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뉴욕 맨해튼

단풍 물들고 낙엽 뒹구는 센트럴파크의 가을

  • 사진/글 이형준

    입력2007-11-05 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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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뉴욕 맨해튼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 휴식을 취하는 남녀.

    할리우드 다음으로 영화가 많이 촬영된 도시가 뉴욕이라는 사실에는 누구도 이견을 달지 못할 것이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러브스토리’ ‘여인의 향기’ ‘폴링 인 러브’ ‘나 홀로 집에’ ‘킹콩’…,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영화가 이 도시에서 탄생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감독이 센트럴파크와 타임스퀘어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 뉴욕의 매력을 가장 아름답게 묘사한 영화를 꼽자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반드시 첫손에 들어가야 하리라.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최고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1989년작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특히 맨해튼이 중심 배경이다. 도심 복판에 자리 잡은 센트럴파크, 세계적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젊은이라면 한번은 가보고 싶어하는 미들타운, 예술가들에게 인기가 높은 그리니치빌리지, 옛 향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스트빌리지까지, 카메라는 뉴욕이 품고 있는 갖가지 아름다운 공간을 쉬이 지나치지 않는다.

    영화 서두에 시카고 대학에서 출발해 밤새 자동차를 타고 달려온 샐리(멕 라이언)와 해리(빌리 크리스털)가 헤어지는 장면을 촬영한 곳은 그리니치빌리지 관문으로 통하는 워싱턴스퀘어파크 지역이다. 언뜻 파리의 개선문이 연상되는 높이 26m의 구조물이 상징처럼 서 있는 워싱턴스퀘어파크는 지금도 영화 속 분위기 그대로다. 해리가 샐리를 내려주기 위해 진입한 도로와 초대 대통령 취임 100년 기념 개선문, 두 사람이 작별인사를 나누던 횡단보도와 신호등 하나까지 영화 속 장면과 꼭 같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저 멀리 보이던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9·11테러로 무너져 영원히 볼 수 없게 된 것뿐이다.

    워싱턴스퀘어파크 주변은 한적함과 활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아침엔 산책을 즐기는 주민들뿐이어서 한적하지만, 10시가 조금 지나면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분수대와 개선문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던 미셸 일행은 파리에서 왔다고 했다. 이들 세 명의 여행객 역시 프랑스 TV에서 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잊지 못해 이곳을 찾았다고 이야기했다. 비교적 조용한 아침시간이 지나고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손에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든 사람들로 공원은 북적대기 시작한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뉴욕 맨해튼

    파리에서 왔다는 미셸과 친구들이 워싱턴스퀘어파크 개선문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좌) 센트럴파크 보트하우스 주변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우)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뉴욕 맨해튼

    영화 속에서 샐리와 해리가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센트럴파크 산책로의 가을 풍경.

    카츠 델리카트슨에 걸린 1000장의 사진

    워싱턴스퀘어파크에서 동남쪽으로 10분 남짓 걸으면 샐리가 음식을 먹다 말고 갑자기 오르가슴을 ‘연기’하던 레스토랑 카츠 델리카트슨(Katz´s Delicatessen)을 만날 수 있다. 로어이스트사이드2번가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이 레스토랑도 영화 속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샐리가 앉았던 테이블 위에는 촬영장소임을 알리는 팻말이 놓여 있다. 이른 아침 시간인데도 젊은 한 쌍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안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1888년 처음 문을 연 카츠 델리카트슨 레스토랑은 사실 영화 촬영 이전부터 뉴요커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한 가게였다. 50여 개 테이블에 250명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는 레스토랑의 벽면은 1000여 장에 이르는 유명인사의 방문 사진으로 장식돼 있다. 마릴린 먼로, 폴 뉴먼, 비틀스 같은 연예인은 물론 대통령 재임시 방문했던 빌 클린턴까지 많은 이가 사진 속에서 활짝 웃어 보이고 있다. 커피와 홍차부터 간단한 샐러드, 샌드위치, 스테이크까지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격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적 배경을 꼽자면 아마도 센트럴파크일 것이다. 단풍으로 물든 나무와 낙엽을 배경으로 해리와 샐리가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 샐리가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모습, 해리와 친구 제스의 조깅, 해리와 샐리가 미술관을 찾아 데이트하는 장면 등이 모두 센트럴파크와 그 안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촬영됐다.

    샐리가 마리와 차를 마시며 조와 헤어진 이야기를 한 곳은 센트럴파크 중심에 있는 보트하우스다. 아름다운 인공호수와 맨해튼의 마천루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보트하우스는 간단한 차와 음료부터 정식 코스까지 제공되는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제법 넓은 1층 건물과 두 곳의 야외카페 가운데 영화가 촬영된 장소는 남쪽 노천카페. 샐리와 마리가 이야기를 나누던 이 카페는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늘 문을 열지만, 영화 분위기에 푹 빠져들고 싶다면 단풍과 낙엽을 동시에 볼 수 있는 10월말이 적격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뉴욕 맨해튼

    영화 속에서 샐리와 해리가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센트럴파크 산책로의 가을 풍경. 영화 주인공처럼 꾸미고 센트럴파크를 찾은 여성이 관광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센트럴파크에서 수시로 펼쳐지는 공연을 즐기며 춤을 추는 뉴욕 시민들. 센트럴파크 인공호수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연인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이집트 전시관 내부. 영화에서 두 주인공이 급격하게 호감을 갖게 된 곳이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해리와 샐리가 산책하는 장면이나 해리가 조깅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은 보트하우스 인근의 베데스다 분수 주변과 산책로다. 센트럴파크의 중심에 해당하는 베데스다 분수는 주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공연을 감상하려는 방문객과 한적하게 여유를 즐기려는 시민들이 자주 찾는다. 공원 서쪽은 아이들과 시민들이 썰매와 스케이트를 즐기는 장면을 촬영한 울먼메모리얼 링크 지역으로, 봄부터 가을까지는 야구장과 잔디밭으로, 겨울철엔 스케이트 링크로 사용된다. 역시 수십 편의 영화가 촬영된 명소 중의 명소라고.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뉴욕 맨해튼

    맨해튼의 번잡한 거리에서 두 남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좌) 맨해튼 배터리 공원을 찾은 이들이 거리의 예술가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름다운 도시가 만든 아름다운 영화

    보트하우스에서 동남쪽으로 조금 이동하면 미국 최대의 미술관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320만 점에 이르는 작품과 유물로 유명한 이 미술관 가운데서도 특히 한쪽 벽면이 유리로 이뤄진 이집트관에서 영화가 촬영됐다. 고대 이집트 유적지 일부를 통째로 옮겨놓은 전시장 역시 영화에 나온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흡사 스크린 속으로 걸어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는, 이제까지 살펴본 장소 외에도 눈부시게 화려한 초대형 조각물이 서 있는 록펠러 광장과 맨해튼 거리, 우체통, 꽃집, 책방, 상점 등이 등장해 뉴욕의 다양한 매력을 뽐낸다. 아름다운 도시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영화임을 흠뻑 자랑하면서 말이다.

    여·행·정·보

    인천에서 뉴욕까지는 직항 편이 운행되며(14시간), JFK국제공항에서 영화의 무대가 된 맨해튼까지는 택시나 뉴욕에어포트버스를 이용하면 된다(1시간). 센트럴파크와 맨해튼 중심지, 그리니치빌리지 등은 모두 걸어서 관람이 가능하다. 맨해튼의 숙박요금은 가히 살인적이고 계절에 따라 방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기간도 길므로, 접근하기 편리한 퀸스, 스태튼, 뉴저지 등에 숙소를 정한 후 목적지를 찾아 둘러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미국 여행에는 비자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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