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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 스타들의 국제무대 해프닝

수영경기 중 익사 위기, 화장실에 갇힌 탁구여왕, 아시아 여자육상 2관왕은 남자…

  • 글: 기영로 스포츠 해설가 younglo54@yahoo.co.kr

한국 스포츠 스타들의 국제무대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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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멕시코 올림픽 수영경기에서 물에 빠져 죽을 뻔한 남상남, 셰필드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역주행’한 황영조, 잉글랜드 프로축구에서 대기심을 코칭스태프로 잘못 알고 엉뚱한 골 세리머니를 펼친 설기현 등 스포츠 스타들의 온갖 해프닝.
한국 스포츠 스타들의 국제무대 해프닝

여자탁구 간판스타이던 정현숙은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 선수권대회에서 경기 직전 화장실에 갇히는 바람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다. 사진은 1977년 버밍검 세계탁구 선수권대회에 이에리사와 조를 이뤄 출전했을 당시의 정현숙(뒤쪽).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올림픽 체조 사상 최초로 10점 만점을 받으며 3개의 금메달을 딴 루마니아의 코마네치는 늘 인형을 끼고 다녔다. 14세 철부지 소녀라 올림픽이라는 큰 경기에 대한 부담이 없어 긴장하지 않았기에 좋은 성적을 얻었을 수도 있다.

많은 선수가 큰 대회에서 평소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대개 긴장 때문이다. 긴장은 선수에게 가장 큰 적이다. 선수가 긴장하면 제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할 뿐더러 어이없는 실수까지 저지르게 된다. 국가대표 선수들끼리 승부를 겨루는 국제무대에서도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예기치 않은 해프닝이 벌어지곤 한다. 한국 선수들도 예외가 아니다.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장성호 선수는 이병규(LG 트윈스)와 함께 국내 프로야구 선수 중 가장 정교한 왼손 타자로 꼽힌다. 장성호는 1996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무대에 뛰어든 뒤 2년 간 2할대 타율에 머물다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3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통산 타율도 3할1푼을 넘나든다. 그런 장성호도 올림픽 무대에서는 웃지 못할 실수를 저질렀다.

시드니 올림픽 한국 대 이탈리아 야구 2차전이 벌어진 2000년 9월17일로 돌아가보자. 2회 원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7번 타자 장성호는 타석에 들어서기 위해 배팅 게이지에서 연습 스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얼굴은 긴장한 나머지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 있었다. 연습 스윙을 마친 장성호는 천천히 걸어서 타석에 들어섰다. 장성호가 막 타격 자세를 취하려는 순간 주심이 돌연 타임을 불렀다.

주심 : 이봐요 미스터 장, 지금 뭐 하는 거요?장성호 : 아니 내가 뭘요?주심 : 당신 배트를 보세요.장성호: 내 배트가 어쨌다고… 어, 이게 뭐지?



장성호는 긴장한 탓에 연습 스윙을 할 때 배트에 끼워둔 쇠 링을 빼지 않고 타석에 들어선 것이다. 링 무게는 200g. 보통 배트의 무게가 900g이니까 장성호는 무려 1㎏ 100g짜리 배트로 타격을 할 뻔한 것이다. 뒤늦게 이를 안 한국과 이탈리아 벤치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결국 장성호는 그 타석에서 보기 좋게 삼진아웃을 당했다.

최근 한국의 스키는 급성장하고 있다. 비록 올림픽이 아니라 유니버시아드 대회이긴 해도 스키점프에서 금메달도 땄고, 강민혁 선수는 세계선수권대회 알파인 종목에서 사상 처음 20위권(25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30∼40년 전만 해도 선수들 가운데에는 슬로프를 내려오다가 큰 부상을 당하거나 내려오다가 죽을까봐(?) 기권한 사례도 있었다.

1968년 그레노블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어재식 선수는 알파인 종목 가운데 활강, 회전, 대회전에 출전 신청을 했다. 그런데 거리가 짧은 회전과 대회전 경험은 있었지만 코스 길이가 3km가 넘는 활강 경험은 전혀 없었다. 당시 국내에는 리프트가 없었기 때문에 700∼800m 코스를 한번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데에 2∼3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당시 경기 상황을 어재식씨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활강을 하려고 출발대에 올라갔다가 ‘죽을 것 같아’ 기권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슬로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까마득했다. 그래서 겁이 난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스타트는 했다.”

-그러면 얼마나 내려왔나.

“3km가 넘는 코스에서 겨우 100m나 내려왔을까. 그 다음부터는 도저히 내려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

“100m쯤 더 내려오다가 넘어졌다.”

-만약 더 내려왔다면?

“그야말로 중상을 입었거나 까무러쳤을 것이다.”

이후 한국 스키는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1980년 레이크플레시드 동계 올림픽 때는 어재식씨가 코치로 홍인기 선수를 이끌고 출전했다. 홍 선수는 해발 832m 높이의 3009m짜리 활강코스에서 완주해 47명 가운데 40위를 차지했다. 이 경기에서 홍 선수는 가파른 슬로프를 내려오다가 폴을 한 개 놓치는 바람에 나머지 한 개만 가지고 완주했는데, 그 광경이 마침 ABA TV에 생생하게 방영되어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주의 한 스키장 주인이 홍 선수를 초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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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기영로 스포츠 해설가 younglo5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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