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호

윤방부 교수의 ‘햄버거를 위한 변명’

“주식(主食)으로 먹으면 영양 균형 OK, 비만 걱정 NO!”

  • 글: 윤방부 연세대 의대 교수·가정의학 family@yumc.yonsei.ac.kr

    입력2005-03-23 17: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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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부턴가 햄버거는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 매스컴은 햄버거를 ‘비만의 원흉’ ‘성인병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햄버거는 과연 유해식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누명’이다. 햄버거는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좋은 음식이며, 제대로만 먹으면 비만을 걱정할 까닭도 없다.
    윤방부 교수의 ‘햄버거를 위한 변명’
    한국인들 이음식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 식문화에 대해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있는 잘못된 상식에 대해 먼저 얘기해볼까 한다.

    우리나라엔 건강과 관련해 과학적 근거가 없고 허무맹랑하기까지 한 건강비법, 의료관행, 갖가지 속설이 범람한다. 심지어 그럴듯한 이론으로 포장되기까지 해 일년 내내 음식타령, 건강타령이 이어진다. 요즘엔 ‘웰빙 바람’을 타고 음식을 가려 먹는 방법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어떤 음식은 불로장생의 만병통치약으로, 어떤 음식은 절대 먹어서는 안 될 유해식품으로 분류되는 경우는 흔하다. 음식에 대한 편견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채식, 비타민 효능 과장하는 TV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채식이 최고의 건강관리 비결인 것처럼 소개됐다. 필자의 고교 동창생들은 “마누라가 풀만 먹으라고 야단인데, 내가 토끼냐? 우리집에 와서 정확한 의학지식 좀 들려줘” 하고 부탁했다. ‘채식지상주의’라는 허무맹랑한 이론은 미국에서도 바람을 일으킨 적이 있다.

    스튜어트 버거라는 한 의사가 TV에 나와 “채식을 하고 비타민을 먹으면 암과 성인병, 각종 난치병이 예방된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유명한 배우, 권력가, 재력가들이 그를 신봉했고 버거는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더욱이 스스로 ‘사우스샘톤 다이어트(Southsampton Diet)’라는 면역증강 식품도 만들어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러나 그는 1994년 3월, 40세의 젊은 나이에 급사했다.



    로데일씨는 ‘영원한 젊음(Forever Young)’이라는 잡지의 발행인이었다. 그 역시 음식과 관련된 주제로 TV에 단골 출연해 유명해졌다. 그는 특히 “내가 일흔 노인네지만 뼈 성분으로 만든 음식을 꾸준히 복용해 웬만해서는 뼈가 부러지지 않는다”고 자랑하는 등 시청자들을 현혹했다. 그러던 그도 경미한 충돌사고로 뼈가 산산조각났고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정통의학’ 연구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가장 적절한 영양 섭취 비율은 탄수화물 50%, 지방 30%, 단백질 20%다. 사람들은 TV가 부추기는 채식, 자연식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양인들은 육식 위주의 식생활 습관을 갖고 있다. 반면 동양에서는 채식이 주식이다. 동양의 경우 고기를 많이 먹는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직은 육식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육식이나 채식 중 어느 한 가지만 강조하는 것은 잘못이다. 만약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굳이 둘 중 한 가지를 권하라고 한다면 오히려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 훨씬 더 좋다고 말하고 싶다. 실제로 육식을 많이 하는 서양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보다 훨씬 더 스태미너가 좋으며 건강하게 오래 살지 않는가.

    한국인은 육식 더 해야

    술을 자주 마셔 급성췌장염에 걸린 환자가 있었다. 치료가 계속돼도 효과가 별로 없길래 사정을 알아보니 ‘몸에 좋다’는 음식을 몰래 먹고 있었다. “굶으라고 했는데 왜 자꾸 먹냐”면서 언짢은 표정을 짓자 간호하던 보호자가 “선생님, 굶으면 허기져서 어떻게 병을 고치나요. 밥이 제일이잖아요. 그래서 잣죽을 쑤어다 먹였어요” 한다.

    필자가 미국에서 귀국한 후 설사 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애를 먹었던 것도 ‘굶기는 일’이었다. 미국에선 대수롭지 않은 원인으로 설사하는 환자에게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므로 하루 정도 굶고 코카콜라나 세븐업을 계속 마시라”고 처방한다. 그래도 낫지 않으면 하루 더 금식을 연장하라고 한다. 미국 환자들은 의사들의 지시를 비교적 충실히 이행하는 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설사 환자들은 “보리차나 마시라고 하면 허기져서 어떻게 일을 합니까. 지사제를 주세요” “영양주사를 놔주세요” “죽이라도 먹게 해주세요” 하며 불만을 터뜨린다.

    한국인들은 ‘몸에 좋다는 음식은 언제든 복용해도 반드시 건강에 좋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건강과 음식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처럼 잘못된 상식이 때로는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한국 사회엔 또 다른 역설적 편견이 있다. TV에서 ‘어떤 음식이 어떤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방송되면 그 순간부터 그 음식은 ‘유해식품’이 되고 만다. 그래서 만병의 원인이 모두 그 음식에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멀쩡한 식품이 갑자기 배척당하게 된다.

    햄버거는 이런 편견에 희생된 대표적인 음식이다. 햄버거는 나이프나 포크 등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편리성이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다. 문제는 영양소의 함유 상태다. 대체로 햄버거엔 스테이크가 들어간다. 스테이크는 다진 쇠고기에 달걀, 빵가루, 볶은 양파 등을 넣어 둥글넓적하게 빚은 뒤 프라이팬에서 구운 다음 고기 속까지 익히는 방식으로 요리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테이크를 밀가루로 만든 빵 속에 끼우고 양상추, 양파, 토마토, 후추, 소금, 케첩 등을 첨가하면 햄버거가 완성된다.

    햄버거는 서양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유래는 중세 동양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정복해 거대 제국을 건설한 몽골족의 고기 음식이 헝가리 등 동유럽에 전해지면서 ‘타타르 스테이크’로 불렸다. 이 음식은 함부르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독일 상인들에 의해 독일로 전해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타타르 스테이크’가 ‘함부르크 스테이크(Hamburg Steak)’가 됐다.

    1904년 미국의 세인트루이스 박람회는 햄버거가 세계인의 음식으로 상업화한 계기가 됐다. 박람회장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자 식당에서 일하던 한 요리사는 너무 바쁜 나머지 ‘함부르크 스테이크’를 둥근 빵에다 끼워 팔았다. 이것이 오늘날 ‘번즈(buns)’라고 부르는 둥근 빵에 고기인 ‘패티(patty)’를 끼워 케첩, 머스터드 등을 첨가한 ‘햄버거’로 발전했다.

    햄버거 7개 먹어야 하루 권장량

    햄버거의 영양소 성분과 열량은 어떨까. 예를 들어 M사 햄버거에는 빅맥, 맥휘스트, 햄버거, 치즈버거, 맥치킨, 휘시버거, 새우버거, 불고기버거, 맥립주니어 등이 있다. 빅맥·치즈버거·햄버거·더블치그버거·더블햄버거·맥휘스트 등은 순쇠고기로, 맥치킨·상하이 스파이스치킨버거는 닭살로, 휘시버거는 생선살로, 불고기버거·맥립 등은 국산 돼지고기로 만든다.

    이중 열량이 가장 높은 것은 빅맥으로 590kcal이며, 보통 햄버거는 280kcal, 맥치킨은 520kcal, 불고기버거는 425kcal이다. 보통 햄버거는 중량이 105g으로, 탄수화물이 35g 들어 있는데, 이는 1일 기준치의 11%에 해당된다. 단백질은 12g으로 20%, 지방은 10g으로 20%, 콜레스테롤은 30mg으로 10%, 칼슘은 150mg으로 21%가 들어 있다.

    만일 10∼19세 청소년인 경우 1일 에너지 필요량을 기준으로 할 때 남자는 7~9개, 여자는 7~8개의 햄버거를 먹어야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를 얻을 수 있다. 영양소별로 보면 햄버거 5개를 먹어야 1일 기준치 지방을 모두 채울 수 있고, 1일 기준치 콜레스테롤은 햄버거 10개를 먹어야 충족된다. 총 발생 열량을 우리가 흔히 먹는 식단과 비교하면 빅맥 1개(590kcal)는 삼계탕(700kcal), 자장면(670kcal), 순두부백반(580kcal), 설렁탕(470kcal)과 비슷하거나 적다고 할 수 있다.

    햄버거를 둘러싼 쟁점은 대략 일곱 가지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햄버거는 몸에 해로운가. 인체의 건강과 질병은 음식의 종류와는 무관하다. 단지 과식, 편식이 문제를 일으킨다. 또한 요리법도 건강에 큰 영향을 준다. 맵고, 짜고, 태운 요리는 몸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쳐 심장병, 콩팥병, 위장병(암 포함)의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햄버거를 섭취하는 것 자체는 건강과 무관하며, 너무 많이 먹을 경우에만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어떤 음식이든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둘째, 햄버거는 영양 불균형을 일으키는가. 음식물을 골고루 섭취하는 식습관을 들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햄버거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칼슘 등이 고루 들어 있다. 빵, 고기, 채소(토마토, 양상추, 양파) 등을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으므로 편식을 조장하는 음식이 아니다. 물론 햄버거 한 가지만 먹는다면 건강에 이로울 게 없다. 그러나 이는 다른 음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다만 햄버거 한 가지만 먹는 경우와 다른 음식 한 가지만 먹는 경우를 단순 비교한다면 재료가 고루 들어 있는 햄버거가 조금은 우수하다고 본다.

    인간의 이상적인 섭취 영양소 비율이 탄수화물 50%, 지방 30%, 단백질 20%인 것을 감안하면 햄버거엔 탄수화물 35g, 단백질 12g, 지방 10g이 들어 있어 이상적인 비율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 정도면 영양소가 비교적 골고루 들어 있는 식품군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셋째, 햄버거는 비만을 초래하는가. 이 점은 많은 사람의 관심거리다. TV는 “햄버거를 먹으면 살이 찐다”고 사람들을 세뇌시킨다. 햄버거와 비만의 상관관계를 알려면 먼저 비만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비만은 이상적 체중값에서 현재의 체중이 20%를 초과하는 것을 말한다. 이상적 체중은 키에서 100을 뺀 값에 0.9를 곱한 수치다. 예를 들어 키가 160cm인 경우는 (160-100)×0.9=54kg이 이상체중이다. 따라서 키 160cm인 사람의 체중이 64.8kg 이상이면 비만이다.

    2003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결과 분석에 의하면 한국 남성의 22.22%, 여성의 30.90%가 비만이다. 특히 초등학생의 9.64%, 중학생의 9.1%, 고등학생의 15.4%가 비만이다. 국민 4~5명 중 1명이 비만이고, 청소년 10명 중 1명이 비만이라는 의미로 한국에서도 비만이 사회문제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만은 일종의 질병이다. 유전적 요인인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에너지의 불균형, 즉 먹는 양에 비해 소비하는 칼로리가 적어서 야기된다. 특히 중장년층에 많이 나타나는 내장 비만은 내장에 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것으로 여기엔 노화, 과식, 운동 부족, 유전적 영향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대체로 의학계에선 비만의 원인을 유전적 요인 30%, 문화적 요인 10%, 환경적 요인 60%로 본다. 한마디로 말해 음식을 너무 많이 먹고, 운동은 너무 적게 하는 생활습관이 비만을 부르는 것이다. 성인병 위험이 높아지는 내장 비만의 경우 단순당질(설탕)의 과다섭취, 음주, 흡연이 가장 큰 원인이다.

    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첫째가 ‘운동’이다. 시속 6.5km 이상의 속도로 하루 한 시간을 걸으면 360kcal가 소모되는데, 필자는 이 정도의 걷기 운동을 권하고 싶다. 하루에 인간이 섭취하는 음식의 양에서 평균적인 일상활동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빼고 나면 대략 300kcal가 남기 때문이다. 만보기는 별로 정확성이 없으므로 믿지 말고, 6.5km 정도의 거리를 정해 높고 1시간 안에 걷는 습관을 들이는 게 가장 좋다. 열량을 소모하기 위해선 거리뿐 아니라 속도도 중요하다.

    음식량을 급격히 줄이는 방법도 있으나 다이어트는 성공하기 쉽지 않고 지속적이지 못하며 스트레스를 유발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하루에 섭취하는 음식물의 총량(kcal)을 기준치(성인 1인 2000kcal) 이상 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햄버거의 경우 빅맥은 590kcal, 일반 햄버거는 280kcal이며 영양분석을 할 때 다른 음식에 비해서 열량이나 영양소의 균형상태가 나쁘지 않다. 따라서 햄버거를 먹으면 비만을 초래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하겠다.

    넷째, 햄버거를 많이 먹으면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는가. 햄버거가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는 속설도 많이 퍼져 있다. 콜레스테롤은 몸 안에서 저절로 생성되기도 하고, 섭취한 지방을 통해 간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콜레스테롤은 나쁘기만 한 게 아니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내 세포막 형성, 담즙 생산, 호르몬 생성, 효소 생성, 정자 생성 등에 중요한 물질이다. 단지 고지혈증 등을 일으키는 경우에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고지혈증에 대해 알아보자. 고지혈증을 동맥경화증이라 불러도 좋다. 고지혈증이란 혈액 속에 지방 성분이 높은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총 콜레스테롤이 240mg/dl 이상이거나 중성지방이 200mg/dl 이상일 때를 말한다. 혈액 속에 지방성분이 많아지면 지방이 혈관벽에 달라붙어 쌓인다. 그러면 혈관이 좁아지고 탄력성이 없어지면서 동맥이 굳어지는 것이다.

    동맥경화는 고혈압 환자, 당뇨병 환자, 흡연자, 비만인, 45세 이상의 남성, 55세 이상의 여성, 호르몬 치료를 하지 않는 여성, 직계 가족 중 급사나 심근경색증이 있는 사람이 걸리기 쉽다. 한국인의 경우 콜레스테롤이 210mg/dl 이상인 경우가 30.96%, 230mg/dl 이상인 경우가 16.07%로 높은 편이다. 중성지방이 200mg/dl 이상인 사람도 39.2%나 된다.

    콜레스테롤은 섭취한 지방이 위장관을 통해서 분해되어 간에서 형성된다. 간이 지방을 분해하지 못해 지방이 간에 쌓이는 것이 소위 지방간이다. 고지혈증을 관리하려면 우선 ‘정상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과식하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음식의 종류를 특별히 가릴 필요는 없으나 지방이 적은 음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중성지방이 많은 경우에는 단 음식(시럽, 꿀, 과자, 아이스크림 등)을 제한해야 하고 술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고지혈증 치료엔 운동이 매우 도움이 된다. 운동을 하면 중성지방이 낮아지고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좋은 콜레스테롤(HDL)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고지혈, 동맥경화와 무관

    최근 좋은 치료제들이 나와 고지혈증 문제는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음식은 마른 오징어, 생선알, 달걀, 곱창 등이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는 살코기인 경우 콜레스테롤 함량이 비교적 낮다. 콜레스테롤은 생존에 필요한 것을 생성하는 물질이므로 너무 낮아도 안 된다. 혈중수치 160∼180mg/dl 사이가 가장 좋다. 너무 낮아도 출혈을 쉽게 일으킨다.

    빅맥 햄버거 1개가 함유한 콜레스테롤은 34mg으로 1일 영양소 기준치의 28%에 불과해 빅맥 1개를 섭취한다고 해서 콜레스테롤이 증가한다고는 볼 수 없다. 더욱이 고지혈증의 원인은 다양하므로 한 음식만을 고지혈증의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섯째, 햄버거에 지방이 많은가. 빅맥의 경우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율은 47:24:34다. 그런대로 1일 권장 비율에 가깝다. 하지만 빅맥 1개에서 지방 1일 권장량의 68%가 나올 수 있으므로 빅맥을 많이 먹는 것은 지방섭취량 유지 측면에서 볼 때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햄버거의 지방 함유량을 보면 맥휘스트 54%, 보통 햄버거 20%, 치즈버거 28%, 맥치킨 58%, 불고기와 휘시버거가 각각 40%로 빅맥보다는 낮다.

    여섯째, 햄버거는 위생상태가 나쁜 음식인가. 대다수 햄버거 회사는 소위 ‘질의 관리’를 하고 있다. 지역별로 설치된 품질관리센터에서 지속적으로 품질을 챙긴다. 일부 다국적 햄버거 브랜드는 고기와 채소를 모두 현지산(국내 다국적 햄버거 회사는 한국산)으로만 사용하며, 현지(한국) 공장에서 제조해 전국의 매장으로 보낸다. 매장내 그릴 등 조리시설도 청결을 유지하며 ‘오픈데이’ 행사를 통해 조리과정을 공개한다고 한다.

    일곱째, 햄버거가 간 기능을 나쁘게 하는가. 혈청GOT, 혈청GPT, 감마GT가 나빠지는 등 간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음식의 종류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 따라서 간의 이상과 햄버거는 의학적 연관이 없다. 과거엔 간염에 걸린 환자가 간 기능이 나빠지면 고기를 많이 먹어 영양을 보충하기도 했다.

    먹고 싶은 것 먹는 게 ‘웰빙’

    결국 ‘건강식’에 대한 매스컴의 과도한 포장, 패스트푸드를 무조건 ‘정크푸드(쓰레기 음식)’로 몰아붙이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햄버거에 대한 오해가 생겨났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햄버거를 대개 간식으로 여겨 세 끼 식사 외에 추가해 먹는 습관이 있다. 자연히 햄버거 섭취로 인해 1일 음식물 섭취량이 많아지고 그 때문에 체중이 증가하면 그 탓을 모두 햄버거로 돌리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미국 유학 시절 5년간 가족과 함께 햄버거 집을 찾았던 일을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요즘도 나이에 걸맞지 않게 차 속에서나 사무실에서, 때로는 기차 안에서 햄버거를 먹는다. 물론 식사 대용으로 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식의 속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대장금’과 같은 TV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는지도 모르겠다. 전통 음식문화는 계승, 발전해나가야겠으나 자꾸 음식의 종류에만 집착해 이게 건강에 좋으니, 저게 건강에 나쁘니 하며 가리는 것은 문제다. 햄버거가 먹고 싶긴 한데 TV에서 ‘햄버거 먹으면 콜레스테롤 높아지고 병 걸린다’고 해서 못 먹는다면 그것은 불행이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고 사는 것이 바로 진정한 웰빙이다.



    음식은 그 자체로 좋고 나쁜 것이 없다. 문제는 과식이요, 편식이요, 요리법(맵고, 짜고, 태우는 요리법)이요, 개인접시로 나누어 먹지 않는 식사법이요, 담배 피는 것이요, 과음하는 것이요, 운동하지 않는 것이다. 햄버거는 먹고, 이런 생활습관은 버리자. 그러면 당신은 ‘잘 먹고 잘 사는’ 가장 빠른 지름길을 택한 것이며, 나머지 운명은 당신의 유전자가 결정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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