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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의 책하고 놀자

남자들을 향한 쓴소리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남자의 탄생’ ‘오빠가 돌아왔다’

  • 글: 장석주 시인·문학평론가 kafkajs@hanmail.net

남자들을 향한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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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새끼 아버지’ 대우를 받는다. 가족 안에서 아버지는 절대 권력자다. 아버지의 이불은 다른 사람 이불 밑에 깔리면 안 되기 때문에 맨 나중에 개고 가장 먼저 펴야 한다. 밥을 풀 때조차 아버지-형-나-남동생-누이-어머니라는 순서가 지켜진다. 밥상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것이 따로 차려진다. 대개의 아들들은 아버지의 밥상에서 밥을 먹는다. 어머니와 딸들은 따로 모여 밥을 먹는데, 두 상차림은 다르다. 이것이 가족 또는 국가 안의 계급질서다. 한국 남자들은 가족 안에서 아버지를 보고 배우며 아버지를 닮는다. 이 말은 새끼 아버지, 소황제라는 특권에 젖어서 살다가 마침내 동굴 속 황제가 된다는 뜻이다. 이들의 특징은 권위주의와 자기애로 똘똘 뭉쳐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남자, 아버지의 대다수는 실패했다. 그 증거는 가정이나 사회에서 아버지가 나이 들수록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아무도 그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

그 실패 원인은 자기 자신과 사회구조 속에 잠복되어 있다. 첫째 한국 남자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 모른다. 둘째 가정, 초등학교, 중등학교, 대학교, 군대, 회사와 같은 연쇄적, 중층적 권위 구조 내부에서 고만고만한 동굴 속 황제들로 양육된다. 동굴 속 황제들은 과보호와 주체적 인격 형성의 미성숙에 대해 도무지 반성할 줄 모른다. 독선, 몰염치, 체면 우선주의, 허장성세, 피상성, 똥고집, 권위주의, 자기애, 빗나간 연고주의, 도덕적 해이는 이들의 내적 특성, 혹은 자질들이다. 이것들이 만연된 사회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 사회가 드러내 보이고 있는 문제점들은 한국 남자들이 안고 있는 내적 문제와 완벽하게 겹쳐진다.

소아병적인 동굴 속 황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봉건과 권위주의를 청산하지 못하고 늘 기득권에 젖어 있는 “아버지를 살해하는” 것이다. 자기 속의 “나-아버지-권위적 국가주의”가 죽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남자, 아버지가 탄생한다. 그러나 손을 피로 물들인 악성 신화(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의 원죄를 갖지 않은 좋은 아버지의 탄생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아버지로 재생산되는 오빠



근대의 발견물 중 하나인 ‘오빠’는 아버지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그것은 쇠잔하고 퇴패해가는 전근대의 사상과 기운을 혁신할 ‘대생명의 발로’로 나타났다. ‘오빠’는 새 시대의 청년들에게 ‘새로운 사회의 맹아’라는 개념이 추가되면서 나타난 수사학적 기호다.

김영하의 소설 ‘오빠가 돌아왔다’에서 성욕과 돈의 권력을 독점한 가부장적 아버지에 대한 상징적인 살해는 오빠에 의해 행해진다. 그러나 그 오빠는 아버지의 DNA를 복제한 변형된 아버지에 지나지 않는다. 오빠는 아버지의 문화적 표상과 아비투스를 무반성적으로 세습한다. 한국 사회에서 오빠들은 아버지라는 구악(舊惡)과 싸우지만 아버지를 개혁하는 데 실패하고, 곧 구악의 습속을 답습하는 아버지로 재생산된다. 오빠가 돌아왔다고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 것은 내부의 파시즘이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오빠는 봉건적 위계질서를 해체하면서 등장하는 근대적 주체의 탄생과 맞물려 나타난 한 부산물이다. 근대와 계몽의 표상적 기호로 큰 힘을 받지 못하고 곧 주변화해버렸다는 점에서 부산물이다. 오빠들은 그 내부에 현실전복적인 힘과 사유를 키우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빠의 탄생’은 가부장제가 드리운 억압과 부정적인 그림자를 걷어내지 못하고 유사 가부장제라는 잡종적 현실의 도래를 암시하는 데 그치고 만다.

신동아 200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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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석주 시인·문학평론가 kafka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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