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기획 취재

한국 미술계 이끄는 ‘기업미술관’ 파워

‘삼성’ 국보·보물 150여점 보유, ‘SK’ 미디어 아트로 시너지 업!

  •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한국 미술계 이끄는 ‘기업미술관’ 파워

2/5
한국 미술계 이끄는 ‘기업미술관’ 파워

왼쪽부터 삼성미술관 홍라희 관장, 아트센터 나비 노소영 관장, 아트선재센터 김선정 전 부관장, 성곡미술관 박문순 관장. 한국 미술계를 이끄는 재벌가 여인들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세 명이 함께 작업하게 된 것도 홍 관장의 힘이었다. 이들이 같은 공간에 각자의 특성을 살린 건축물을 세운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 연구실에서 세계적인 건축가 20여명을 추려 명단을 올렸는데, 그중 홍 관장이 직접 3명을 선정했다고 한다. 건물이 완성된 후 홍 관장이 무척 만족해했다는 후문. 또 관객이 감상하려는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면 자동적으로 작품에 대해 설명해줘 이해를 돕는 디지털 전시가이드 PDA도 홍 관장의 아이디어로 삼성전자가 개발했다.

삼성 컬렉션 1만5000점

하지만 미술계에서는 리움이 지나치게 ‘엘리트주의’를 지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가 반열에 오르지 않으면 리움에 입성하기조차 어렵다는 것. 또 입장료가 1만원이나 되고 하루에 300명씩 예약을 통해서만 관람할 수 있으며, 작품에 조금만 가까이 다가서면 경보음이 울려 관객이 위압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삼성미술관 홍보팀 박민선 과장은 이렇게 해명했다.

“입장료 1만원을 받는다고 이익이 나는 것을 아니다. 그저 미술관 운영비 일부로 보전할 뿐이다. 예약을 통해 정해진 인원만 관람하게 한 것은 관객들이 여유를 가지고 작품을 충분히 감상하게 하려는 것이다. 또한 리움은 소장품 중심의 미술관이므로 대가 중심, 명작 중심인 것이 사실이다. 기획전 역시 최고 수준이 될 것이다. 대신 호암미술관이나 로댕갤러리를 통해 신진이나 중견 작가들에게도 전시의 기회를 제공한다.”

경기도 용인의 호암미술관은 고미술품 중심으로 운영하되 명품보다는 민화나 공예품을 주로 전시해 친근한 민속 문화를 맛보게 하고, 서울 태평로 삼성플라자에 있는 로댕갤러리는 젊은 작가들의 다양하고 실험적인 전시를 할 예정이다. 한 예로 지난해 9월 로댕갤러리에서 열린 ‘장영혜중공업전’에서는 삼성으로 표상되는 한국 자본주의를 비난한 작품 ‘삼성’을 전시해 화제를 모았다. 삼성에서는 이 ‘삼성’을 직접 구입해 소장하고 있다.



삼성이 소장한 컬렉션은 국보·보물 150여점을 포함해 고미술품과 현대미술품을 합쳐 1만5000여점에 이른다. 삼성미술관의 학예연구원은 12명(보통 미술관들은 2∼3명의 학예연구원으로 운영된다), 근무하는 직원만 200여명에 이른다. 학예연구실장은 이사급이다. 여느 사립미술관에서는 상상도 못할 파격적인 지원이다.

리움은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과 한국 여행정보 사이트에서 거론되면서 한국에서 반드시 가야 할 명소로 부각됐다고 한다. 여기에는 세 건축가의 명성도 일조했다. 삼성에서도 외국의 VIP급 인사들이 오면 리움을 관람케 한다. 그러면서 삼성이 ‘휴대전화만 최고가 아니라 문화 마인드도 최고’라는 인식을 심고 있다.

인터넷, 모바일 이용한 전시

삼성미술관만큼 대규모는 아니지만 내용 면에서 그에 견줄 만할 곳이 SK가 운영하는 아트센터 나비다. 관장은 최태원 SK 회장의 부인 노소영씨. SK의 미술 사랑은 나비의 전신인 워커힐미술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태원 회장의 어머니인 박계희 당시 관장은 앤디 워홀의 국내 최초 개인전을 비롯해 피카소, 오펜하임 등 굵직굵직한 거장을 국내에 소개했다. 박 여사는 미국 미시간주의 카라마주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을 만큼 조예가 깊어 초창기 한국미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때 수집한 소장품이 450여점.

1997년 노소영 관장은 시어머니가 운영하던 워커힐미술관을 맡으면서 미술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독일 바이마르시대의 사회비판적 판화와 데생전을 기획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노 관장이 미술관 살림을 맡으면서 2000년 12월 워커힐 호텔에 있던 기존 미술관은 문을 닫고 서울 종로구 SK 본사 사옥 4층에 나비를 개관했다.

공학과 경영학을 공부한 노 관장이 운영하는 나비는 순수예술보다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미디어 아트 쪽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디어 아트란 새롭게 등장하는 대중매체를 예술과 접목하는 작업을 말한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백남준이 이 분야의 선구자로 꼽힌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새롭게 등장하는 모든 매체가 미디어 아트의 대상이 될 수 있고, 2개 이상의 매체를 통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나비라는 이름은 ‘꽃에 도움을 줘 열매를 맺게 하는 매개자 나비처럼 미술과 테크놀로지, 인문학과 사회학, 생물학 등 다른 학문을 연결하는 매개자가 되겠다’는 의미.

나비는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다양한 전시를 기획해왔다. ‘리퀴드 스페이스(Liquid Space)’전, ‘언지핑 코드(Unzipping Codes)’전, ‘꿈나비 2004 : 디지털놀이터’전, ‘아트 앤드 사이언스 스테이션(Art & Science Station)’전, 워치 아웃(Watch Out)’전 등이 대표적인 전시로 디지털 기술과 예술적 감성이 어떻게 교감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이동통신기술을 이용한 ‘워치 아웃(Watch Out)’전은 관객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보낸 메시지가 일정 장소에 투사, 디스플레이되는 형식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나비의 전시는 장소에 구애되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고 영상을 투사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전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다수 전시가 센터 밖에서 이뤄졌다. 또한 같은 전시를 여러 곳에서 관람할 수도 있다.

2/5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목록 닫기

한국 미술계 이끄는 ‘기업미술관’ 파워

댓글 창 닫기

2020/0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