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호

장성진급대상자 사전결정 입증문서 ‘간사의 임무’

“위원장님이 반대하시면 심사 끝나고 창피당할 수도 있습니다…”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donga.com

    입력2005-03-23 1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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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력으로는 큰 차이 없어 간사의 평이 결정적”
    • 겉으론 ‘심사위원 추천’, 실제로는 ‘우수자’명단·공석(空席) 조정·심사지침·기무자료로 결정
    • 사전 작성된 ‘우수자’ 명단, 진급 공석 결정에도 영향
    • ‘우수자’ 탈락 막으려 갑·을·병 추천위 시간차 진행
    • 심사위원 성향 철저분석, 대응논리 준비
    • 부정적인 기관자료는 사전에 비공식 전달
    •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각개격파
    • 한 방향으로 몰고 간다는 인상 주지 않게 유의
    장성진급대상자 사전결정 입증문서 ‘간사의 임무’
    육군본부(이하 육본) 인사참모부 압수수색, 육군참모총장 사의표명, 대통령의 경고, 수사팀 사표소동, 사조직 논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육군장성진급비리수사가 종착역에 이르렀다.

    지난 4개월간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은 남재준 육참총장이 전역한 직후 종결될 전망이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이 수사를 주도했던 군법무관들은 만기제대, 변호사 개업을 할 것이다. 아울러 이 사건에 대한 ‘신동아’의 심층취재도 막을 내릴 것이다.

    이번 호에서 다루는 것은 육본 문서 ‘간사의 임무’를 통해 본 진급심사체계의 이면이다. 간사란 갑·을·병 진급추천위원회(이하 진급추천위)와 선발심사위원회(이하 선발심사위), 4개 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에 참석해 심사위원들에게 참고자료를 건네주고 총장의 지침을 설명하는 등 심사를 보조하는 장교다.

    대령-준장 진급심사의 경우 중령인 진급계장이 주 간사를 맡고 그의 지휘를 받는 소령급 간사 세 명이 갑·을·병 진급추천위에 한 명씩 들어간다. 또 선발심사위에는 준장인 인사관리처장(일명 진급처장)이 간사로 배석한다. 인사통인 군 관계자는 “어차피 자력(自力·경력, 근무평정 점수)으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으므로 간사의 평이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고 말했다.

    ‘신동아’가 단독 입수한 ‘간사의 임무’에 따르면 간사는 사전에 내정된 유력 진급대상자들이 심사위에서 추천되도록 심사에 적극 개입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심사위원들을 ‘유도’하고 ‘통제’하고 압박함으로써 ‘반란표’가 나오지 않게 한다. 간사가 왜 이런 임무를 맡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번 수사의 쟁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총장의 인사 재량권

    무릇 세상사에는 보이는 면과 보이지 않는 면이 있다.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두 면을 다 봐야 한다. 어느 한 면에 집착하거나 다른 면을 무시하는 것은 진실을 호도할 가능성이 높다. 육군장성진급비리수사를 둘러싼 육본과 군검찰의 갈등은 바로 이런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면도 있다.

    보이는 면만 놓고 말하면 육본의 주장도 맞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급대상자를 추리고 심사하고 선발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진급비리인 뇌물수수가 확인되지 않은 점을 들어 ‘무리한 수사’라고 항의하는 것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군검찰이 기존 관념으로는 시빗거리에 지나지 않는 ‘관행’을 수사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반면 군검찰의 칼끝은 진급심사체계의 이면을 겨누고 있다. 군검찰은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본다”며 육본의 주장을 평가절하 한다. 또한 육본의 논리를 확대 재생산하거나 부차적인 문제를 부각시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어이없어한다. 사태의 본질과 상관없는 딴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군검찰이 문제를 삼은 것은 육본 진급관리과(이하 진급과)에서 검증되지 않은 기무자료를 마치 인사검증위원회(이하 인사검증위)를 거친 공식자료인 것처럼 꾸며 심사위에 제출한 것이다. 그것도 누구는 빼고 누구는 넣는 선별적용방식으로(‘신동아’ 2005년 3월호 참조). 또한 진급과에서 심사위에 자료를 제출하면서 일부 진급대상자들의 비위기록을 고의로 누락해 공정한 심사를 방해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것이 바로 공소사실의 핵심인 허위공문서 작성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다.

    그러나 관점을 조금만 달리하면, 군검찰도 보이는 면에만 집착했는지 모른다. 어느 조직에든 인사권이라는 것이 있다. 인사권은 포괄적인 개념이라 법의 잣대로 재기에 곤란한 면이 있다. 상명하복과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군이라는 특수집단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군검찰 수사는 육군참모총장의 인사 재량권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만약 육본이 밖으로 드러난 진급심사시스템만 열심히 설명할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총장의 인사 재량권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설득력 있게 전개했더라면 자칫 군검찰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지 모른다. 이를테면 남재준 총장이 인사잡음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그렇지만 총장의 인사권을 존중해달라. 실무자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총장의 인사지침을 따른 것뿐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앞으로 개선하겠다”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말이다. “시스템이 인사했다”는 비현실적인 얘기를 할 게 아니라.

    그런데 육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군검찰의 ‘법률적 추궁’이라는 구체적 질문 앞에 총장의 인사 재량권이라는 추상적 답변을 내놓는 순간 ‘관행적 비리’가 있었음을 시인하는 것으로 비칠까 우려해서였을까. 그래서인지 육본은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진급심사절차를 하나하나 따지며 시시비비를 가려보자고. ‘법적으로는 (군검찰이) 쉽지 않을 텐데’ 하면서.

    피고인 처지인 만큼 육본이 방어논리를 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육본은 중요한 사실 두 가지를 알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애써 무시함으로써 방향전환이 불가능한 지점까지 나아갔다. 하나는 군검찰이 이미 수사 초기 유죄증거를 잡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이 총장의 ‘등잔 밑’에서, 즉 진급업무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과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는 사실이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세간에 잘못 알려진 내용 중 대표적인 것이 공소사실이다. ‘군검찰이 여러 가지 혐의로 기소했는데, 재판에서 다 무죄가 될 것이고 잘해야 하나 정도 유죄로 인정될 것’이라는 얘기가 그것이다. 군은 물론 정치권과 언론계에도 이런 시각이 있다.

    이는 명백한 오류이자 왜곡이다. 군검찰이 기소한 사람은 육본 인사관리처장 L준장을 비롯한 4명인데, 이들의 혐의는 앞서 언급했듯 허위공문서 작성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딱 두 가지이기 때문이다(그중 한 명에게는 심사과정을 녹화한 CCTV 테이프를 파기한 혐의가 추가돼 있다).

    이 두 가지는 사소한 혐의가 아니라 사건의 본질을 함축하는 핵심 혐의다. 그리고 딱 떨어지는 증거도 있다. 따라서 군사법원이 군의 특수성과 실추된 군 지휘부의 위상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판결만 하지 않는다면 유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사건 초기 ‘주간동아’는 언론매체 중 유일하게 군검찰의 수사방향을 정확히 짚었다. 당시 기자는 ‘주간동아’ 기고를 통해 군검찰의 수사초점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에 맞춰져 있으며 그것이 기소내용의 핵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사는 실제로 그 방향으로 전개됐고 또 그렇게 마무리됐다.

    ‘특정인에게 유·불리한 기록을 누락한 증거를 잡기만 하면 수사는 일단 성공하는 셈이다. 인사 실무자들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주간동아’ 463호, 2004년 11월30일 발행)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하다. 진급과 실무자들은 왜 특정인에게 유·불리한 기록을 누락했을까. 왜 210건의 기무사 비위자료 중 17건만 심사위에 제출해 평정점수대로만 하면 진급될 가능성이 높은 17명의 대령에게 치명타를 입혔을까.

    힌트는 진급과에서 심사 전에 작성한 ‘유력 진급대상자 명단’이다. 이 명단에 오른 52명은 청와대 재가과정에 바뀐 2명만 빼고는 다 진급했다. 거의 100%에 가까운 적중률(?)을 보인 셈이다. 이에 대해 육본은 “진급계장 C중령이 임관구분별 공석(空席)을 판단하기 위해 개인 차원에서 작성한 것으로 심사위에는 넘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진급과에서 심사위원들의 컴퓨터에 입력한 자료는 약 600건.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컴퓨터에 뜨는 약 600명의 진급대상자 자력과 지휘관 추천점수를 비교하면서 서열을 매겼다. 갑·을·병 3개 진급추천위와 선발심사위를 거친 결과, 사전에 진급과에서 만든 명단에 오른 52명 전원이 진급대상자로 선발됐다.

    육본의 주장대로 심사과정 자체엔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진급과에서 일부 진급대상자들에 대한 허위자료를 만들어 심사위에 제출한 사실을 눈감아주거나, 진급과 명단에 오른 ‘유력 후보’ 전원이 진급대상자로 선발된 사실을 ‘우연’으로 보아 넘긴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육군 장성진급은 총장이 아니라 심사위원들이 결정하는 것인가. 앞서의 논리를 응용하면 이 또한 보이는 면만의 진실이다. 겉으로는 심사위원들이 추천·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면의 진실은 다르다. 그 핵심은 총장의 인사권 행사다. 총장의 인사권은 공석 결정, 심사위원 임명, 심사지침 하달, 기무자료 활용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급심사의 방향과 내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디지털심사 점수는 큰 의미 없어”

    앞서 언급한 대로 총장의 인사 재량권은 뇌물수수나 허위공문서 작성과 같은 범죄와 관련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법적 판단의 대상으로 삼기에 부적절하다. 다만 그것이 적절하게 행사됐는지 아닌지 여러 관점에서 따져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간사는 기무자료와 더불어 진급심사의 비밀통로에 접근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육본 문서 ‘간사의 임무’는 총장의 인사권 차원에서 진급대상자가 심사 전에 사실상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와 관련된 육본 진급업무 관계자들의 군검찰 진술을 살펴보면 “사적으로 만든 것”이라는 육본 설명에 어울리지 않게 유력 진급대상자(우수자) 명단이 진급심사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성진급대상자 사전결정 입증문서 ‘간사의 임무’

    2004년 12월6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군검찰. 수사를 주도한 국방부 검찰단 보통검찰부장 남성원 소령(왼쪽)과 고등검찰부장 대리 최강욱 소령(오른쪽)은 2005년 5월 전역할 예정이다.

    “우수자 명단과 인력분포, 진출관례를 토대로 진급공석을 판단합니다. 그리고 제도상 허점을 이용해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해 경쟁자에 대한 부정적 자료를 인사검증위에 제출해 결과적으로 (경쟁자를) 걸러주는 역할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추천심사위에서는 명단에 오른 우수자와 근무인연이 있는 심사위원을 선발해 우수자가 선발될 확률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발심사위에서는 (간사가) 우수자 명단을 토대로 선발위원장과 부위원장에게 우수자 선발의 필요성을 설득합니다. 예를 들면 몇 년간 특정지역에서 선발되지 않았으므로 1개위에 추천됐지만 특정인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심사 전에 기수별 출신별 특기별 진급공석이 결정된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군 내부에서 큰 혼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특히 소수병과나 일반 출신의 경우 심사 전 사실상 누가 선발되는지 결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후의 진급심사는 우수자를 확인하거나 추인하는 절차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나머지 진급대상자는 속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진급대상자 우열을 평정 등 기초자료로는 변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정적 인사자료가 심사위에 제출되면 거의 절대적 영향을 끼친다고 보면 됩니다.”

    “(‘인위적 개입이란 무슨 뜻인가’라는 군검찰 질문에 대해) 각 심사위가 동시에 열리면(갑·을·병 3개 위원회가 동시에 디지털심사 진행) 기(旣)판단한우수자가 선발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시간차를 두어 진행합니다. 만약 먼저 끝난 심사위에서 우수자가 추천되지 않았을 경우 다른 심사위에서 추천되도록 개입한다는 뜻입니다.”

    “나머지는 속은 것이나 다름없어”

    “(‘디지털심사에 따른 점수평가는 별 의미가 없다는 얘기인가’라는 군검찰 질문에 대해) 예. 점수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사실 기행병과나 일반(3사, 학군)의 경우 (기수별 출신별 특기별로 나누면 대상자가) 1~2명에 불과하므로 (사전에 결정된 우수자가 추천되도록) 쉽게 이끌 수 있습니다. 보병 육사 출신이 문제인데, 위원들에게 병과별 특기별 상황, 진출관례, 부대별 균형 등을 설명하면 거의 간사의 복안대로 이끌 수 있습니다.”

    “(‘우수자 현황자료는 어느 단계까지 보고하느냐’는 군검찰 질문에 대해) 제가 작성해 인사관리처장에게 보고하고 관리처장이 인참부장(인사참모부장)이나 총장에게 보고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데, 실제로 보고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총장의 선발지침은 어떤 형태로 반영되나’라는 군검찰 질문에 대해) 추천심사위가 끝난 후 그 결과를 제가 혼자 총장님에게 보고합니다. 총장님이 이를 보고 (예를 들어) ‘호남이 너무 낮다’ ‘합참이 작년보다 적다’고 생각하면 선발위원 신고 때 이에 대한 지침을 내려주십니다. 구두지시이기 때문에 선발위원들은 저희가 드린 메모지에 적어 와서 주무간사에게 물어봅니다. 주무간사인 제가 설명하면 선발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이 ‘아, 이런 것 때문에 총장님이 이런 지시를 내렸구나’ 하고 생각해 세부적인 사항을 자세히 물어보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선발위원장이 선발위원들에게 이런 사항에 대해 훈시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진급심사 과정을 녹화한 것을 본 사실이 있느냐’는 군검찰 질문에 대해) 그것은 제가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총장이 진급심사위원들에게 심사과정이 녹화된다고 말한 사실이 있느냐’는 군검찰 질문에 대해) 다음에 답변하겠습니다.”

    육본 진급과 실무자들은 매년 진급심사를 앞두고 일종의 ‘워 게임’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위원장, 심사위원, 간사 역을 교대로 맡으면서 가상 시나리오에 따라 다양한 대응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이때 심사위원들은 공략해야 할 ‘적’으로 간주된다.

    이처럼 심사과정에 중대한 업무를 맡은 진급과 장교들의 활약상은 문서 ‘간사의 임무’에 잘 나타나 있다. 전(前) 진급과 소속 J중령이 작성한 ‘간사의 임무’는 일종의 지침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육본 관계자들은 군검찰 조사과정에 이 문서에 대해 유력 진급대상자 명단과 마찬가지로 “개인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일이다.

    문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그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의 일면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A4 용지 19장 분량인 이 문서는 ‘머리말’ ‘간사의 할 일’ ‘맺음말’의 세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핵심내용은 ‘간사의 할 일’에 들어 있는데, 진급심사 전, 진급심사 중, 진급심사 후 3단계로 구분돼 있다. 요지만 소개한다(어법에 맞지 않은 문장은 그 뜻이 바뀌지 않는 범위에서 수정했음을 밝혀둔다).

    1. 진급심사 전

    ■항상 연구하는 자세를 견지하라

    -국방부 직제, 육본 편제, 군사령부급 이하 조직의 편성을 염두에 두고 장교 한 명 한 명의 직책을 상기하면서 과연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 장교이며 어떻게 부대 및 조직에 기여하고 과연 진급 후에는 육군의 발전을 위해 어디서 활용할 것인지를 상상할 것.

    -직무분석을 하면 이해가 쉽고 심사위원에게 정확한 조언이 가능하다.

    ■반대 관점에서 생각하라

    -특정한 장교의 추천 필연성 뒤에는 항상 타 장교의 추천 개연성이 상존한다. 그러므로 간사토의 후 2~3일 동안 우발상황에 대비하는 예비안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자기 관점으로만 보지 말고 아무것도 모르는 심사위원 시각에서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지도를 바르게 놓고 보면 지형과 작전을 동시에 구상하면서 거점이나 집결지를 선정하기가 쉽다.

    -그러나 적의 관점에서 지도를 반대로 놓고 다시 한번 들여다보면 생각지 못한 취약점이 수두룩하다. 예를 들어 A라는 장교와 B라는 장교의 자력에 큰 차이점이 없다면 상대적으로 우세한 특징이나 비교될 수 있는 점을 심사위원의 눈으로 판단해보라는 것이다. 간사가 보기엔 A장교가 우수하지만 심사위원은 B장교가 더욱 우수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심사위원은 고정관념 또는 모의심사시 익힌 실습기준 때문에 융통성 있게 사고하지 못하므로 심사위원 처지에서 공감할 수 있는 논리기준을 설정해놓아야 진행이 수월할 것이다.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구비하라

    -진급이란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운(運)도 따라야 하는 것이다. 장수는 자질에 따라 인장(仁將) 의장(義將) 예장(禮將) 지장(智將) 신장(信將) 보장(步將) 기장(騎將) 맹장(猛將) 대장(大將)으로 구분할 수 있으나 이들보다 훨씬 탁월한 장수를 의미하는 운장(運將)이란 말이 있다. 조직의 균형발전을 위해 부대별로 가장 우수한 인물을 찾아보라. 그 부대에서 조직에 크게 기여해 누구나가 인정할 수 있는 대표성 있는 인물과 차선책으로 제시할 수 있는 예비 인물을 마음에 두고 있으면 운이 따르는 인물에게 심사위원의 마음이 기울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상위계급 심사시에는 대부대의 구도를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육본 각 참모부별, 국방부·합참 주요 부서별, 기타부대별 진출 관례와 지난해 실적을 기억하거나 잘 볼 수 있는 곳에 메모해두고 심사위원이 올바른 판정을 하게 하라. ▲“육본 인참부의 평년작은 4~5명이었으나 아직 인참부에서 추천된 자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고 흘린 한마디에 심사위원들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육대(육군대학)의 평년작은 3명이었으나 현재 3명이 추천돼 있고 뒤에 OO병과에서 우수자가 또 있습니다”고 조언하면 일이 쉽게 풀릴 수 있다.

    ■진급대상자보다 심사위원을 먼저 분석하라

    -심사위원 분석시 우선 약식자력표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군생활 노정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심사위원 개개인의 특성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심사위원 중) 합참 근무자는 ‘작전’에서는 누가 뭐래도 합참이 제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책부서 경력이 없기 때문에…’라든가 ‘O차 진급자이므로 경쟁력이…’ 등의 조심스럽지 못한 조언은 심사위원을 자극할 수 있으니 삼가야 한다. 심사위원 중 정책부서 경험이 없는 자는 부담스럽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심사위원의 경력, 진급일, 육대 과정 등을 알아두고 표현에 신중을 기하면 우수자에 대한 심사위원과의 인식 차이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심사위원 5명에 대해 연도별 경력을 비교해보면 동일 시기 동일 부대 근무자, 인접부서 근무자, 상하 및 근접계선 근무자, 특정 지휘관하의 근무자 등 공통 요소(동일 정서)를 찾을 수 있다. 통계와 경험에 따르면 그런 공통 성향과 정서를 갖고 있는 2~3명의 심사위원은 투표결과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A라는 논리를 제시하면 2~3명의 표를 확보할 수 있으며 반대로 B라는 논리를 제시하면 적어도 2~3명의 표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피평정자 명부를 분석하면서 어떤 위원이 어느 부분에서 어떤 장교를 적극 추천할 것인지, 어떤 논리로 어떻게 주장할 것인지를 예상하고, 우수자가 아닌 장교를 추천시 어떤 취약점으로 설득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심사위원 시각에서 자력을 비교해보는 것이 심사위원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유리하다.

    -아무리 봐도 예상한 우수자보다 타 장교가 우수자로 추천될 개연성이 있다면 융통성 있게 우수자의 범위를 준비해둔다. 심사위원과 간사의 판단이 달라 되는 것을 안 되게 하거나 반대로 안 되는 것을 되게 노력하다 보면 갈등과 충돌이 생기게 마련이고 마찰이 거듭되면 심사위원이 진급시스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진급과에서 하자는 대로 해야 하는구나)을 갖게 되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失禮則人離(예를 잃으면 사람들이 멀어진다)라는 말이 있듯이 논리와 주장이 대립할수록 예의를 잃지 말아야 하며 충분히 분석하고 준비해두면 진급심사와 진급과 조직에 대한 신뢰가 증대되고 벽창호 같은 심사위원을 만나기 전에는 언성을 높일 일이 없다.

    -‘항상 이겨놓고 싸운다’는 마음으로 연구하고 전체를 보면서 심사위원 개개인의 성향을 분석해 결정적인 시기에 유리한 지형에서 준비된 전투를 시도하라.

    2. 진급심사 중

    ■심사 직전 비어 있는 심사장에서 예행연습을 해두는 것이 좋다

    -6~8명 중 1명을 결정한다면 최대한 많은 토의를 거치게 하되 1번 장교든 5번 장교든 만장일치가 되든가 우수자에 근접하는 시점에 이르면 “위원님들이 분석하는 것을 보니 현재까지 진행된 심사 중 금번 심사가 가장 수월하게 풀려나갈 것 같습니다” 하면서 칭찬으로 종결할 것. 대부분의 심사위원은 자기가 의사를 결정하고 나서 그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심정이 있을 것이다.

    -자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훈훈한 인간미를 갖췄다면 취약점을 덮어두고 싶지만 그렇지 않은 장교는 취약점을 발견해 간접적으로 심사위원에게 부각시키는 것도 간사의 임무라고 여겨진다.

    ■추천심사가 시작되면 범위 한정이 필요하다

    -간사가 쉽게 입을 열면 심사위원에게 진급과에서 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듯한 인상을 주기 쉬우므로 가급적 벙어리같이 묻는 말에만 답변하고 관망만 하라.

    -1일차는 밤늦게까지 시간을 지연시키고 진행속도를 늦춘 다음 “아이고, 이러다가 언제 저 많은 자력을 볼지…” 하고 걱정스럽다는 말투로 은근히 (서둘러야 한다는) 분위기를 유도하라. 심사위원들이 시간은 부족한데 많은 자료를 봐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때 간사의 페이스대로 심사 분위기를 유도할 수 있다. 이때 심사위원은 대부분 간사에게 시간을 절약하는 방안, 즉 쉽게 심사하는 방안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때는 이때다’ 하고 과감하게 범위를 한정지어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되어도 한번 더 꾹 참아라. 조금씩만 조언해주면 요구하는 수준이 점점 더 높아진다. 간사가 말해줄 때마다 범위는 반으로 팍팍 줄게 마련이고 심사위원들이 드디어 간사를 신뢰하게 되는 순간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간사의 심사진행 태도에 대해

    -간사는 항상 밝은 표정으로 웃어라.-의자에 앉는 자세를 바로 하라.-포인터를 많이 활용하라.-복장 및 용모에 항상 관심을 가져라.-질문에 답변할 때는 예의를 지켜라. 상급자에게 보고하듯이 입을 크게 벌려 정확히 발음하고 심사위원이 기본적인 질문을 반복하더라도 ‘이런 것도 모르냐’ 식의 어투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타 위원 또는 참관인의 시선을 생각해 미소를 짓고 부드럽게 답할 것. 우기는 듯한 답변은 백해무익이다.

    ■심사 중 주요 국면은 이렇게 대처하라

    -(우수자의) 평정이 긁혔다면 빨리 평정권자의 성향을 분석해놓고 “그 장교를 긁은 평정권자는 이러이러한 성향입니다”라거나 “그 평정권자는 타 계급 또는 타 장교의 평정표 역시 긁었습니다”라는 한마디로 우수자의 핸디캡을 이해시킬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는 동일방식으로 “앞의 계급 심사에서도 이런 평가를 받고 추천된 장교는 없었습니다”는 말로 오판을 막을 수 있다.

    -잠재역량평가 참고요소 중 특별한 사항이 있을 때도 그 부분을 중시하는 심사위원이 가장 먼저 카드를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권장하고 싶다.

    -장기판에 비유하자면, 위원장이 차(車)이고 신속하게 결정하는 위원이 포(包) 구실을 하고 있으면 심사장의 형세상 우수자가 쉽게 추천될 수 있다.

    나약한 위원장과는 정면대결 감수

    -위원에게 끌려 다니는 나약한 위원장과는 정면대결을 감수하라.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각개격파를 하라. 쉬는 시간이 박탈되도록 방으로 찾아가 “그렇게 하시면 추천심사 후 위원장님의 추천명분이 인정받지 못해 창피당할 수도 있다”고 고언할 것.

    -10분간 휴식시간에 1 대 1 면담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A라는 장교를 추천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고 필요한 정보를 유출하는 방식도 있다. 단 추천될 만한 수준이 돼야 하는데, (추천대상에서 탈락할) 장교를 추천할 경우 의심받을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직접적으로 위원장을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 위원장 중에는 각별히 많은 자료를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이 있다. 부정적인 기관(기무·헌병)자료는 위원장에게 비공식적으로 사전에 말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공개할 수 없는 부분도 있으므로 사생활 문제, 금전 문제, 성격 문제 등 큰 범위에서 첩보를 주되 자꾸 무엇인지 알고 싶은 심리는 당해낼 수 없으므로 “잠시 후 그 자료를 직접 보여 드리겠습니다”고 말하면서 시간을 끈다. 1~2시간 흐르면 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고, 추천투표가 완료된 이후에는 보여줄 필요가 없다.

    -지휘통솔과 고객감동은 일치한다. 간사는 심사위원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 즉 미안해서라도 간사가 이끄는 방향대로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서비스를 받으면서 기분 나빠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너도 피곤할 텐데 좀 쉬어라” “차 한 잔 하라”는 권유를 받아도 끝까지 심사장을 지키고 서비스 정신을 발휘한다면 적어도 심사위원 5명 중 1명 이상은 감동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 논리에 모순이 없는지 점검하라

    -어떤 경우는 교육성적 우수자가, 어떤 경우는 경력 우수자 또는 평정 우수자가 상대적인 우수자가 될 수 있으므로 부분적인 논리는 자칫 심사위원의 공감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정책부서 경력 덕분에 우수할 수도 있고 없어도 우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주변여론, 신망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입증하고 설득할 것인가.

    -대등한 수준에서 심사위원 부대의 자원이 (우수자와) 대치한다면 어떻게 51(우수자) 대 49가 되게 만들 것인가.

    -부대안배 논리는 거부감이 생기지 않을 것인가.

    “OO사령관님의 의지는…”

    -가급적 전체 우수자의 특징을 연상해보고 어떻게 논리대결을 할 것인지 구상하라. 그렇지 않다면 최대한 말을 아껴라. 마침 자기가 아는 것을 질문할 때 즉각 답변하면 속이 시원할 것이다. 그러나 그 뒤에는 이율배반적인 허점이 따를 수 있으니 당연하게 여겨지는 답변도 한번 더 생각하라. 전체 우수자의 공통점에 위배된다면 주무간사에게 재차 문의하라. 연구분석이 질적 양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는 간사토의를 통해 정리되기 전에는 확답을 피하는 것이 좋다.

    -객관성 있는 논리를, 그것도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논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진퇴양난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때는 2:2:2로 가는 방식이 있고 1:1:1로 가는 방식도 있다. 2:2:2 방식은 특징이 없는 장교를 떨어뜨리기 위한 방식으로 심사위원 의견을 존중하는 형태다. 1:1:1 방식은 특징 있는 장교가 최후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방식으로 최초 판단된 우수자로 귀결될 수 있는 형태이므로 절박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책이다.

    -상위계급 심사시에는 부대별 안배를 염두에 두라. 육사 보병(530)처럼 우수자는 많고 공석은 제한될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말한다.

    “작년에는 이런 방법으로 쉽게 해결했습니다.”

    “OO사령관님의 의지는 ~인 듯하다는 말씀을 들은 바 있습니다.”

    “부대별로 대표성을 가진 자원으로 한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작년 심사위원님들은 이런 기준으로 심사하신 바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머리 아픈 부분이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

    3. 진급심사 후

    ■심사가 끝나면 위원장은 선발심사를 준비하도록 도와준다.

    -주장할 국면과 양보할 국면은 주간사와 합의 후 알려주는 게 효과적이다.

    ■심사위원들은 내년에 대비해 (자신이 추천했는데) 추천되지 않은 장교에 대해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답은 간단하다. 무엇 때문에 떨어졌는지 잘 알 수 있게 조언해주고, 그에 덧붙여 내년에 잠재역량 참고자료의 확인관 기술란에 당해 부대 지휘관의 의지를 실어주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해준다.

    ■귀찮더라도 끝까지 미소를 잃지 말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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