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를사이에 두고 한반도와 마주하고 있는 아키타(秋田)현은 수많은 봉우리와 아름다운 계곡으로 이름난 고장이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너도밤나무 숲, 계곡 가득한 신록과 이끼, 영험한 호수와 매력적인 온천 등 다양한 색깔을 자랑하는 아키타의 매력을 한눈에 살펴보기 위해서는 시라카미(白紳)산지와 다자와(田澤)호 주변에 형성된 삼림과 온천을 찾으면 된다.
인공 배제한 고산의 향기
시라카미산지는 일본을 통틀어 두 곳뿐인 세계자연유산지역 가운데 하나다. 나지막한 봉우리들로 이뤄진 170㎢의 산지에는 지구촌에서 가장 크고 잘 보존된 너도밤나무 숲이 펼쳐져 있다. 이 지역 곳곳에서 자라는 야생화와 산나물은 특히 반달가슴곰, 담비, 여우, 검은딱다구리, 동면쥐 같은 야생 동물들의 소중한 식량이 되고 있다.
너도밤나무 군락을 보존하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사전에 입산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일반 등산객도 전문 가이드와 동행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다. 30개 등반 코스가 개방되어 있는 시라카미산지는 한 코스를 관람하는 데 꼬박 한나절이 걸리지만 숙박시설과 휴게소는 물론이고 대피소도 없다.
웰빙을 추구하는 관광객에게 아키타현이 매력적인 또 한 가지 이유는 일본 최고의 수질을 자랑하는 온천과 극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통 료칸(旅館) 때문이다. 다자와호가 내려다보이는 산속에 온천이 여럿 있는데 이를 통칭해 ‘뉴토(乳頭) 온천지역’이라고 부른다. 이 지역에는 저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온천이 즐비하지만 그중에서도 츠루노유(鶴の湯)와 가니바(蟹場)온천이 대표적이다.
시라카미산지의 너도밤나무 군락지. 세계에서 가장 넓다.
뉴토 온천지역에서 다자와 호수로 이동하다 보면 호숫가에 있는 전통 료칸 ‘가신데이 시라하마(花心亭しらはま)’를 만날 수 있다. 아키타 최고의 서비스와 음식을 제공하는 숙박시설이라는 이 료칸에 들어서면 안주인이 지배인과 종업원들을 대동하고 직접 현관까지 나와 투숙객을 맞는다. 수천 곳에 이르는 일본의 전통 료칸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전통 료칸의 ‘풀 코스 서비스’
가신데이 시라하마 료칸에서 가장 먼저 제공하는 것은 차(茶)다. 차를 마시는 동안 종업원은 짐을 옮겨놓고 손님이 차를 다 마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방으로 안내한다. 고급 료칸은 대부분 가족들끼리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예약만 하면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일반적인 대중탕도 있고 온천탕도 실내와 노천탕이 모두 있어 원하는 곳을 선택하면 된다.
전통적인 고급 온천 료칸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중 하나가 음식이다. 어느 료칸이나 서너 종류의 독특한 일품요리를 내놓는데, 가신데이 시라하마의 경우 모든 음식을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재료만을 엄선해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계절에 따라 고장 특산물을 이용해 만드는 요리는 꼭 맛봐야 억울하지 않다.
아키타현의 자랑거리인 너도밤나무와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 풍경.
그 외에도 아키타현에는 해수온천과 모리다케 온천 골프장, 부담 없이 자연생태계를 관찰하며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조카이산, 전통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요코테와 가코노다네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곳이 많다. 언제 가더라도 도시 생활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말끔한 몸과 마음을 되찾기에 충분한 곳이다.
가신데이 시라하마 료칸에서 제공하는 맛깔스러운 저녁식사. 이 음식의 재료는 모두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무공해 채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