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그는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는다. 영어 관용구에 이런 표현이 있다. Don’t throw the baby out with the bath water(목욕물을 버린다고 아이까지 버리지 마라). 시각적 스타일을 세련되게 한답시고 효능이 입증된 옛 기술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명한 연설가들이 수세기 동안 검증한 좋은 패턴은 많다. 스티브 잡스도 검증된 패턴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서론 : 10∼20%, 본론: 60∼80%, 결론: 10∼20%’.
좋은 글에는 좋은 구조가 있다. 좋은 연설도 마찬가지다. 처음, 중간, 끝을 둠으로써 프레젠테이션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100% 전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론·본론·결론은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21세기형 프레젠테이션’
어떤 연설을 하든 첫 30초가 가장 중요하다. 그 짧은 시간에 관객을 사로잡아야 한다. 당신의 연설을 듣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실천하는 데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연설 서두에 관객이 생각하도록 만드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흥미롭거나 논쟁이 되는 발언을 할 수도 있다. 예전에 들은 재미있는 농담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단 초장에 청중으로부터 주목을 받으면 당신의 연설은 순조롭게 흘러갈 것이다.
본론은 프레젠테이션에서 언제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청중은 이미 서론을 통해서 연사와 주제에 대해 파악한 단계이다. 그러므로 청중은 이제 프레젠테이션의 본론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본론을 제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루고자 하는 논점을 일관성을 갖고 제시하는 것이다. 여러 논점을 비슷한 논점끼리 연결하면서 점차 주제로 향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더욱 논리적으로 들리고 청중이 고개를 끄덕인다. 또한 청중에게 많은 논점을 제시하지 말아야 한다. 무의미한 여러 가지 논점보다 강력한 한 가지 논점을 제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결론에는 서론에서와 마찬가지로 강력하게 전달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결말 부분은 연사가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이므로 최대로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결론을 다음과 같은 기회로 생각하고 마무리하면 효과적이다.
1. 연설의 중점을 요약할 기회(Sum-marize the main points of your speech)
2.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줄 수 있는 기회(Provide some further food for thought for your listeners)
3. 관객이 자신의 연설에 대한 긍정적 생각을 갖도록 해줄 수 있는 기회(Leave your audience with positive memories of your speech)
4. 마지막 생각과 감정을 선택할 기회(Choose the final thought/emotion)
좋은 프레젠테이션이란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검증된 규칙 속에 놀랄 정도로 발달한 현대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다. 현대의 청중은 집안에 앉아 수백만달러를 들여 제작한 영화를 편안하게 즐기려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또는 전에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시각 자료나 형식은 탈피해야 한다.
아이폰 설명회에서 스티브 잡스가 보여준 프레젠테이션은 오랫동안 훌륭한 연사들이 지켜온 규칙을 준수하면서 현대의 기술을 아낌없이 사용한 사례다. 21세기형 프레젠테이션의 결정체라고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
스티브 잡스는 케네디 대통령, 토니 블레어 총리,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같은 웅변가는 아니지만 분명히 현대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의 귀감이 되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변함없이 통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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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프레젠테이션을 봤고 또 직접 하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은 그런 내게도 신선한 충격이었으며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제품만 혁신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의 탄생을 알리는 방법도 혁신적이고 아름다웠다.
어떤 프레젠테이션이든 변함없이 통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할 때 마음이 전달된다는 점이다. 또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 위해 상대방의 관심을 끌고 감동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그동안 지키려고 했던 소중한 것을 다시 한 번 정리한 느낌이다. 어떤 것이 나를 더 성장시킬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