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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한국 프로야구 복귀한 ‘헐크’ 이만수

“울적하면 야구장에 오라, 리(李) 코치를 보면 근심이 사라진다”

  • 김동훈 한겨레 체육부 기자 cano@hani.co.kr

10년 만에 한국 프로야구 복귀한 ‘헐크’ 이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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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 첫 홈런, 첫 안타, 첫 타점 주인공
  • 은퇴식조차 없이 자신 버린 삼성에 애증 교차
  • 미국 팬 경악시킨 ‘코리안 홈런킹’ 타격 시범
  • 선수 시절 우승 못한 아쉬움 채워준 월드시리즈 우승
  • 한국에선 ‘헐크’, 미국에선 ‘빅 스마일’
  • 학창시절 11년간 하루 4시간 잠자며 연습 몰두
10년 만에 한국 프로야구 복귀한 ‘헐크’ 이만수
딱!호쾌한 홈런을 날린 후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포효하던 ‘헐크’ 이만수(李萬洙·49)를 기억하는가. 삼성라이온스의 원조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1980년대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적 홈런 타자였던 그가 1997년 은퇴하면서 미국으로 야구 유학을 떠난 지 10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파란색 삼성라이온스 유니폼 대신 빨간색 SK와이번스 유니폼을 입고서.

유니폼이 달라지고, 임무도 선수에서 수석코치로 바뀌었지만 그는 여전히 ‘유쾌한 헐크’였다. 잠시도 얼굴에서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다. 올해 우리 나이로 쉰이지만 청바지에 가죽점퍼가 잘 어울리는 것도 웃음이 가져다준 선물처럼 느껴졌다.

홈런 뒤엔 빈볼

이 코치가 나타난 뒤 SK 훈련장은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그는 그라운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선수단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선수들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고, 쭈뼛거리는 선수들에게 하이파이브를 청한다. 처음엔 좀 어색해하던 선수들도 이젠 그와 눈이 마주치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SK 김성근 감독이 그를 영입한 것도 바로 이런 분위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 코치 자신도 의욕이 넘치고 신이 난다. 몇 번이고 “한국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 말한다.

10년 만에 국내 그라운드에 돌아와서 그가 실감한 것은 선수들의 기량과 체격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것이다. 현역 시절에는 자신도 ‘한 덩치’(175㎝, 84㎏) 했지만 지금 선수들과 비교하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특히 새내기 왼손투수 김광현(19·안산공고 졸)의 기량에 놀랐다. “공도 빠르지만 무엇보다 공을 던질 때 손이 안 보인다. 마치 피칭머신에서 갑자기 공이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이다. 지난해 신인왕과 MVP(최우수선수)를 석권한 ‘슈퍼 루키’ 류현진을 능가하는 것은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만한 기량”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듯 이 코치가 온 뒤 SK와이번스 선수단 분위기는 한결 밝아졌다. 그는 현역 때 누구보다 즐겁게 야구를 했다. 홈런을 치면 만세를 부르고 펄쩍펄쩍 뛰면서 베이스를 돌았다. 또한 포수 마스크 뒤에서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옛날에는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설레발 떤다(설친다)고 싫어했어요. ‘지가 스타면 스타지…’ 하는 비아냥도 들었죠.”

쾌활한 성격 탓에 고통도 감수해야 했다. 홈런을 친 다음 타석에선 걸핏하면 몸에 공을 맞곤 했다. 약이 오른 상대투수가 작정하고 빈볼을 던졌기 때문이다. 1991년부터 2년간 삼성라이온스 사령탑을 맡은 김성근 감독은 그를 걱정해서 “앞으론 홈런 친 뒤에 만세를 부르지 말라”고 지시했을 정도였다. 그러자 두 달 후 이만수는 “야구가 재미없어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처럼 야구를 즐겁게 하는 선수였다.

미국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들과 서투른 영어로 농담도 하고 하이파이브도 나눴다. 팬과도 유쾌하게 만나다보니, 경기 시작 전 선수단을 소개할 때면 감독 못지않게 큰 박수를 받았다. 어느 날인가는 텔레비전에서 야구 중계를 하면서 카메라가 이 코치를 오랫동안 비췄다. 그리고 해설자가 이렇게 말했다.

“마음이 괴롭고 울적하면 야구장에 오라. 불펜에 리 코치가 있다. 그의 얼굴만 보면 근심 걱정이 모두 사라진다.”

자연스럽게 ‘빅 스마일’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는 자기 팀 ‘홍보대사’ 노릇을 톡톡히 한다고 해서 ‘앰버서더’로 불렸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 시카고 지역신문에 그의 귀국 소식이 보도된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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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한겨레 체육부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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