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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 진입 신고? ‘그랜저 TG’를 타는 사람들

졸부·조폭 ‘권위’ 벗고, ‘성공한 3040 전문직’ 감성 싣고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상류층 진입 신고? ‘그랜저 TG’를 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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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 진입 신고? ‘그랜저 TG’를 타는 사람들

<b>1</b> 1986년 7월 출시된 최초의 그랜저, 일명 ‘각 그랜저’. <b>2</b> 1992년 9월 출시된 뉴그랜저. ‘백(白) 그랜저’의 효시. <b>3</b> 1998년 10월 출시된 그랜저 XG. <b>4</b> 2005년 5월 출시된 그랜저 TG.

그랜저가 부자의 차, 상류층의 차로 자리매김한 것은 1986년 국내 최초의 대형승용차로 탄생한 일명 ‘각(角) 그랜저’ 시판 때부터다. 차의 외형에서 곡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네모반듯하게 각이 진 이 차는 ‘위엄’ ‘권위’ ‘웅장’의 뜻을 가진 ‘Grandeur’라는 영문명과 딱 들어맞았다. 국내 대형승용차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했던 ‘각 그랜저’의 6년간 판매실적은 9만2517대. 차를 가진 것만으로도 부자 소리를 듣던 시절이니 그랜저가 부와 명예, 상류층의 상징이 된 것은 당연했다.

그 후 그랜저는 대형승용차의 상징이자 기준이 되었다. 배기량이나 차체 크기가 그랜저와 같거나 크면 대형차, 작으면 중형차로 구분된 것. 자동차관리법상 배기량 2000cc를 기준으로 이상이면 대형승용차, 이하면 중형승형차로 구분한다. 첫 출시된 ‘각 그랜저’의 배기량은 2000, 2400, 3000cc였다. 그랜저의 최소 배기량이 대형승용차의 법적 기준이 된 것이다. 이 기준은 지금도 그대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땅 투기로 큰돈을 번 졸부들이 유행처럼 ‘각 그랜저’를 사들이고, 이 차가 일본 미쓰비시의 ‘데보네어’를 그대로 들여와 외양만 조금 바꾼 차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제라면 맥을 못 추는 교양 없는 졸부의 차’라는 인식이 덧씌워진다. 또한 영화에 조폭 두목이 ‘각 그랜저’를 타고 다니는 장면이 자주 나오면서(실제로도 많이 탔다) 이미지는 더욱 실추됐다. 조폭을 ‘깍두기’라고 표현하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다. 각진 스포츠형 머리에 ‘각 그랜저’를 탄 조폭이 사각형 무김치인 깍두기와 닮았기 때문이다.

그랜저의 이미지는 이렇게 조직의 장이나 사장, 보스, 상류층의 차로 굳어졌다. 사람들은 그랜저를 어린이 로봇 만화영화의 주인공인 ‘그랜다이저’라고 부르기도 했다. 졸부와 조폭, 교양 없는 상류층의 차라는 비아냥이 섞인 표현이었다.

그랜저 XG의 불운



1992년 9월 현대차는 ‘뉴그랜저’를 출시하며 ‘각 그랜저’의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다. 광고에 여성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 배우 고소영이 ‘구미호’라는 영화에서 흰색 뉴그랜저, 일명 ‘백 그랜저’를 몰고다니는 장면은 지금껏 많은 사람의 뇌리에 박혀 있다. 검은색 일색의 ‘각 그랜저’만 봐온 사람들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직선이 곡선으로 바뀌고 차체와 실내공간이 훨씬 넓어졌지만 중후하고 권위적인 느낌은 그대로 유지됐다. 유럽식 다이내믹 세단을 추구한 뉴그랜저는 사양과 엔진이 고급화(3500cc)하면서 ‘졸부와 조폭의 차’라는 인식을 어느 정도 씻어내는 데 성공한다. 그랜저 브랜드가 지금과 같이 긍정적인 의미의 ‘상류층, 지도층의 차’로 자리잡은 데는 뉴그랜저의 몫이 컸다. 뉴그랜저는 1996년 ‘다이너스티’가 출시되면서 1등 대형차의 자리를 내줬다.

1998년 10월에 출시된 그랜저 XG는 여러모로 ‘불행한’ 차다. 비록 TG가 나오기 전까지 7년간 30만대가 팔렸지만 출시 2년 전에 나온 ‘다이너스티’와 1999년 출시된 ‘에쿠스’ 같은 초대형차들에 치여 부자와 상류층의 차라는 이미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196마력 시그마 3.0 V6 DOHC 엔진이 장착됐지만, 3500cc급을 다이너스티에 내주면서 그랜저 XG는 에쿠스와 다이너스티에 이은 ‘3등 준대형차’ 신세로 전락했다. ‘체어맨’과 ‘오피러스’와 같은 상위급 차량들이 나온 것도 이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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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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