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신호 회장과 동아제약 관련 의혹을 제기한 X파일 문건.
셋째는 강 회장과 동아제약이 지난해 11월부터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점이다. 세무조사는 2월12일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재계에선 세무조사가 통상 2개월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동아제약의 장기 세무조사와 관련해 갖가지 의혹이 나오고 있다. 동아제약은 2006년 제약업계의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뒀다. 2006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460억원, 224억원을 기록했다. 2006년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3% 상승했다. 최근 5년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지배구조의 불확실성과 세무조사 때문에 이 같은 경영성과에도 불구하고 “동아제약의 미래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한다. X-파일은 결과적으로 ‘1위 제약업체’ 동아제약의 내우외환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전경련 회장 낙마의 결정타
X-파일은 이처럼 전경련 회장 연임 여부, 경영권 구도, 회사 차원 위기의 향배 라는 세 가지 타깃을 동시에 겨냥하는 성격을 지녔다. 그래서 취재원이 주장하는 ‘전경련 개혁’이라는 명분만을 순순히 받아들여 선뜻 보도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취재원 측 의도와 달리 ‘신동아’는 지난 2월호에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대신 한 달여의 시간을 두고 X-파일의 사실관계를 규명했다. 이와 함께 당사자인 강 회장과 동아제약 측의 반론을 충분히 청취해 반영하기로 했다. 가족 사생활 문제의 경우 강 회장이 재계 수장으로서 평소 재계의 도덕성을 강조해온 공인(公人) 중의 공인이며 동아제약도 ‘박카스’ 이미지 광고 등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대중에게 어필하여 성장한 기업인 만큼, 일부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 동아제약 측도 강 회장의 사생활 문제에 대해 기사화를 전제로 공식적인 답변을 해왔다.
그러나 ‘신동아’가 X-파일을 보도하지 않았음에도 X-파일은 강 회장의 전경련 회장 연임 무산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신동아’가 강 회장의 반론을 듣기 위해 X-파일의 존재 사실 및 일부 내용을 강 회장 측에 질의한 것만으로도 강 회장 에게는 대외직을 수행하기 힘들 정도의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전경련 부회장직 사퇴(2월2일)를 계기로 전경련 회장직 연임을 포기했다. 전경련은 2월27일 차기 회장선출을 위한 총회를 개최한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신동아’에 건네진 문건에는 사실인 내용도 있고 과장 또는 허위의 내용도 있다. 그러나 회사는 문건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 점점 곤혹스러운 상황이 되어갔다. 회장님께서 전경련 회장 연임을 포기한 데는 문건의 존재가 상당히 큰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X-파일 제작자들은 그들이 내세운 목표를 성취한 셈이다. 그러나 X-파일은 제작자의 의도대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이 문건의 파장이 전경련 회장 연임 좌초로만 그칠지, 아니면 강 회장과 동아제약에 대한 동정론 같은 ‘역풍’을 불러올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동아제약 측은 “회사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여러 언론사가 인터뷰를 요청해왔으나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동아’의 질의에는 적극 응하겠다”며 X-파일의 내용에 대한 반론과 해명을 내놨다.
〈 강신호 회장 부부의 이혼소송 내막 〉
강신호 회장은 2006년 7월 부인 박모씨와 이혼했다. 법원은 “강 회장은 박씨에게 2009년까지 53억원을 분할 지급하라”고 조정했다. 강 회장은 79세, 박씨는 80세였다. 강 회장의 이혼 사실은 3개월 뒤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재벌가의 이혼’ ‘황혼 이혼’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혼 사유는 ‘강 회장의 사생활 문제’정도로만 외부에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