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호

상품에 능통, 불만에 화통, 고객과 소통… ‘3通’이면 못 팔 게 없다

  • 글: 이동우 자유기고가 llkhkb@naver.com

    입력2005-03-23 16: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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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공한 사람들에겐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다. 딜러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 눈앞에 보이는 상품은 팔아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은 무시당하고 내쫓기기 일쑤다.
    • 그러나 자존심을 크게 다칠수록 훗날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오기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방끈’이 길고 짧은 것은 대수롭지 않다.
    • 오로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준마처럼 달려가는 자만이 승리를 거머쥔다.
    상품에 능통, 불만에 화통, 고객과 소통… ‘3通’이면 못 팔 게 없다
    영업은 모든 비즈니스의 꽃이다. 하물며 영업 자체가 비즈니스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딜러야말로 꽃 중의 꽃이다. 취급하는 상품도 다르고 판매방식도 다양하지만, 각 분야에서 성공한 딜러들은 저마다 독특한 비결을 갖고 있다.

    ‘야마하’ 골프클럽을 수입·판매하는 오리엔트골프 이갑종(55) 사장은 국내 골프채 시장에서 손꼽히는 딜러다. 그는 독점 판매를 시작한 지 8년 만인 지난해 1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뿐 아니라 야마하 브랜드의 명품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성공했다. 골프클럽 판매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그는 골프를 전혀 칠 줄 몰랐을 뿐 아니라 야마하골프 본사와 직접 거래하면서도 일본어 실력은 형편없었다.

    하지만 그는 “전문지식이나 어학실력보다도 신뢰가 비즈니스에 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신뢰를 쌓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에겐 딜러란 직업은 ‘신뢰구축업(業)’이다.

    수억원 손실 감수

    야마하골프는 10년 전만 해도 인기 있는 브랜드가 아니었다. 1990년부터 이를 수입해 팔던 금호(현 금호산업)도 고작 5억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정도였다. 실적이 저조하자 급기야 야마하골프 일본 본사는 1996년 기존 총판 가운데 견실한 업체에 독점 수입 판매권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 총판 가운데 하나가 오리엔트골프였다. 이갑종 사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가 경쟁자를 제치고 독점 판매권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일본 본사에 ‘할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줬기 때문이다. 총판 시절 그는 일본에서 들여온 물량을 다 팔지 못하면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일본에선 정해진 시간에 다 팔지 못하면 제품을 회수하는 것이 원칙이다. 여러 총판의 능력을 시험하고, 새로운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빨리 알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는 물건을 회수하려는 본사 사람들을 막고 나서 “다 팔아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약속을 지켰다. 뒷날 일본 본사에선 “야마하 브랜드가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유명한 브랜드가 됐다”고 감탄했다. 벤츠나 BMW 같은 수준의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수입차를 팔 듯 골프클럽을 팔았다. 시승 프로그램과 같은 시타(試打) 이벤트를 구상해 캠페인을 벌였다. 서울의 고층 빌딩 꼭대기 층을 빌려 클럽을 무료로 빌려주는 행사를 벌였다. 한 개에 100만원을 호가하는 드라이버 800개와 아이언(7번) 300개를 과감하게 투입했다. 그나마 시타용 드라이버는 중고품으로 팔면 반값은 받지만, 아이언은 단품으로 팔 수 없는 것이어서 고스란히 손실로 잡힌다. 그는 수억원의 손실을 기꺼이 감수했다. ‘아무리 좋은 클럽이라도 직접 쳐보지 않고는 절대로 그 진가를 알 수 없다’는 소신을 고집했다. 특히 야마하 클럽은 상쾌한 ‘손맛’이 가장 큰 자랑거리란 점에서 더욱 그랬다.

    그의 예상대로 한번 손맛을 본 사람들로부터 주문이 쏟아졌다. 일본 본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본사에서는 대금을 받기 전에 신용으로 물량을 대줬다. 야마하 본사가 외상으로 물건을 보내주는 딜러는 전세계에서 이 사장이 유일하다. 딜러가 신뢰구축업이라는 말을 절감케 한다. 소비자가 물건을 믿지 못하면 돈을 주고 살 리 없다. 믿음이란 직접 경험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쌓이는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닌가.

    요즘 인기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수입자동차 브랜드 ‘렉서스’ 전시장을 운영하는 천우모터스 정세림(45) 사장은 업계에서 단연 주목받는 자동차 딜러다. 그는 2003년 9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1000대의 렉서스를 팔았다. 하루에 두 대꼴로 판 셈이다(수입차 딜러들은 1년에 고가의 외제차 3대만 팔아도 연봉을 받는다). 대기업 계열사도 아닌 신규 딜러가 올린 실적으로는 놀랄 만하다.

    목표가 있으면 과정도 있다

    정 사장은 ‘목표 달성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번 정한 목표는 반드시 이뤄내야 직성이 풀린다. 최종 목표를 세우고 나면 거쳐야 할 중간 과정까지 치밀하게 계산한다.

    서울 강북에서 렉서스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이태원의 천우모터스뿐이다. 원래 이곳은 연예인들이 즐겨 타는 스타크래프트 밴을 파는 곳이었다. 스타크래프트를 팔던 천우통상 정순철(70) 대표는 1999년 아들인 정세림 사장에게 가업을 물려줬다.

    미국 스티븐슨대 전산학과를 나와 삼성물산 미주법인에서 근무하던 정 사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부친의 사업을 이어받았다. 당시 그가 맡은 회사는 자본금 5억원에 연매출 20억원도 안 되는 소기업이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자본금 50억원에 연매출이 300억원에 이르는 수입차 전문 판매회사로 성장했다.

    상품에 능통, 불만에 화통, 고객과 소통… ‘3通’이면 못 팔 게 없다

    차인덕 도시바 코리아 사장은 “목표에 따라 접근하는 노하우가 다르다”고 말한다.

    6년 전 회사를 떠맡은 정 사장은 밴만 팔아서는 도저히 회사를 키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돌파구는 역시 승용차였다. 당시 벤츠와 BMW가 국내 수입차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였기에 그 역시 그런 차를 팔고 싶었다. 팔방으로 뛰어다니며 손짓을 해봤지만 허사였다. 천우는 수입 승용차를 팔아본 경험이 없었고, 전시장이 강북에 있다는 점도 큰 걸림돌이었다. 아무도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2년을 쫓아다닌 끝에 어렵사리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서울 지역에서 독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는 그다지 많이 팔리는 차가 아니었다. 딜러간 경쟁이 별로 없는 탓에 그나마 그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초기엔 너무 팔리지 않아 막막했다.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영업사원들과 밤새 영업전략을 짜냈다. 인터넷으로 수입차 마니아들의 카페를 찾아다니고 재규어 동호인 모임을 찾아 공략했다. 한두 대씩 차가 팔리더니 계약기간이 끝나갈 무렵인 지난해 초에는 매월 30대씩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판매에 탄력이 붙자 자신감을 얻은 그가 다음 목표로 잡은 브랜드는 국내 시장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던 렉서스. 치열한 경쟁을 뚫고 2003년 6월 서울 지역에서 세 번째로, 강북에선 처음으로 렉서스 딜러가 됐다. “렉서스만 팔라”는 한국토요타자동차의 요구에 밴 사업부를 ‘천우밴’으로 분사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렉서스 세일즈에 집중한 결과다. 실상 그의 궁극적인 목적은 렉서스 딜러였고, 재규어나 랜드로버 딜러는 일종의 중간 다리였던 셈이다. 사람들은 대개 세워놓은 목표만 바라보지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단계들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 정 사장의 성공은 이런 점에서 곰곰이 되새겨볼 만하다.

    뉴욕행이냐, LA행이냐

    국내 노트북PC 시장에서 도시바 코리아를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어 ‘빅3’에 진입시킨 도시바 코리아 차인덕(49) 사장은 3년 전 도시바 코리아 대표를 맡으면서 경쟁하는 방법부터 달리 접근했다. 목표에 접근하는 노하우에 대해 차 사장은 이런 일화를 들려줬다.

    “미국 유학길에 오른 아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어요. ‘배로 미국에 갈 때 LA로 가느냐, 뉴욕으로 가느냐에 따라 항로는 전혀 달라진다. LA행을 택했다면 그냥 태평양을 건너면 되지만, 뉴욕에 가려면 태평양을 건너 파나마 운하를 건너든지, 인도양·대서양으로 돌아가야 한다. 목표를 멀리 잡으면 그에 맞는 계획까지 세워야 한다’고.”

    앞서 국내에 진출한 소니, 후지쯔, IBM 같은 경쟁자들이 시장점유율 목표를 3%나 5%로 잡을 때 차 사장은 3년 내 시장점유율 10%(당시는 1.7%)를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멀지만 큰 목표를 세워두고 차분하게 뉴욕행을 선택한 것이다. 뉴욕행을 택한 만큼 전술에서도 다른 방법을 구사했다. 유능한 인재들을 영입했고, 기업 고객이 많다 보니 서울 강남의 근사한 사무실에 본부를 마련했다. 거액을 들여 스타급 광고 모델을 기용하기도 했다. 이런 전략이 맞아떨어져 지난해엔 시장점유율 12%를 돌파했다. 예상보다 1년 먼저 목표에 이른 것이다.

    늘 그렇듯 딜러들의 세계에선 사려고 하는 고객은 하나인데 팔려고 하는 딜러는 여럿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딜러를 결승점(고객)에 먼저 도착하려고 한껏 속력을 내는 경주차에 비유할 수도 있겠다.

    “정면을 주시하고 가속페달을 밟아라. 그것이 아우토반을 달리는 가장 안전한 운전술이다. 우리는 최고급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이를 잊지 말고 앞만 보며 달려라.”

    상품에 능통, 불만에 화통, 고객과 소통… ‘3通’이면 못 팔 게 없다

    해군 중위 출신의 이혁병 캡스 사장은 마치 고지를 점령하듯 사세를 넓혀간다.

    BMW그룹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카를-하인츠 칼펠 부사장은 직원들이 경쟁사의 추격 상황을 보고할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는 양(量)보다는 품질, 기술혁신, 고객 서비스에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는 “벤츠나 아우디와 경쟁하기 위한 어떤 전략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선두주자가 공격을 당하는 것은 당연하고, 남아 있는 시장은 아직도 크다는 확신 때문이다. “저마다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와 전략으로 생존할 수 있다.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뿐, 좌우를 돌아볼 필요는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낸다.

    한 끼에 한 건

    딜러는 ‘체면무시업’일지도 모르겠다. 무인경비업체 캡스(CAPS)를 이끄는 이혁병(50) 사장은 하버드 MBA 출신의 전문경영인이다. 그렇다고 칼같이 다려진 하얀 와이셔츠와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도도하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에겐 식사시간도 영업의 연장이다. 그는 우연히 들른 음식점에 ‘캡스 경비구역’이란 팻말이 없으면 식사도 하지 않고 주인을 찾아가 대화를 시작한다. 그 다음날 그 식당에 가보면 어김없이 ‘캡스 경비구역’이란 푯말이 붙어 있다.

    그는 “한 끼에 한 건씩 실적을 올린다는 각오로 뛴다”며 “사장이 직접 가입신청을 받는다고 절대로 값을 깎아 주는 법은 없다”고 말한다. 대신 대표의 이름을 걸고 최고의 서비스를 약속한다. 그러면 완강한 식당 주인도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300여 업체가 난립한 국내 무인경비 시장은 에스원(브랜드명 ‘세콤’)과 캡스가 점유율 80%를 차지한다. 캡스는 1999년 미국 타이코(Tyco)에 인수되면서 세계 100여 개국에 75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경비보안기업 ADT(타이코의 자회사)의 한국법인이 됐다. 업계순위는 에스원에 이어 2위다.

    상품에 능통, 불만에 화통, 고객과 소통… ‘3通’이면 못 팔 게 없다

    식은 피자를 몰아내 뜨거운 고객의 호응을 이끌어낸 조인수 한국피자헛 사장.

    이혁병 사장은 무인경비시장과 캡스의 성장을 낙관한다. “경기가 안 좋을수록 오히려 불안심리는 가중돼 무인경비시장은 더욱 커진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국내 무인경비시장은 해마다 25%의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한국피자헛 조인수(50) 사장은 딜러를 ‘감각맞춤업’ 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그는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던 피자헛을 위협한 건 도미노피자다. 스피드를 내세운 도미노피자는 피자 배달시장을 급속도로 넓혀갔다. 아직까진 고객이 직접 매장에 찾아오는 비율이 높지만, 배달 서비스 비중은 계속 상승해 지난해엔 45%를 넘어섰다. 한국 시장에선 고객이 별도의 배달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 서비스를 강화했지만, 무작정 배달 서비스만 키운다고 도미노피자 같은 배달 전문업체를 따돌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차별화된 배달 서비스가 무엇일까 고민하던 조 사장은 온도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냈다. 잘 구운 피자라도 배달하는 동안 식으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피자가 가장 맛있는 온도는 65~75℃라고 한다. 조 사장은 이 ‘황금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근본적인 대책을 찾던 조 사장은 2000년 핫박스(Hot Box) 시스템을 들여왔다. 핫박스는 보온밥통처럼 내부에 열선이 장착된 특수 케이스. 매장에서 핫박스를 뜨겁게 충전한 후 배달하면 피자의 온도가 가장 맛있는 상태로 유지된다. 조 사장은 2년간 테스트해본 후 지난해 6월 250여개 전 매장에 핫박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매장당 1~3개의 열선 충전기를 설치하는 데 18억8000만원이 들었다. 하지만 돈은 들어갔어도 월 매출이 15%나 늘었다. 조 사장은 “핫박스 도입 이후 배달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급격히 높아졌다”며 “고객센터로 접수되는 불만 가운데 식은 피자에 대한 것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조 사장은 콜라에 대해서도 ‘온도와의 전쟁’을 치른다. 피자의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해야 하는 것처럼 콜라는 차갑게 유지해야 한다. 그는 1999년 미국 본사에서 콜라 쿨러 시스템을 국내에 들여왔다. 콜라 쿨러는 아이스박스 원리를 이용해 자체 개발한 보냉 주머니로 콜라가 가장 시원한 맛을 낸다는 5℃를 유지해준다.

    조 사장은 날씨에도 민감하다. 비 오는 휴일엔 홈서비스 콜에이전트와 배달요원을 평소보다 많이 투입한다. 배달주문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는 “매장 위치별로 향후 3일간의 날씨 정보를 이용해 콜 에이전트와 배달요원을 적절히 배치하고 주문이 몰릴 메뉴를 대비해 식자재도 미리 준비한다”고 귀띔한다.

    “너 같은 여자와는 결혼 안해”

    상품에 능통, 불만에 화통, 고객과 소통… ‘3通’이면 못 팔 게 없다

    윤석금 웅진 회장은 인내심과 끈기를 딜러의 자격요건으로 꼽는다.

    남다른 아이디어로 유명한 웅진 윤석금(60) 회장은 딜러를 ‘발상전환업’으로 본다. 충남 공주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윤 회장은 1965년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밑으로 동생이 여덟이나 있어 끼니를 거를 정도로 어려웠던 그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야 했다. 처음 한 아르바이트가 창경원(지금의 창경궁) 사진사다.

    창경원에는 많은 사진사가 고객을 붙들려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묘안을 찾던 그는 궁리 끝에 무작정 행락객들의 스냅 사진을 찍어서 화판에 붙이고 다니며 사진을 사도록 만들었다. 무모한 방법이었지만 그는 훗날 세일즈로 성공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회상한다.

    브리태니커 입사 이후 그는 자신도 모르고 있던 능력을 발휘했다. 부산 지역에 전혀 연고가 없었는데도 전국 판매인 360명 가운데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입사 1년 만에 브리태니커 미국 본사에서 전세계 54개국 세일즈맨들 중 최고 실적자에게 주는 벤튼상을 받았다. 처음에는 판매를 잘할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자신감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고객을 설득하면서 인내심과 끈기를 지닌 사람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한번은 모 기업 임원실에 책을 팔러 갔다가 여비서에게서 모욕적인 말을 듣고 자존심을 크게 상했다. 여비서는 그를 경멸하는 듯 쏘아보며 “빨리 나가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피식 웃으며 돌아섰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내가 지금은 너한테 거절당하고 돌아가지만, 너 같은 여자는 아무리 매달려도 결혼 안 해준다’며 자신을 위로했다.

    또 한번은 60대 사장에게 모욕을 당하고 돌아서며 ‘내가 지금은 당신보다 가난하지만 내가 당신 나이가 됐을 때는 당신보다 훨씬 부자가 돼 있을 것’이라고 자위하며 분루를 삼켰다고 한다. 윤 회장은 자존심을 많이 다칠수록 성공하는 딜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오기가 생겨야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 사회 전반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웅진의 매출 또한 절반으로 떨어졌다. 특히 고가의 정수기 판매는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암담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방법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 결과 정수기를 싼 값에 빌려주는 렌털 사업을 고안해냈다. ‘발상전환업자’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때로 딜러는 ‘서비스 전파업’이다. 천우모터스 정세림 사장에겐 50여명의 직원이 모두 그의 고객이다. 영업전시장 안에 직원들을 위한 식당을 꾸며놓은 곳도 천우모터스밖에 없다. 그는 “사람은 자신이 대접받는 만큼 다른 사람을 대접한다”고 말한다. 직원들을 소중하게 대우하면 그만큼 고객들이 받는 서비스 품질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도시바 코리아 차인덕 사장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그는 “직원들에 주는 최고의 인센티브는 실적을 올리면서 전문성을 쌓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접받는 만큼 대접한다

    렉서스의 매출 신장 비결은 딜러들이 최대한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딜러들에게 만족스런 대우를 해주면 그런 서비스가 고객들에게 전파돼 궁극적으로 실적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렉서스 영업사원들은 보통 순이익의 25%를 가져간다. 다른 영업사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렉서스는 판매가 부진한 차종의 가격을 낮춘다든가 딜러들의 부담을 높인 적이 없다. 딜러에게 돌아갈 이익이 줄어드는 일은 없었다. 딜러들의 마음은 딜러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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