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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D-14부터 ‘에너지 드링크’ 쌓아놓고 공부, 고카페인 ‘붕붕드링크’ 직접 제조도

대한민국 중딩의 ‘카페인 다이어리’

  • 지수민│중학생 eomminssun@naver.com

시험 D-14부터 ‘에너지 드링크’ 쌓아놓고 공부, 고카페인 ‘붕붕드링크’ 직접 제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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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 드링크’ 등으로 불리는 고(高)카페인 음료가 청소년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 밤샘 공부를 위해 습관적으로 고카페인 음료를 마시고, 고함량 드링크를 직접 제조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카페인 음료를 반복적으로 마시면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지고, 피로가 누적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 한 중학교 3학년생이 직접 보고 겪은 청소년 카페인 음료 남용 실태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 ‘신동아’는 이 글을 다듬어 게재한다. <편집자 주>
시험 D-14부터 ‘에너지 드링크’ 쌓아놓고 공부, 고카페인 ‘붕붕드링크’ 직접 제조도

시험에 대한 부담감으로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마시며 밤샘 공부를 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 중딩이다. 초딩도, 어른들도 우리를 ‘무서운 중딩’ ‘질풍노도 중딩님’‘무개념 중딩’이라 한다. 더 자주는 ‘*중딩’이라 불린다. 태풍이 불 때 중심의 ‘눈’은 평온하다고 하는데, 중딩이 왜 우리나라에서 제일 무서운 종족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내 친구들을 보면 생각도 많이 하고,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어른들 눈에 우리가 전반적으로 ‘무개념’해 보이기 때문에 ‘무서운 중딩’이라고 부르지 않나 싶다. 생각 없는 초딩은 귀엽게 봐주고, 눈앞에 닥친 입시 생각만 해서 애늙은이가 된 고딩은 안쓰럽게 보는 것 같다. 이에 비하면 중딩은 키와 덩치는 어른들만큼 커서 징그러운데, 고등학생들처럼 체념한 듯 공부나 하면서 살지는 않기 때문일 거다.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기에 중학생은 너무 어리고, 미래의 뭔가를 진지하게 계획해보기에도 너무 젊다. 사실은 뭘 걱정하고, 뭘 해야 할지 막연하다는 것이 제일 큰 걱정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말할 때 욕도 많이 하는 것 같다.

나는 중딩의 하이라이트라는 ‘중2병’을 지난해에 거치고 이제 막 중3이 됐다. ‘중2병’은 일종의 신종 사춘기다. 자신은 세상의 진실을 알고 있지만, 가장 고독하고 불운한 운명이어서 어쩔 수도 없다고 느껴서 우울, 가출, 자살 같은 말을 블로그나 싸이월드에 남용한다. 한마디로 ‘눈 먼 사람들의 세상에서 자신만이 눈뜨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살짝 팔꿈치로 쳐도 지구 밖으로 날아갈 수도 있는 종족이 중딩이다. 이렇게 말하니 나도 무서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무서운 중딩들도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 바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다. 수업 시간에 떠들고 토요일에 슬쩍슬쩍 화장하고 놀러 다니는 중학생들도 시험일정이 발표되면 눈이 쑥 들어가고 공부하는 모드로 전환된다. 빼먹은 노트 필기도 빌려서 채우고, 오답노트 만드느라 분주해진다.

2학년을 생각해보면, 그때까진 내놓고 공부를 포기한 애들은 눈에 띄지 않았던 것 같다. 3학년 중간고사가 다가오면서 시험 따위 신경 안 쓴다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겉으론 다들 웃어넘기지만 속으로는 약간 한심하다는 시선으로 그런 친구들을 바라본다. 그런 친구들을 보며 나머지 대부분은 더 긴장해서 이번 시험은 꼭 잘 봐야지, 라고 다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시험이 2주쯤 남으면 여기저기 친구들의 수첩에 D-14라는 글자가 쓰이고 깨알같이 알차게 공부 계획표를 만든다. 본격적으로 시험 준비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번 중간고사를 앞두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 A가 독서실에 등록했는데, 분위기가 살벌하게 조용하다며 공부가 아주 잘된다고 한다. 나도 엄마를 졸라 독서실에 등록했다. 독서실은 새벽 2시까지 운영한다고 한다.

카페인 ‘빠는’ 이유

시험 D-14부터 ‘에너지 드링크’ 쌓아놓고 공부, 고카페인 ‘붕붕드링크’ 직접 제조도
새벽 2시까지 본전을 뽑기 위해서 내가 준비한 것, 바로 에너지드링크다. 에너지드링크는 이번 시험 비장의 무기다. 에너지드링크는 무개념 중학생들도 봐주지 않고 쓰나미처럼 덮쳐오는 잠을 쫓아주는 신비의 음료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에너지드링크에는 카페인과 타우린이 듬뿍 들어 있어서 내 친구들 대부분이 시험 시간에 잔뜩 사다놓고 밤새 ‘빤다’. 이런 음료는 마신다고 하기보다 ‘빤다’고들 한다. 왠지 더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카페인 성분을 잠깨는 약으로 생각하면 마신다기보다, 빤다고 하는 게 더 실감나는 것이다.

앞으로 2주, 새벽 2시까지 독서실을 이용하려면 매일 마시지 않는다 해도 적어도 열 캔 이상은 있어야 한다. 비싸기 때문에 용돈의 압박도 심해진다. 어떻게든 부모님을 설득해서 돈을 타내야 한다.

에너지드링크 중에서 제일 유명한 것은 수입산 R 제품이다. 가격은 250ml 한 캔에 2900원이나 한다. 그래도 제일 효과가 세기 때문에 친구들도 모두 사고 싶어한다. 오스트리아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이렇게 비싸다고 편의점 주인이 설명해주셨다.

R을 두 캔 사고 비슷하지만 조금 싼 국산 에너지음료 H를 세 캔 샀다. 꼭 필요한 순간에 R을 마시기로 했다.

캔은 둘 다 똑같은 파랑과 빨간색으로 돼 있어서 국산이 유사품처럼 보인다. R은 겉에 에너지드링크라고 쓰여 있지만 처음 봤을 땐 공업용품 같았다. 자동차 정비소 같은 데서 쓰는 기름통 같다고 할까, 조금 이상했다. 하지만 독특한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TV광고를 자주 보다보니 어느새 친숙한 느낌이고, 좀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강남이나 홍대 앞 클럽에서 많이 마신다고 하니 뭔가 더 특별한 것 같다. 불꽃이 그려진 또 다른 국산 B 캔도 의미심장하다.

내가 에너지드링크를 처음 마셔본 건 지난 기말고사 막판이었다. 친구가 처음 보는 음료캔을 갖고 와서 한 모금 마셔보라고 했다. 외국에서 클럽에 가는 사람들이 밤새 놀기 위해 마시는 음료인데, 우리나라에선 작가들이나 대학생들이 밤새 글을 쓰기 위해 마시는 음료라고 했다.

알고 보니, 많은 친구가 시험 기간에 박카스를 마시면서 공부하고 있었다. 공부를 아주 잘하는 B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박카스를 마시기 시작했다고 했다. 박카스에도 카페인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매일 밤 10시에 학원이 끝나고 학원 숙제까지 하려면 거의 매일 새벽 1시까지 깨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종종 박카스를 마시는 것 같다.

‘붕붕드링크’ 제조법

박카스를 이용하는 붕붕드링크라는 것도 있다. 이온음료에 과립형 비타민 C와 박카스를 섞어서 제조하는 수제 에너지드링크다. 에너지드링크의 기본인 카페인과 타우린이 몸에 흡수가 쏙쏙 되도록 이온음료에 섞는다고 한다. 과립형 비타민 C를 넣는 것은 강한 신맛이 이온음료의 느끼함을 없애주기도 해서지만, 그래도 몸에 뭔가 좋은 걸 마신다고 생각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어쨌든 나와 내 친구들 중에 붕붕드링크를 직접 제조해 먹는 애들은 본 적이 없다. ‘에너지드링크 사서 마실 돈이 없는데 급박하게 필요한 사람이나 마감에 쫓기는 가난한 작가들이 마시는 것’이라는 게 우리 사이에서 붕붕드링크에 대한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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