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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역술인이 들려주는 북한의 점 보기 실태

당 간부 “기운이 어디로 뻗나… 북이냐, 남이냐?”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탈북 역술인이 들려주는 북한의 점 보기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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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전화 받다 뇌출혈로 쓰러져

북한에선 주민뿐만 아니라 당 간부에게도 건강이 가장 큰 이슈라고 했다.

“건강이 가장 큰 걱정거리입니다. 얼마나 오래살 수 있는지 묻는 간부가 많아요. 간부들은 남한이 잘산다는 걸 알고 있어요. 몇 년 전에 남한에 붙잡혀 있던 전쟁포로가 돌아왔을 때 북조선 사람들은 ‘포로로 한평생 살았는데 우리보다 더 건강해 보인다’고 놀라워했어요. ‘남한은 포로수용소에서도 잘 먹는구나’ 했어요. 북한에서는 포로로 잡히면 수용소에서 중노동을 시키는데…(웃음).

북한 주민들은 인생을 건강에 맞춰 해석해요. 당 간부 중에는 김정일 위원장 전화를 받다 뇌출혈로 쓰러진 사람도 있습니다. 간부들은 매일 긴장 속에 살잖아요. 북한에선 또 부부궁합을 건강으로 풀어요. 남한에서는 ‘결혼하면 잘살 수 있겠냐’고 묻지만 북한에서는 ‘한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겠냐’고 묻습니다. 궁합이 안 좋으면 서로 치이니까 건강이 안 좋아질 것이고, 건강이 안 좋아지면 모든 일이 잘 안 풀린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북한 사회에서 통용되는 ‘건강 보기’ 원리는 이렇다.



“1월부터 12월까지를 월화수목금토와 띠로 나열해요. 1월(木)은 범, 2월(金)은 토끼, 3월(土)은 용, 4월(月)은 뱀, 5월(火)은 말, 6월(水)은 양, 7월(木)은 원숭이, 8월(金)은 닭, 9월(土)은 개, 10월(月)은 돼지, 11월(火)은 쥐, 12월(水)은 소입니다. 태어난 해와 달만 봐도 건강을 읽을 수 있습니다. 닭띠면 8월의 뜨거운 금(金)에 해당되는데 음력 12월에 태어났다면 차가운 물(水)입니다. 달궈진 8월의 쇠(金)가 차가운 물(水)로 마무리하는 격이니까 성정(性情)이야 차갑고 냉랭하겠지만 체질적으로 기 순환이 잘 되고 건강합니다. 겨울 흙(土)에 물(水)이 많으면 땅이 얼어버리고 겨울나무(木)는 물(水)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거든요. 또 ‘달이 밤에 뜨고 나무가 낮에 성장한다’는 자연의 원리로 풀이해요. 돼지띠(月)와 뱀(月)띠 4월생과 10월생은 달에 해당하니 밤에 태어나야 좋다고 봅니다.”

장씨가 본 김정일의 건강 사주는 이러했다.

“불(火)이 금(金)을 달구어 활활 타오르는 형국이라 열이 많고 성질이 급해요. 콩팥과 폐가 안 좋지만, 건강이 아무리 나빠도 잘 견딜 겁니다. 일흔둘까지는 거뜬하게 지나갈 겁니다. 어지간히 아파도 겉으로 표가 안 날 사람입니다. 죽더라도 갑자기 죽지, 서서히 조금씩 앓다가 가진 않습니다. 죽기 전날까지 쌩쌩할 거예요.”

당 간부보다 기술자 선호

장씨는 “북한의 점은 한국과 다르다”며 “북한에선 ‘나쁘다’ ‘좋다’의 흑백논리로 설명하지 않는다. 이름을 지을 때도 점을 풀어 짓는다”고 했다.

“수(水)가 부족하면 수(水)가 많은 사람을 만나 채우면 됩니다. 이름을 지을 때도 부족한 음양오행을 채워 넣도록 지어주려고 해요. 큰 나무 같은 사주로 태어났으면 물이 있는 한자를 넣고요. 호랑이 꿈을 꾸고 낳았다고 하면 수풀이 무성한 나무와 산을 나타내는 한자를 써요.”

북한의 신점 해석은 한국과 조금 다르다.

“북한에선 사주를 풀이할 때 ‘나쁘다’ ‘좋다’로 딱 잘라 말하지 않아요. 못 먹고 못 살아도 낙천적입니다. 남한에 와 보니 사주팔자에 ‘살(煞)’이 있으면 무조건 풀어줘야 한다고 겁주던데, 북한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살은 나쁜 게 아니거든요. 살려주면 대성할 수 있는 겁니다. 역마살이 있다면 돌아다니는 직장을 찾으면 신나게 일할 수 있거든요.

한번은 원유공업부에 다닌다는 높은 양반이 자식 사주를 보러 왔어요. 태어난 시(時)에 역마살에 수옥살(囚獄煞)까지 있었어요. 남한 점쟁이는 이런 사주를 놓고 감옥에 갈 수 있다고 풀이할 텐데, 제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아요. ‘살’을 잘 살려주면 경찰이 되거나 간수가 될 수 있어요. 북한에선 ‘살’을 살릴 수 있는 것으로 봐요. 여기선 점쟁이가 돈 받고 살풀이를 해주지만. 돈과 연결되니 점쟁이들이 순수 해보이지 않아요.”

장씨가 ‘살’로 푸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주는 이렇다.

“‘관’은 2008년부터 희미해지기 시작해요. 생년월일시로 풀자면 재살(災煞)이 있어 남을 죽이고 살리고 하는 모진 기운이 왕성하고, 공망살(空亡煞) 때문에 늘 허허롭고 벌판에 서 있는 기분이 들 수 있어요. 집착하는 귀문관살(鬼門關煞) 때문에 무서울 정도로 매진하는 성격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엔 다 빼앗기는 겁살(劫煞)이 있어 액운을 피하기 힘들 거라고 봐요. 모든 것을 탕진하면서 생을 마감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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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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