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의 독자회생은 이제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부의 지원과 투자가 없는 한 회생은 요원한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북한은 외부의 지원과 투자를 바라면서도 외부에서 요구하는 지원 및 투자조건을 원만하게 제공하지 않고 있다. 북한 경제의 회생과 급속한 성장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대북지원과 개발의 여유를 가질 수 있어야 하고, 둘째, 북한 경제시스템이 외부의 지원과 투자를 받아 효율적으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개혁되어야 하고, 셋째, 좀더 많은 세계의 자원과 자본이 북한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매력 있는 개방체제를 구축해야 하고, 넷째, 앞의 모든 조건을 이루기 위해 북한이 평화적 대외정책을 꾸준히 구사해야 한다.
누가 북한을 감당하는가
최근 한국은 북한 경제에 대한 기여국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은 대북 무역분야 2위, 인도적 지원 1위, 투자분야 2위, 인적교류 1위 등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지위에 올라섰다. 매년 20만~40만t의 식량이 제공되고 40~50만t 이상의 비료가 공급되는 것이 정례화, 보편화했고 최근에는 대규모 경공업 원자재 지원도 기획되고 있다. 이는 북한 대외경제규모의 30%를 넘는 수준이다.
특히 과거 경수로 지원에서도 알 수 있듯 한국은 북한의 경수로 발전소 건설비용의 50% 이상을 담당했고 200만kW의 전력송전도 제안한 바 있다. 북한의 핵 폐기 대가로 담당하게 될 전력지원과 경수로 건설비용 등 에너지 지원규모만 해도 약 11조원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를 종합하면 현재 북한이 한국으로부터 받는 경제적 혜택은 가히 결정적 수준이라 할 만하다. 문제는 이러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는 여전히 빈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기아(飢餓)는 지속되고 산업가동률은 30% 미만으로 극히 저조하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한국이 지금까지 해온 정도의 지원과 투자로는 북한 경제가 빈곤의 덫에서 빠져나와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지금까지 진행돼온 지원과 투자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우선은 북한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측면 때문에도 비판적인 견해가 나오지만, 실질적으로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는 것 또한 사실이다. 거기에 최근 한국의 저조한 경제 성장률과 국민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체감경기의 저하로 대북지원의 명분은 약해지고 부담의식은 강해지는 추세다. 북한 경제의 재건과 성장을 위해서는 지원과 투자의 절대량이 보장돼야 하지만 현실은 가능성이 줄어드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할 해법은 하나다. 북한의 핵 포기와 개혁개방을 전제로, 이러한 상황이 왔을 때를 대비해 한국의 경제력을 결정적으로 키워내는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한국 경제가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이뤄내 북한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북한 경제를 회생시키는 데는 실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며 그 주된 담당자는 한국일 수밖에 없다. 물론 북한 경제의 재건과 성장은 국제적 협력과 지원 아래 이루어지겠지만, 그중에서도 통일과 통합, 통포(統胞) 이념을 강조하는 한국의 기여도가 가장 높을 수밖에 없는 게 불가피한 현실이다. 따라서 한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국제경제시장에서의 영향력 증대야말로 북한 경제 재건지원의 핵심적인 기반이 된다.
거꾸로 북한체제의 조기붕괴 시나리오를 상정해보자. 이 경우 막대한 난민과 경제적 불안이 조성돼 자칫 한국 경제의 붕괴를 불러올 수도 있다. 통일 이후 독일이 겪은 어려움을 반추해보면 이는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구 동독은 동구권 최고의 경제수준을 자랑했고, 서독은 서구 최고의 경제수준을 자랑했다. 그럼에도 두 경제가 통합하는 과정에 독일 국민은 적잖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북한의 경제수준이 구 동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사실을 감안하면, 한국의 기초적 경제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체제 조기붕괴는 차라리 재앙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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