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박기찬, 이윤철, 이동현 지음/더난출판/736쪽/3만5000원
경영은 기업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관련 지식에 목말라 하고 있다.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경영학 서적이 적지 않게 들어 있다는 사실이 그런 현상을 잘 설명해준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필요에도 기존 경영서들은 전공자를 대상으로 학구적 차원에서 발간됐거나 일반 비전공자들을 대상으로 단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발간된 많은 경영서들은 경영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는 있으나 그때그때 유행하는 특정 지식에 치우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론적 근원을 알려주지 않아 독자들이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길을 잃게 하기도 한다.
이런 시점에 박기찬, 이윤철, 이동현 세 명의 경영학자가 학문의 역사적 발전 단계에 따라 경영학의 고전을 설명해주는 혁신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특히 30권이나 되는 경영학 고전을 풀어나감에 있어 단순 나열의 요약식 구성을 피하고 시대적 흐름에 따라 각 고전에 담긴 핵심 아이디어와 주요 내용 및 시사점을 정리함으로써 경영에 대한 지식이 없는 다양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경영학’의 기초 사상들을 소개한다.
시대적 흐름을 통한 접근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테일러와 파욜 등 경영학 대가들이 지은 10권의 고전을 통해 경영학의 태동에서부터 1960년대까지 초기 경영학의 다양한 사상들을 조명한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테일러는 철강회사의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현장 중심의 과학적 경영관리법을 주창했고, 베버는 대규모 조직의 이상적인 조직형태로 관료제를 제안했으며, 프랑스 학자인 파욜은 관리자를 대상으로 열네 가지의 경영관리 원칙을 제시했다. 이 세 학자를 통해 경영학의 이론적 토대가 마련되었다.
조직행동 측면에서는 결정론적 인간관과 사회적 인간관을 종합해 조직적 인간관을 제시한 의사결정의 대가 사이먼, 인간 본성을 규명하는 심리학의 영역을 넘어 조직행동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매슬로, 조직 내 인간 행위의 합리성에 관한 연구를 의사결정 활동으로 분석한 사이먼 등이 크게 기여했다.
그 밖에 관료조직의 제도와 현실 간의 괴리를 실제 사례분석을 통해 파헤친 크로지에, 최초로 전략적 의사결정에 관한 분석적 모델을 제시한 엔소프, 마케팅 활동에 분석적인 방법을 적용해 효과적인 마케팅 프로그램 수립을 강조한 코틀러 등을 통해 독자들은 최근 강조되고 있는 수많은 사상들이 이미 1960년대 이전에 태동하고 있었음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2부에서는 현대 경영의 큰 전환점이 된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탄생한 고전 11권이 소개된다. 당시는 오일쇼크와 외환위기 등 기업의 외부 환경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던 시기다. 그에 따라 전략의 개념과 선택, 자원의존 개념이 도입됐으며 경쟁이 화두가 됐다.
경쟁에 대한 대표적인 저서로 우선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을 들 수 있다. 포터는 기업이 경쟁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변화하는 환경에 맞서 올바른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략에 대한 또 다른 고전은 오마에 겐이치가 쓴 ‘기업경영과 전략적 사고’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략가는 상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사, 고객, 경쟁사라는 전략적 3C를 분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시기는 일본 기업에 대한 연구서가 쏟아지기 시작하던 때다. 특히 1980년대 들어서 미국,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오우치나 이타미 히로유키 같은 일본 학자의 저서들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책들은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고 미국 기업이 다시 성장하기 시작한 1990년대까지도 계속 이어져 미국기업의 재도약과 일본 기업의 쇠락현상을 설명해주었다.
그런가 하면 미국내 성공기업의 사례분석을 통해 초우량 기업의 원리를 설명한 피터스와 워터맨, 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팀원을 선발하고 팀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성공적인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멜빈, 조직 내 문화의 역할과 기능을 강조한 샤인 등이 새로운 논리를 펼치며 떠올랐다.
또한 바틀렛과 고샬은 ‘국경 없는 경영(Managing across the borders)’이라는 명저를 통해 정보통신 기술과 미디어의 발달로 펼쳐진 거대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영방식을 제시했다.
이 시기에 발표된 고전들은 각각 독립된 이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상호보완적으로 통합하면 오늘날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론의 근간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 3부에서는 1990년대 이후 출간된 경영학의 고전 9권을 소개한다. 이 시기에는 핵심역량, 학습조직, 지식경영, 리엔지니어링, 브랜드 경영, 균형성과표 등 최근까지도 많이 다루고 있는 중요한 경영이론 및 기법들이 나타났다.
또 이전까지 주로 거시적이고 개념적인 관점에서 기업과 경영을 다뤘던 흐름과는 달리 1990년대 들어서는 성과에 연결되는 구체적인 방법론과 실행론을 다룬 책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처, 경영 혁신의 확산, 그리고 인적자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재조명되었다.
핵심역량에 대한 대표적 저서인 프라할라드와 하멜의 ‘미래를 위한 경쟁(Competing for the future)’에서는 기존 경쟁의 틀에 매이지 않는 시각과 역량으로 새로운 경쟁구도를 창출해야 한다는 논리를 역설하고 있다.
노나카 다케우치는 저서 ‘지식창조기업’에서 형식지와 암묵지라는 개념을 통해 지식 차원에서 기업의 역량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아커는 기업의 핵심역량을 브랜드에서 찾고자 했다.
또 다른 흐름으로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 학자들이 등장했다. 학습조직이라는 개념을 통해 조직 내 학습능력을 강화하여 기업 혁신을 강조한 센게, 리엔지니어링을 통해 기업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함으로써 성과의 향상을 정의한 해머와 챔피, 장수기업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여덟 가지의 성공비력을 분석한 콜린스와 포라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 기업의 효율적 관리와 변화하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한 코터, 뛰어난 전략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측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측정도구인 균형성과표(balanced scorecard)를 소개한 캐플란과 노턴, 높은 성과를 달성하는 기업들에는 인적자원의 경쟁력이 있음을 역설하며 경쟁우위의 확보는 사람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한 페퍼 등이 소개된다.
저자들은 경영학 고전들을 각각 핵심 아이디어, 시놉시스, 리뷰, 현대적 시사점, 저자 소개 및 도서 정보 등 다섯 가지 세부항목으로 나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책에 소개된 모든 고전들은 경영이라는 개념이 사회 전반에 확장되어 경영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부상한 명저들이다.
피터스와 워터맨의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나 콜린스와 포라스의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등은 경영학 분야의 테두리를 벗어나 대중적인 관심을 모으며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최근 유행하는 최신 경영기법들을 좇는 데 급급했던 독자들이라면 고전 30권을 통해 제시된 개념들을 보면서 그간 부족하게 느껴졌던 부분을 충족하며 경영학의 큰 바탕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경영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형성됐고 어떤 과정을 통해 발전했으며 현재는 무슨 이슈들이 부각되고 있는지, 나아가 미래를 위해 추구해야 할 지향점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고전이 우리에게 주는 통찰력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독자들은 고전이라는 ‘안경’을 통해 현재의 경영 현상을 해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