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호

지자체 최초로 ‘경제특별도’ 선포한 충청북도

“기업하기 좋다는 입소문, 벌써 전국에 쫙 퍼졌죠”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입력2007-03-08 17: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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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닉스 1공장 들어오고, 40층 주상복합 들어서고…
    • “기업인 고통은 경청(傾聽), 자금지원은 팍팍”
    • 2010년 1인당 도민 소득 3만1000달러
    • KTX로 서울과 30분, 청주공항까지 고속도로…
    지자체 최초로 ‘경제특별도’ 선포한 충청북도
    충북도청에서 보낸 한 장의 초청장이 ‘신동아’로 배달됐다. 봉투를 뜯어보니 ‘경제특별도 선포식’이란 제목이 붙어 있다. 경제특별도? 한국에 또 다른 경제자유구역이 들어서나? 선포식 날짜와 시간을 보니 1월25일 오후 2시였다. 장소는 청주 예술의전당.

    청주. 지난해 말 친구 아버님의 부고(訃告)를 듣고 달려간 적이 있다. 저녁에 갔다가 새벽에 돌아오느라 청주의 그림자만 잠깐 보았을 뿐이다. 다만 저녁 무렵 고속버스가 청주 톨게이트를 지나 아담한 4차선 도로에 들어설 때 도로 양쪽에서 방문객을 맞아주던 나무들은 인상적이었다. 늘 그대로 머물러 있는 고향 같은 느낌.

    청주를 다시 찾았다. 예술의전당으로 가는 길에 택시 기사는 “청주시민의 40%는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이라며 “청주공단 등에 기업이 들어올 때마다 함께 들어온 직원들과 가족이 사실상 청주시민”이라고 말했다. 청주가 살기 좋은 곳이냐고 물었더니 “범죄도 없고 사람들도 순해 살기 좋다”며 “머지않아 대농단지에 40층이 넘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고, 하이닉스 1공장도 입주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기업을 유치하면 사람들이 함께 들어온다. 그 사람들 덕분에 병원도 생기고, 할인점도 들어선다. 그러면 의사, 간호사, 할인점 직원도 들어온다. 새로운 건물 공사가 시작되면 인부들도 들어온다. 이들이 먹고 마시며 즐길 수 있는 유흥시설도 들어온다. 사람이 많아지면 복지시설도 생기고, 사회복지사들이 들어온다. 인구가 늘어나면 길거리가 지저분해진다. 그래서 그걸 치우는 사람들도 있어야 한다. 한국의 모든 지자체가 사활을 걸고 기업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이렇듯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고 연쇄적이기 때문이다. 충청북도도 마찬가지다.

    경제특별도 선포식 현장엔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초대받아 식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과 농성을 벌이는 하이닉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데 엉켜 예술의전당 출입구는 한때 몹시 혼잡했다. 농성 노동자의 출입을 저지하려는 전경들과 취재경쟁에 열을 올리는 각 방송사 카메라들 때문에 행사장은 시작 전부터 왁자지껄했다.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니 1층 700석과 2층 500석이 벌써 사람들로 꽉 채워졌다. 열기가 느껴졌다. 이윽고 선포식이 시작되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권오규 경제부총리, 그리고 경제 5단체장들이 충북의 경제특별도 선포식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이 펼쳐졌다. 이 영상을 준비하면서 충북도청 공무원들은 국내 경제관련 인사들을 만나 앞으로 충북이 무엇을 하려는지 설명했을 것이다. 알려야 소문이 퍼지고, 소문은 기업인들의 귀에 들어갈 것이다.

    인상적인 것은 충북 내 기업의 노동자 대표와 기업인 대표, 농업인 대표, 시장 상인 대표와 공무원 대표가 나와 충북의 미래를 위해 서로 협력하겠다고 다짐하는 광경이었다. 상투적인 모습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충북을 발전시키겠다고 서로 손을 맞잡은 것만큼은 더없이 보기 좋았다. 가식적이라도 손을 잡는 것, 요즘엔 이마저도 보기 힘든 광경이 아닌가. 요즘 지자체가 ‘경제 살리기’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뛰고 있는지 한눈에 읽을 수 있었다.

    파격적인 기업 지원

    경제특별도는 경제자유구역과 다르다. 특별법을 제정하고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만들어가는 구조가 아니다. 정우택 충북지사에 따르면 “기업을 경영하기 좋다는 입소문이 돌아 기업인이 몰려들게 되면 한국에서 가장 잘사는 지역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 말은 일리가 있어 보였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원래 실속 있는 파티는 은밀하게 ‘선수들’끼리 소문을 내면서 모이는 파티다.

    경제특별도라는 입소문을 퍼뜨리기 위해 충북도청은 4대 전략을 수립했다. 기업 하고 싶은 충북을 만들기 위해 ‘BUY 충북’이란 슬로건을 내걸었으며,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충북뉴딜플랜’을 구상했다. 또 도내 전지역이 고르게 발전하는 ‘균형발전’ 그리고 모든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4대 목표로 정했다.

    ‘BUY 충북’엔 전국 최고 수준의 기업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지방세(취득세, 등록세) 5년 면제는 물론, 특별지원금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혀놓았다.

    특별지원금은 이런 것이다. 예컨대 수도권에서 충북으로 기업을 옮길 경우 국비 지원 50억원을 포함해 최대 100억원을 기업에 지원한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충북으로 기업을 옮기거나, 이미 충북에 있는 기업이 공장을 증설하는 등 재투자를 할 경우 최대 5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50억원 지원계획은 아직 어떤 지역에서도 실시하지 않은 획기적인 것이다.

    충북도청에서 실시하는 새로운 기업 지원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2009년까지 총 100억원을 조성해 ‘투자진흥기금’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투자촉진지구에 입주하는 기업에 용지매입비를 장기간 낮은 금리로 융자할 방침이다.

    도청이 자금의 일부를 출연하고 농협 등 금융기관이 지원하는 은행협약자금 1200억원과 중소기업육성기금 180억원은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데 사용할 계획. 최근 문을 연 기업애로지원센터나 옴부즈맨 제도는 기업인이 현장에서 겪는 고충이 무엇인지 경청하고, 이를 즉시 해결하겠다는 의지이다.

    기업인의 기(氣)를 살려주기 위해 독특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예컨대 모든 행사장의 주요 좌석을 기업인에게 우선 할당한다. 이날 경제특별도 선포식이 열린 예술의전당에도 주요 좌석엔 기업명과 기업인 이름을 등받이 위에 붙여놓았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자신을 알아주는 공무원이 있다는 사실에 기업인들은 감명을 받았을 것이다.

    도청이 선정한 예우 대상 기업인은 청주국제공항 귀빈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청남대 휴양시설이나 공공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훌륭한 기업으로 선정될 경우 공장이 있는 도로의 이름에 기업명칭을 붙여준다. 가령 유한양행이 있는 도로는 ‘유한로(路)’로 명명했다. 또 기업인의 여권 만료기간이 1년 미만이 되면 담당 공무원이 만료 예정일을 통보해주기도 한다. 마치 회사 직원처럼 밀착해서 기업에 도움을 주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충북뉴딜플랜

    경제특별도 2대 전략인 충북뉴딜플랜은 맞춤형 인적자원을 개발하고 지역 건설업과 재래시장 등 서민기반 경제 분야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대형 건설 프로젝트로 예정됐거나 지금 시행 중인 것으로는 충북 세종시 관문개발, 오송 신도시 개발, 혁신기업도시 건설 등이 있다.

    기업에 맞춤형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지역산업과 밀착한 인적자원개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성대학은 현장 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청주과학대는 노인보건서비스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충청대는 산학 일체형 실용화 기술인재를 육성하고, 대원과학대는 지역특화산업기술 인력을 양성한다. 충북도청 이경호 보도담당 사무관은 “기업에 제공하는 인센티브도 필요하지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제공하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기업이 실제로 원하는 것은 맞춤형 인력”이라고 설명했다.

    3대 전략인 균형발전은 청주, 청원권 중심의 발전기반을 북부와 남부권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청주국제공항을 활성화하고, 오송역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오창과 오송을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육성할 계획도 있다. 이미 오창에는 업체가 많이 들어섰고, 곧 완공을 앞두고 있는 오송단지에도 기업들이 입주하기 위해 줄을 선 상황이다.

    첨단산업단지와 기업도시의 이미지를 지닌 충주와 진천, 음성을 중심으로 증평과 괴산을 연계해 생명공학과 정보기술을 아우르는 산업클러스터로 개발할 예정이다. 진천과 음성의 경우는 부품소재를 생산하는 지역으로 개발한다.

    제천은 충북, 강원, 경북의 풍부한 약초자원을 결집해 한방 가공, 의약품 제조업체, 전통의약산업센터를 세워 한방 산업클러스터로 키울 계획이다. 보은군에는 100만평 규모의 토지에 3400억원을 투자해 옥천과 영동을 연계하는 기능성 식품, 천연물 소재, 농축산 바이오지역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교통여건이 우수한 옥천엔 현대알루미늄을 중심으로 알루미늄 전문단지를 조성할 예정이기도 하다.

    정우택 충북지사 인터뷰

    “기업 유치는 인맥과 정보력의 싸움”


    지자체 최초로 ‘경제특별도’ 선포한 충청북도
    정우택(鄭宇澤·54) 충북지사는 15대, 16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01년엔 6개월 동안 해양수산부 장관을 맡기도 했다. 1981년부터 1991년까지는 경제기획원에서 일해 경제에 밝다. 미국 하와이대에서 경제학박사를 받기도 했다. 정부 관료, 국회 재정경제위 위원 등을 거치며 닦은 실력과 폭넓은 인맥에 힘입어 그는 지난해 지자체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와 충북지사로 선출됐다.

    “무작정 찾아갔다”
    민선(民選) 4기 도지사로 취임한 뒤 6개월 동안 그는 많은 일을 벌였다. 경제특별도라는 방향을 잡았고, 충북 어젠다 2010 비전을 수립했다. 영보화학, 현대알루미늄, 엠코 등의 기업을 유치해 1조원의 투자유치 실적을 올렸다. 기획예산처를 설득해 충북도정 사상 처음으로 정부예산 2조163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2월9일 도청 집무실에서 정 지사를 만났다.
    ▼ 경제자유구역조차 기업 하기 힘든 곳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충북이 내세운 경제특별도가 성공할 것으로 보나.
    “도지사로 선출된 뒤 도청 민원실에 가 봤다. 사람들이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 줄을 서 있길래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 사람은 경기도에서 왔다고 하고, 그 뒷사람은 서울에서 왔다고 했다. 내가 알기로도 서울의 서초구청이나 강남구청에서 여권을 발급 받으려면 45일은 걸린다. 그런데 충북도청에선 20일이면 여권을 받을 수 있다. 이게 입소문을 타고 수도권에 퍼졌던 것이다. 경제특별도의 성공 여부도 여기에 달렸다. 기업 하기 좋다는 입소문이 나고, 기업이 10곳, 20곳 들어오면 경제특별도가 되는 것 아닌가.”
    ▼ 벌써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기업이 있다고 들었다.
    “국내 자동차 내장재 시장 1위이자 세계 시장점유율 2위를 자랑하는 영보화학이 들어왔다. 이 기업이 전국에 흩어진 공장을 한데 모을 계획이란 정보를 들었다. 그래서 무작정 찾아가 충북으로 오라고 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기업인은 이를 믿어줬다. 현대알루미늄은 옥천군에 들어오기로 했다. 도청에선 100억원의 지원금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 기업이 들어오면 8000억원의 투자유치 효과를 볼 수 있다. 옥천군에 국내 최대의 알루미늄 생산지가 생길 것이다.”
    ▼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것 같다.
    “기업 유치는 인맥과 정보력의 싸움이다. 이를 위해 서울에 투자유치센터를 두고 공무원을 파견해 기업을 방문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와 서비스를 소개하면서 기업인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것이다. 외국 기업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주한 상공회의소도 방문하고 있다. 95개 미국 기업이 한국에 진출했는데, 재투자나 신규 투자할 때 이곳을 통하지 않겠는가.”
    ▼ 다른 지자체에서도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충북만의 매력이라면.
    “여러 가지 구미가 당기는 인센티브도 제공하지만, 기업들은 필요한 인력과 편리한 교통체계를 더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우선 수도권에는 공장을 세우기가 힘들지만 인접한 지역에 충북이 있다. 2010년에는 KTX 오송역이 생긴다. 서울서 여기까지 30분이면 온다. 2012년 행정도시가 들어서면 서울서 오송까지 고속도로가 생긴다. 이 도로는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로 나아가는 청주공항과 연결된다.”

    데모? 천만에, 환영!
    ▼ 기업에는 인센티브도 중요하지만 공무원들의 행정지원도 중요한데.
    “지난해 도청 경제과장을 싱가포르에 보내 ‘원스톱 서비스’를 공부하고 도청에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했다. 그 결과 각 시군으로 민원이 들어오면 이를 즉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올해 10월부터는 인터넷으로 민원을 신청해도 해결된다. 또 기업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했고, 기업애로지원센터도 열었다. 기업가가 고충을 이야기하면 각 시군의 옴부즈맨이 조사하고, 자문회의를 거쳐 문제를 바로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 과거 충북은 기업 하기 힘든 곳으로 인식된 게 사실이다.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은 탓은 아닌가.
    “경제특별도가 성공하려면 공직자들의 마음가짐이 변해야 한다. 공직자가 기업을 가족처럼 도와줄 것이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지난 6개월 동안 2600명의 도청 공무원 교육을 마쳤다. 1박2일 동안 경제교육을 했다. 사실 충북도청에는 내무 공무원 출신이 많아 경제는 잘 모른다. 그런데 이 같은 교육을 통해 많이 달라졌다.
    과거엔 어느 군(郡)에 기업이 들어온다고 하면 데모부터 했다. 그리고 환경 문제를 들면서 마을에 뭘 해줄 것인지 물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사라졌다. 일례로 현대알루미늄이 들어서는 옥천군엔 주민들이 나서서 투기꾼이 땅을 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투자 유인책은 어느 지역이나 내걸 수 있다. 그러나 해당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지역 주민이 호응하면 기업에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 거대한 계획을 성공시키려면 리더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리더가 자기 개인의 야심을 위해 도민을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면 따라오지 않을 것이다.
    “평소 도민이 우리의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러 채널을 통해 듣고 있다. 서울의 전화조사업체에 의뢰해 도민의 생각을 듣기도 한다. 이를 통해 보면 우리의 목표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 도민과 가장 가깝게 접촉하는 사람이 이장과 통장들이다. 이들을 교육하고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 2200명의 이장·통장을 교육했고, 나머지 2200명은 올해 말까지 교육할 계획이다.
    충북의 1인당 소득수준은 16개 지역에서 중간 정도다. 다들 경제가 어렵다고 하고, 살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이 앞으로 나아가는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렵더라도 비전을 제시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야 한다. 나라도 그래야 하고, 지자체 단체장도 그래야 한다. 좋은 여건을 만들어서 후세에 물려주자고 하면 도민이 적극적으로 호응을 해주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SK케미칼도…
    ▼ 미래를 개척하려면 자기 확신이 중요하다. 정 지사의 확신에 동참하는 주요 파트너들은 누구라고 보나.
    “기업인이다. 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 경제특별도 선포식의 의미는 잘살아보자는 생각을 도민과 공유하자는 것이다. 지도자는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고 전략을 짜고, 조직원과 국민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나는 2010년 충북의 모습을 제시했고, 전략을 짜고 있으며, 이젠 도민의 역량을 결집하는 일이 남았다.”
    ▼ 충북에 할당된 예산(1조7000억원)보다 3000억여 원이 많은 2조163억원을 확보했는데, 비결이 있다면.
    “예산 확보는 발걸음에 달렸다. 많이 만나고 설득해야 한다. 정부정책의 우선순위에 들도록 기획예산처 공무원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 부처에 후배나 친구가 많아 간접적으로 나의 취지를 공감해준 것도 예산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 충북의 미래상은 어떤 것인가.
    “중동의 허브로 떠오른 두바이의 사례를 보고 느낀 바가 많았다. 지도자의 혁신적 리더십과 시민의 신뢰가 핵심이었다. ‘두바이에선 실패를 제외하곤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말이 잊히지 않는다. 충북도 마찬가지다. 하이닉스 1공장은 청주에 짓기로 이미 합의됐다. 아마 2공장도 청주로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중공업도 최근 충북 태양광발전소에 투자한다고 약속했고, SK케미칼은 6만평 땅을 사서 투자하겠다고 했다. 판만 잘 벌이면 이처럼 좋은 기업을 유치할 수 있다. 지사와 도민의 열정에 달려 있다고 본다.”


    마지막 4대 전략은 ‘삶의 질 향상’이다. 문화와 관광, 예술기반을 확충하고 주민 참여기회를 확대해 시민 누구라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 행복한 지역사회를 구축하자는 게 목표다. 구체적으로는 주민 참여형 축제를 육성하고, 테마가 있는 체험형 관광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취약계층의 복지기반을 확충하고, 보건의료서비스 체계를 개선할 것이다. 이를 위해 노인전문병원을 증설하고, 특수보육시설을 확대할 방침이다.

    계획은 장황하지만 충북도청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몇 가지로 명쾌하게 압축된다. 이런 목표를 달성해 2010년 충북의 미래를 바꾸겠다는 것인데, 우선 충북의 인구를 3만5000명 늘리겠다고 한다. 또 충북 도민의 1인당 국민소득을 2010년 3만1000달러로 올려놓고, 3인 이상 제조업체 2000개를 새로 유치하겠다고 한다. 2010년까지 6만1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산업단지 4군데와 농공단지를 8군데 새로 확보하겠다고 한다.

    야심 찬 목표가 아닐 수 없다. 충북도민의 1인당 소득을 3만1000달러로 높이겠다는 목표가 실현 가능할까. 이에 대해 정우택 도지사는 “인구를 늘리고, 재정지출을 증액하며, 수출 130억달러를 달성하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인구는 기업유치와 서비스 산업 확대를 통해 늘려 나갈 계획이다. 재정지출 증액 목표는 2010년 6조2000억원, 투자유치를 통해서는 2조3000억원을 끌어모을 생각이다.

    지금은 꿈같은 소리로 들리지만 한 사람의 꿈이 1만명의 꿈으로, 다시 100만명의 꿈으로 확대된다면 그건 이미 실현된 것이나 다름없다.

    충북도청을 취재하면서 또 하나 인상적인 게 있다. 도청의 한 공무원이 일할 기회를 갖지 못한 주부들을 위해 ‘여성 인턴제’를 제안한 것이다. 다니던 직장을 육아 때문에 그만두어야 했던 주부들은 각자의 형편과 능력, 소질에 맞게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기업을 소개받았다.

    이 제도가 반응이 좋다고 소문이 나자 보건복지부 고위 관료들이 견학하기 위해 충북도청을 찾았고, 창의적이고 성공적인 사례로 채택돼 전국의 지자체로 확대됐다.

    누구든 꿈을 꿀 수 있도록 하고, 그것을 격려하는 문화야말로 혁신에 대한 리더의 의지나 빈틈없는 전략만큼 중요하다. 이젠 지방의 이름 없는 촌부나 공무원의 머릿속에서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가 열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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