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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일 김병주 전 회장이 털어놓은 한미은행 인수 로비 막전막후

박태준·이헌재 “밀어주마”에 금감위,‘원칙’ 팽개치고 ‘유턴’

  • 정리·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칼라일 김병주 전 회장이 털어놓은 한미은행 인수 로비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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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복잡하게 전개됐다. J.P.모건이 도이치방크와 똑같은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즉 J.P.모건 역시 49.9%를 초과하는 지분을 가짐으로써 한미은행의 지주회사로 간주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순열과 조합을 거친 끝에, 김 회장은 J.P.모건 및 금감위와 함께 도출한 최종 투자구조안을 보여줬다. 2쪽이 넘는 분량에 육안으로는 이해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었다.

“결국 우리측 50.1%의 지분에 ‘코세어’ 지분 49.9%의 비율로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한미은행에 4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를 주기로 약속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코세어’ 내부 규정상 투자 한도는 1억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는 ‘J.P.모건이 총 소요자금의 4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을 제공했는데도 경영권을 공유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죠. 결국 우리는 각각 1억달러씩 출자해서 2억달러의 특수목적 회사(SPC)를 설립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2억5000만달러는 소규모 지분을 갖는 독립적 투자법인들로부터 조달하기로 했다. 이들 투자법인은 칼라일이 직접 소유권을 갖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는 의결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 칼라일은 이들 투자법인에 대한 주식 지분 중 2억달러를 싱가포르 투자청(GIC)과 미국의 여러 펀드로 구성된 신디케이트에 배정했다.

싱가포르 투자청도 참여



금감위는 주(主)투자법인의 지분율을 50 대 50으로 한다는 방안에 대해 타협할 태세가 되어 있었다.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금감위의 한 영리한 직원이 50 대 50 지분 방안에는 문제가 없지만, ‘코세어’가 은행이 아니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물론 이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코세어’는 J.P.모건이 100% 출자한 ‘펀드’였던 것이다.

“우리는 ‘코세어’가 J.P.모건의 100% 출자법인이며 유일한 사업 목적이 은행에 대한 투자라는 점에서 금융기관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법무법인의 소견서를 금감위에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김 회장의 장인이 (2000년 5월) 국무총리직을 사임했다. 결국 김 회장은 위험 부담이 따르지만 금감위의 ‘라이벌’인 재경부를 직접 설득하기로 했다. 재경부 이종구 금융정책국장은 ‘이 거래가 한국 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이며 칼라일-코세어가 출자한 투자법인은 4% 한도를 초과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러나 김 회장이 이 소식을 갖고 금감위를 다시 찾아갔을 때, 그들은 김 회장이 중간에 끼어든 것을 못내 불쾌해했다. 결국 김 회장은 비교적 우호적 자세를 보인 금감위의 한 관료를 통해 날짜가 지난 협조 공문을 전달할 수 있었고 이 방법은 잘 먹혀들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시련을 비웃듯 새로운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미은행은 BIS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기 위해 상반기 중 8000만달러의 전환우선주를 발행할 예정이었다. 김 회장은 이중 4000만달러를 인수하기로 약속하고 이 중 절반을 J.P.모건 코세어가 매입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발행일 바로 전날, ‘코세어’ 투자위원회가 2000만달러 투자 승인을 거부했다고 통보해왔다.

숙의를 거듭한 끝에, 칼라일은 ‘코세어’가 부담할 예정이던 2000만달러를 브리지 론(Bridge Loan)으로 충당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결국 2000만달러는 김 회장을 포함한 칼라일 파트너들의 개인자금으로 조달됐다.

8월 말까지는 이사회 구성을 놓고 협상했다. 칼라일은 총 13석 중 7석을 요구했고 한미은행은 6석을 주장했다. 결국 칼라일은 5석과 나머지 2석의 지명권을 갖게 되었다. 김 회장은 “실제로 7석을 가졌으므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칼라일의 한미은행 인수에 성공한 김 회장은 칼라일 아시아 회장으로 승진했다. 칼라일 창업자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의 분석은 정확했다. 김병주 회장이 가진 ‘독특한’ 기술과 결단력이 없었다면 이번 거래는 아마 성사되지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신동아 200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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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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