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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몸 공부, 마음 이야기

산골 생활 10년, 몸과 마음의 무게가 같아졌네!

  • 글: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산골 생활 10년, 몸과 마음의 무게가 같아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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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유 없이 몸이 아프거나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은 몸이 보내는 경보음이다. 몸은 다급한데 머리는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바쁜 삶 탓이다. 혹독하게 부리고 술과 담배로 오염시켜도 몸은 속수무책이다. 그러다가 쓰러진다. ‘몸이 시키는 대로 살자’고 마음먹고 10년째 산골로 찾아든 농부가 있다.
  • 젊은 날, 의욕이 앞서 몸을 망친 그는 귀농을 통해 몸이 주는 지혜를 깨달았다. 그가 체득한 몸 살리기 노하우를 귀담아 들어보자. 무심히 흘려보낸 몸의 신호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 다 건강하게 살려고 일하는 것 아닌가.
산골 생활 10년, 몸과 마음의 무게가 같아졌네!

몸과 마음이 좋지 않을 때는 도끼질로 스트레스를 푼다. 술 대신.

따르르릉…

“여보세요?”

“예, ○○일보인데요….”

아내에게 온 전화다. 한 일간지에서 ‘자연과 삶’이란 주제의 칼럼을 부탁한단다. 내 입에선 절로 푸념이 쏟아진다.

“시골로 내려와 살자고 한 건 난데, 왜 나한테는 글을 써 달라고 하지 않을까? 당신은 시골에서 살고 싶지 않다면서 망설였잖아.”



“사람들이 당신처럼 잘난 걸 싫어하니까. 나처럼 ‘힘들다’ ‘어렵다’ 해야 공감을 얻거든요.”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딸이 “사람들은 아빠가 살짝 망가져야 좋아해요”하고 거들었다.

딸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다고 일부러 망가질 필요야 있겠나. ‘신동아’에 글을 연재하기로 한 뒤 다시 생각해보았다. 왜 글을 쓰는가.

나는 한때 도시생활을 하면서 지독히 망가졌다. 산골에서 생활하면서 몸과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가야 할 길은 멀다. 워낙 많이 망가져서 아직도 몸놀림이 자연스럽지 않고, 게으름같이 이따금 삐져나오는 삶의 군더더기도 있다. 하나씩 고쳐가고 싶다.

그런데 치유란 개인의 몫이지만 시대와 사회의 몫도 있다. 개인이 건강하다면 사회도 건강할 것이다. 반대로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면 개인도 온전히 건강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글쓰기의 이유를 여기서 찾고 싶다. 그동안 주로 일기 쓰듯 혼자 내 몸을 고쳐왔지만, 내 경험과 치유의 노하우를 좀더 많은 사람과 나눈다면 사회가 훨씬 건강해지리라.

마지막 선택, 그 끝자락에서

나는 1960년대에 농촌에서 자랐다. 대학 들어가면서부터 서울서 살았으니 20년 가까이 도시에서 생활했다. 대학 다닐 때부터 인간다운 삶과 정의로운 사회를 고민했지만, 이를 삶 속에서 실천해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니 현실 인식이 부족했고, 무엇보다 사회와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내 성격 탓도 있다. 나는 무엇이 옳다고 생각하면 거기에 그냥 푹 빠져드는 외고집이다. 그것도 능력 있는 고집쟁이가 아니라 나만의 당위와 욕망으로 가득 찬 고집쟁이였다. 할 수 있는 일보다는 해야 하는 일, 이루고 싶은 꿈에 푹 젖었다. 당위가 앞서니 쉽게 상처를 받는다. 이런 나를 두고 아내조차 ‘잘 삐친다’고 힘들어했다. 게다가 한번 상처를 받으면 치유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니 스스로 친 울타리에 점점 더 갇히게 된다.

어느 순간, ‘살아 있다’는 사실조차 고통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고통은 점점 커져 몸을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점차 눈앞이 흐려지고,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무릎이 마비됐다. 할 일도 거의 없었고, 하고 싶은 일도 사라졌다. 가장의 역할은 제쳐두고, 내 한 몸조차 돌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엑스레이도 찍어보고, 피 검사도 했지만 뚜렷한 병명이 없었다. 그때마다 진통제를 먹거나 한방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가장이 집안 기둥으로 버팀목이 되기는커녕, 서서히 썩어가는 기둥이 된다는 자괴감이 들자 정말 견딜 수 없었다. 아무런 의욕이 없었다. 사람도 만나고 싶지 않았고, 보고 싶은 책도 없었다. 살아야 할 이유가 더는 없었다. 소주 한 병 들고 한강으로 갔다. 술을 마시면 죽을 용기가 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술을 마실수록 오히려 정신이 맑아졌다. 그러면서 눈앞에 뭔가가 보였다. 그래, 죽기 전에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 한 번만 하고 죽자.

고개 들어하늘을 보았다.

뿌연 서울 하늘이아름다울 줄이야!

내려다본 한강 물은살아 굽이쳐 흐르는 게 아닌가.

그냥 죽기에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남을 생각하지 말고 오직 나만을 위한 삶을 살고 싶었다. 흙으로 돌아가자. 어린 시절, 여름이면 저수지에서 동무들과 자맥질에 더위를 잊고, 소를 몰고 산으로 쏘다니고, 겨울 빈 논에서 공을 차기도 하고, 눈이 오면 행여 토끼라도 한 마리 잡을까 온갖 작전을 짜며 놀던 곳. 나를 아무 조건 없이 키워주고 받아주던 흙에서 한 번이라도 실컷 뒹굴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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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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