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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공부법

시공 초월한 열락의 보물상자는 교과서 밖에 있다!

역사 공부가 따분하다고?

  • 최광식 고려대 교수·한국사 kukh@korea.ac.kr

시공 초월한 열락의 보물상자는 교과서 밖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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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초월한 열락의 보물상자는 교과서 밖에 있다!

옛 고구려의 수도였던 중국 지안시 장군총 앞에 선 학생들.

궁전을 활용한 유럽의 박물관들은 대개 자국의 유물뿐만 아니라 이집트나 그리스 등 다른 나라의 유물들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제국주의 시기 식민지로부터 많은 유물을 강탈하거나 구입해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박물관은 공룡이나 매머드 등을 전시한 자연사박물관이 특징적이다. 미국에도 다른 나라의 유물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자국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자연사박물관을 통해 ‘그레이트 아메리카나’를 보여주려 한다. 이처럼 박물관의 성격은 그 나라의 역사적 전통에 따라 달라진다.

여럿이 함께 움직여라

역사의 현장 또는 박물관을 찾거나 역사책을 읽을 때는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같이 하는 게 효과적이다. 같은 유물을 보더라도 사람에 따라 느낌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친구와 만나거나 데이트를 할 때 꼭 박물관에 함께 가보라고 권한다. 한두 시간 박물관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상대방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역사 현장을 답사할 때 전공이 같거나 관심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함께 갈 때가 많다. 가족과 동행할 때도 많은데, 서로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인지 필자의 딸도 불교미술사를 연구하는 역사학도가 됐다.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1970년대 초반에는 휴교를 하지 않은 학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때의 노트를 보면 모든 과목이 통일신라 때까지만 필기가 돼 있다. 한국문화사, 한국정치사, 한국경제사, 한국사상사 등 다양한 과목의 노트가 하나같이 신라의 골품제, 신라 촌락문서, 교종과 선종, 석굴암과 불국사 등에서 멈춰 있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필자더러 왜 한국고대사를 전공했느냐고 물으면 “대학 다닐 때 한국고대사밖에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하곤 한다.

그런데 필자가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한 계기는 ‘호박회’라는 독서 서클이었다. 당시 최동호 학형(현 고려대 대학원장), 이상수 학형(현 노동부 장관) 등의 회원들과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고 토론을 했는데, 이것이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다. 특히 2학년 겨울방학에는 한국사상사와 관련된 책을 집중적으로 읽고 토론했는데, 결국 그때의 토론 내용이 필자의 전공분야가 되고 말았다.

당시엔 역사, 철학, 문학을 중심으로 한 사회학과 인류학 등 모든 분야의 책이 독서토론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광범위한 독서가 역사를 연구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사를 연구하더라도 동양사와 세계사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세계사의 보편성에 비춰 한국사의 특수성을 이해할 수 있다. 또 고대를 연구할 때는 고고학적 지식과 인류학적 방법론을 알아야 한국 고대의 역사와 문화를 다양하고 풍부한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책과 TV를 활용하라

역사소설을 읽는 것도 유용하다. 비록 픽션이지만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촉매제 구실을 한다. 필자는 방학이 되면 ‘임꺽정’ ‘장길산’ ‘태백산맥’ ‘토지’ 등 역사소설을 잔뜩 쌓아두고 몇날며칠 독서삼매경에 빠지곤 했다.

소설과 역사를 결합한 팩션 ‘로마인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과 작가적 상상력이 이상적으로 결합된 작품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로마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서양 역사의 배경과 흐름을 짚어볼 수 있다. 또한 왜 우리는 ‘신라인 이야기’나 ‘고구려인 이야기’를 이렇게 만들어내지 못할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그래도 요즘은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고구려사를 주제로 한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 같은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는데, 역사적 사실과는 동떨어진 내용이 많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작가가 아니면 생각해낼 수 없는 기발한 해석도 엿볼 수 있다.

또한 역사 다큐멘터리 ‘역사 스페셜’이나 히스토리 채널, 디스커버리 채널 등을 통해서도 다양한 역사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역사 스페셜’은 한국사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아시아 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은 아시아로 무대를 넓혀 우리의 시야를 틔운다. 히스토리 채널이나 디스커버리 채널은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특집 프로그램이 많아 다양하고 풍부한 세계사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중국 고대문명, 이집트 고대문명, 멕시코 마야문명 등에 대한 새로운 연구 성과도 신속히 접할 수 있다.

역사 관련서를 읽고, 현장답사를 하고, 박물관을 다니다 보면 역사와 문화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더 많은 관련 자료를 구해 읽게 된다. 그런데 효과적인 학습을 하려면 그 과정을 글로 기록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읽은 책에 대한 독후감 또는 답사한 지역에 대한 답사기를 쓰는 동안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고, 답사한 내용들을 오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기가 살아온 생애, 즉 ‘라이프 히스토리’를 쓰면서 시기 구분을 해보는 것도 색다른 역사공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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