아닌 단건 배달도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없다.

    배민 여전히 건재하지만…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지속하는 이유는 배달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가 거의 없다는 데서 기인한다. 대개 소비자들은 배달 앱을 여러 개 설치해 놓고 장바구니에 같은 가게의 같은 품목을 담아 최종 가격이 더 저렴한 곳에서 주문하기 때문이다.

    쿠팡이츠가 매섭게 치고 올라오고는 있지만 아직 배달 앱 시장에서 배민의 영향력은 매우 강력하다. 3월 기준 배민 MAU(2185만9179명)가 쿠팡이츠 MAU(625만8426명)보다 3.5배가량 더 많다. 또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쿠팡이츠와 배민의 사용시간 및 사용일 수 부문 격차도 여전하다. 3월 배민과 쿠팡이츠의 1인당 월평균 사용일 수는 각각 8.68일, 6.65일로 2.03일이 차이 났다. 사용시간은 배민이 1.07시간, 쿠팡이츠가 0.58시간으로 0.45시간 차이를 보였다.

    그럼에도 쿠팡이츠가 위협적인 이유는 내놓는 서비스, 프로모션이 족족 시장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배민은 아직 쿠팡이츠가 뛰어넘기 어려운 1위 업체인 것이 분명하지만 쿠팡이츠 등장 이후 단건 배달, 새벽 시간대 배달 확대, 수수료 체계 개편, 세이브배달 무료 등 대부분 정책을 쫓아가기 바빴다.

    2위 요기요도 마찬가지다. 요기요는 쿠팡이츠와 배민이 단건 배달로 피 튀기는 싸움을 지속하던 때 지조를 지키며 자체 인공지능(AI) 배차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묶음 배달에 주력했다. 그러나 결국 지난해 자사 배달 서비스인 ‘요기요익스프레스’를 ‘요기배달’로 변경하고 한 건의 주문만 배달하는 ‘한집배달’과 묶음 배달인 ‘실속배달’ 등 두 가지로 나눴다. 다소 뒤늦은 선택이었다. 깨달음이 있었던 것인지 최근 묶음 배달 무료 배달 전쟁에는 발빠르게 뛰어들었다. 5년 전 배민이 “‘C사’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고 말한 것이 기우(杞憂)가 아님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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