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호

남북농업협력사업 ‘우리 밀 프로젝트’ 시동

“북한 고성평야 570만평에 밀농사 지어 식량난 해소”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5-03-23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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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차원의 남북농업협력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올해 말부터 북한 금강산 인근 고성평야에서 대규모 밀농사를 지어 북한이 스스로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것.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남북협력사업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남북농업협력사업 ‘우리 밀 프로젝트’ 시동

    2005년 1월 초 북한 평안남도 청산협동농장의 농장원들이 퇴비작업을 하고 있다. 그 뒤로 방치돼 있는 논이 보인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 한국대표 이종우씨는 “동(東) 평양에 밀가루 가공은 물론 제빵까지 가능한 대규모 밀공장이 3개소나 있는데, 2개 공장은 부품이 없고 1개 공장은 지난해 7월부터 가공할 밀이 없어서 가동을 중지한 상태”라며 “(강원도 고성군)고성평야 570만평에 대규모로 밀을 경작해 북한의 식량 자급도를 높일 수 있도록 남북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 사업을 위해 통일부는 물론 현대아산과 제분업계, 민화협,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등 기업 및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결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북한이 올 3~4월 춘궁기를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당장 비료와 쌀, 그리고 농사짓는 데 필요한 벼와 못자리용 비닐 등이 급한 상황”이라며 “올해 초 북한에 지원할 예정이었던 비료 40만t도 미국의 제지로 지원할 수 없는 상태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한을 전후해 남북간 농업협력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두고봐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와 관련, 현대아산 김고중 특보는 “북한은 몇 해 전부터 농작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두벌농사(이모작)와 종자혁명 등에 주력하고 있는데, 북한의 경제사정과 식량난, 전력난 등으로 여력이 없는 것 같다”며 “남측에서 이를 돕기 위해 밀알과 비료, 농업기술 및 농기구 등을 지원하는 논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종우씨와 현대아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강산 북서쪽에 위치한 고성평야는 겨울철 일조량이 많고, 적설량도 적당해 밀이나 보리 등을 재배하기에 적합한 기후와 토양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평야의 규모에 대해서는 관계자들마다 조금씩 다른 정보를 내놓는다. 현대아산 실무자는 “고성군에 1개 농장당 250~500ha 규모의 협동농장 12개가 있는데, 이들 농장 중 중간 크기인 350 ha로 잡으면 100만평 정도 되지 않겠냐”고 추산했다.

    이에 대해 이종우씨는 “그건 실제 현장을 가보지 않고 추산한 것”이라며 “현장에 여러 차례 다녀왔는데, 고성평야의 전체 규모는 적어도 570만평 이상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아산측은 “지난해부터 금강산 인근 통천에 1만평 규모로 보리를 시험재배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작 성과에 따라 올해 말부터 경작 규모를 늘릴지 여부를 북한측과 협상할 계획이다.

    민간단체인 통일농수산사업단(전 통일농수산포럼)도 지난해 금강산 인근 삼일포 협동농장 1500평에 남측의 벼 5개 품종을 시험재배해 수확하는 등 남북농업협력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사업단도 통천 일대 협동농장이나 고성평야의 밀재배 지원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 대북사업 실무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진행중인 보리 시험재배, 그리고 현재 논의중인 밀재배 지원사업 등 지난해부터 남북공동 영농사업과 관련한 논의가 급속도로 활발해지고 있다”면서 “경색된 남북 관계가 풀리고, 국제정세가 안정된다면 본격적인 남북농업협력사업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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