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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도쿄는 왜 ‘이시하라 신드롬’에 빠져드나

‘국수주의 일본號’ 편승한 沒역사·무책임 포퓰리즘

  • 글: 조헌주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hanscho@donga.com

도쿄는 왜 ‘이시하라 신드롬’에 빠져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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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원 19만명, 연 70조원 주무르는 ‘도쿄 공화국’ 황제
  • ● ‘아사히신문’ 매주 이시하라 발언록 게재, “왜? 재밌으니까…”
  • ●국가 제창 때 학생 기립시키지 않은 교사 248명 징계
  • ●도쿄 범죄 증가하면 “외국인 탓”
  • ●중증 장애인 시설 시찰 뒤 “저런 사람들도 인격이 있나” 막말
  • ●히토쓰바시대 인맥이 아이디어 창고
  • ●미국 욕하면서도 “도쿄 발전 모델은 뉴욕”
도쿄는 왜 ‘이시하라 신드롬’에 빠져드나

이시하라 지사는 젊은 시절부터 미디어를 능숙하게 활용했다. 1999년 도쿄 외신기자클럽에서 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는 이시하라.

일본에서 언론매체의 주목도가 높은 정치인을 꼽는다면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73) 도쿄도(都)지사가 아마 세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초기보다는 인기가 떨어졌다 해도 40%의 지지도를 기록중인 고이즈미 준이치 총리에 버금간다.

이시하라 지사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도쿄의 대다수 시민, 대중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정치·경제·행정·관광 등 전 분야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도쿄의 직선 수장인 때문만은 아니다. 이시하라의 실체와 오늘날 왜 그에 공감하는 일본인들이 많은가를 살펴보자.

좌충우돌, 무소부재

“문명이 초래한 가장 한심하고 유해한 것이 할머니라고 하더라. 여성이 생식 능력을 잃은 뒤에도 살아가는 것은 낭비이고 죄라더라.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치인이라 차마 말할 수 없다.”

2001년 11월에 발매된 한 여성 주간지에 실린 이시하라 지사의 말이다. 한 대학교수의 말을 전하는 형식이었으나 그 말이 곧 그의 말이다. 여성의 인격을 철저히 모독하는 이 발언에 도쿄 거주 여성 121명은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이시하라 지사를 상대로 1인당 1만엔(약 1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도쿄 지방법원은 지난 2월24일 “지사의 발언은 헌법 이념에도 맞지 않는 부적절한 견해지만, 개개인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므로 원고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그러나 “부적절한 표현이 사용돼 많은 여성이 불쾌감을 느꼈을 것으로 추측한다”며 발언의 문제성은 인정했다.

여성 원고단은 판결 직후 “발언을 용인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내려진 만큼 이시하라 지사는 판결문을 잘 읽고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측근을 통해 “논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가 판결문을 읽어봤을 리 없다.

일본의 저술가 가와나 히데유키는 이사하라 지사에 대해 “편견에 차 있고, 쉽게 열 받고, 호전적인 성격이다. 무슨 일이든 잘 알아보지 않고 발언하고, 나중에 발언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도 절대 사과하지 않고 버티는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여성차별 발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 것은 이시하라 스타일로 볼 때 당연한 것이었다.

이시하라 지사는 지난 1월 도쿄도 공무원인 재일교포 정향균씨의 승진시험 응시자격 제한 관련 재판 때도 등장했다. 정씨는 1994년 과장직 승진시험에 응시하려 했으나 외국국적 소유자란 이유로 원서 접수조차 거부당하자 위헌 확인 및 손해배상 200만엔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시하라 지사가 취임하기 전의 일이지만 송사는 그의 재임 기간에 계속됐고 올해 1월 대법원 판결에서 “지자체의 임용권은 정책적 판단”이라며 정씨의 패소를 확정했다.

이시하라 지사는 판결 결과에 대해 “우리가 그동안 주장해온 것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흡족해했다. 외국인을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그가 ‘희희덕거리는’ 모습에 재일교포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가 툭툭 내던지는 발언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도쿄 도지사란 중책을 맡은 사람답지 않게 경솔한 말을 수없이 해왔다. 그런 그가 일반인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와 닮은 꼴이다.

일본 한 신문사의 현직 언론인은 “그런 사람이 민선 도쿄 도지사, 그것도 2기째 연임중이란 사실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라며 머리를 설레설레 흔든다. 그 언론인은 프랑스의 극우 정치인 장 마리 르펭이 인기를 끌던 1990년대 후반을 떠올렸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도 그렇지만 프랑스에서도 우익이란 개념은 사회체제의 형식이나 이념에 관한 것을 뜻하기보다는 국수주의적 정치성향을 칭하는 경우가 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시하라는 르펭보다 훨씬 더 심한 인종차별주의자다. 그러나 일본은 이시하라를 선택했다. 르펭은 인기가 있었지만 파리시장은 되지 못했으며 대통령후보로 지지해준 사람도 일부였다. 그러나 일본은 이시하라를 도쿄시장으로, 게다가 재선까지 시켜줬다. 그것도 모자라 늘 총리 후보감으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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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헌주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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