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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논란

‘초고층 헛기침’ 한번에 2억 뜀박질… ‘메트로폴리스 강남’ 프로젝트, 불패 신화 재연할까

  •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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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골프장 건설 논란은 해프닝
  • ● 초고층 재건축은 ‘메트로폴리스 강남’ 건설 계획의 핵심
  • ● 진도 7 지진 땐 강남 아파트 61% 붕괴… 내진설계 필수
  • ● 법적으론 ‘이상 무’, 건축심의에선 층수제한 불 보듯
  • ●“소나기는 피하자”… ‘봄날’ 기다리는 압구정 주민들
  • ● 초고층 백지화에도 오른 집값은 요지부동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논란
‘대한민국 대표 구(區)’인 서울 강남구. 그중에서도 압구정동은 ‘강남 중 강남’으로 통한다. 비록 국내 최고가 아파트 밀집지로서의 명성을 2002년 10월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에 내주긴 했지만, 여전히 부촌(富村)의 대명사로 손색없는 현대아파트단지가 버티고 서 있기 때문이다.

1976∼79년 준공된 이 아파트단지의 주민 중엔 유력인사도 적지 않다. 수소문해본 결과 전직 장·차관급 인사만도 16명에 달했다.

그런데 최근 이 아파트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2월6일 강남구(구청장 권문용)가 노후한 현대아파트단지를 60층 이상의 초고층 아파트로 재건축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것.

논란의 대상은 압구정 아파트지구 2주구(住區·주거단위구역). 동호대교 남단과 성수대교 남단 사이 한강변이 이곳으로, 이른바 ‘구현대’라 불리는 현대아파트 1∼7차가 자리잡고 있다. 논란의 시발은 5∼15층 높이 41개 동(棟) 3130가구가 모여 사는 이 아파트단지를 27∼64층 높이 20개 동의 초고층 아파트로 재건축하려는 사업계획안을 해당 주민들이 서울시와 강남구에 제출한 뒤 강남구가 이를 대외적으로 공식화하면서부터다.

논란은 부동산 투기 과열을 우려한 정부가 ‘2·17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급히 내놓은 직후 비교적 잠잠해졌다. 하지만 초고층 아파트 건축은 언젠간 다시 논란거리로 떠오를 사안. 좁고 한정된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선 초고층 아파트 건축이란 대안이 매력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강남구의 경우 2010년까지 가용 토지의 97.8%가 개발이 끝나기 때문에 신규 토지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따라서 재건축을 제외하곤 개발 가능성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초고층 재건축은 과연 가능한 것일까. 그 해답을 알기 위해선 언론에 상세히 보도되지 않은 이번 논란의 내막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7∼64층 20개 동으로 재건축 추진

현대아파트 재건축 문제가 ‘호화 아파트’ 논란으로 불거진 표면적 이유는 재건축될 초고층 단지 안에 미니 골프장까지 만들기로 했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현대아파트’란 이름이 갖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골프장 건설이 비(非)강남 주민에게 더욱 격심한 위화감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 것.

그러나 이는 와전된 측면이 강하다. 가칭 ‘현대아파트 주택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2004년 12월15일 서울시가 압구정 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 변경(안)을 공람공고하자 “공람공고안에 따라 재건축할 경우, 건폐율을 낮춰 풍부한 녹지를 확보하려는 강남구의 도시계획 방침과 맞지 않는다”며 지난 1월초 서울시에 이의신청을 했다. 그런데 이때 제출한 재건축사업 계획안의 조감도에 3홀짜리 골프연습장이 그려져 있었던 것.

이와 관련, 현대아파트 주택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의 신영세 위원장은 “4년 전부터 재건축을 준비해오는 과정에서 2003년에 재건축 현상설계 공모를 해 한 건축사무소에 설계를 맡겼는데, 당시 조감도에 골프장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지난번에 서울시에 이의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그 조감도를 그대로 내는 바람에 불필요한 오해가 빚어진 것”이라며 “골프장 건설 논란이 보도된 후 상당수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뭣하러 쓸데없는 행동을 해 논란을 부채질하느냐’ ‘아파트 안에 무슨 골프장이 필요하냐’ ‘골프장 관리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등 항의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현상설계를 맡았던 (주)무영종합건축사사무소(서울 역삼동)의 한 관계자도 “현상설계 당시 일부 주민이 웰빙 차원에서 골프연습장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비친 데다 조감도를 멋있게 꾸며보려 골프장 그림을 그려 넣은 것에 불과한데, 마치 기정사실이 된 것처럼 전해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어쨌든 논란이 확산되자 현대아파트 주택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2월초 변경안 이의신청 때 다시 제출한 조감도에서는 골프장 부분을 뺐다.

서울시의 공람공고안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하면 현대아파트단지는 최고 층수 40층의 30개 동 규모로 이뤄진다. 이렇게 되면 동수가 많아 현대 1∼5차의 북측 일부 등 50%의 가구에서만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여유공간이 적어져 단지 내 공간을 공원화하기 어려운 단점이 생긴다.

반면 이의신청 때 변경한 계획안에 따르면, 전체 동수는 20개 동으로 한강변에 가장 인접한 1개 동만 64층이고, 나머지 19개 동은 27∼50층 높이다. 대지면적은 6만7521평, 건축면적은 5893평, 연면적 합계는 24만8297평이며, 건폐율(전체 대지면적에서 건축면적이 차지하는 비율)과 용적률(전체 대지면적에서 건물 각 층의 면적을 합한 연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8.73%와 262.60%다. 결국 논란의 본질은 해프닝에 그친 ‘골프장 건설’이 아니라 ‘초고층’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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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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