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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여론조사 결과가 의심스럽다면? ‘여론조사’

  •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 kht@ksoi.org

여론조사 결과가 의심스럽다면?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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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 여론에 대한 불안감

“일부 비평가들은 대중의 의견, 즉 이를 대변하는 여론조사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다수의 횡포가 야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수결 원칙의 부정적 측면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우려의 대상이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엘리트 집단의 불안에 대해 조용히 충고한다. ‘나는 남과 다르다’는 우월감에서 벗어나 전향적으로 자신들의 탁월한 능력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의무’임을 지적하며 나아가 대중을 신뢰해야 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7장과 8장은 좀더 기술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여론조사가 어떻게 전체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고, 왜 과학인지를 설명하는 장이다. ‘도대체 그 작은 수로 어떻게 수천, 수억명의 생각을 알아낼 수 있느냐’는 여론조사에 대한 가장 고전적 이의 제기에 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거대한 모집단을 일반화하기 위해 작은 표본을 사용하는 것이 여론조사에만 국한되는 게 아님을 알리고 싶어한다. 일례로 ‘혈액’ 샘플을 들었는데, 의사가 환자의 혈액형이나 백혈구수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 몸에 있는 혈액을 모두 채취할 필요는 없지 않냐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통계학의 표본추출 이론과 관련된 것이지만 이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이 대단히 전문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여론조사의 기초원리를 이해하지 않고는 여론조사의 유용성을 인정하기가 불가능한 점을 고려할 때 비록 기술적인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 대목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9장은 여론조사가 어떤 질문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내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질문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여론조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비판에 적절한 해명이 될 수 있겠다.

“인간의 사고에 접근할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은 없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 여론조사에서 어떤 주제에 대해 질문하는 일이 어쩌면 단순해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것은 결국 조사내용에 대한 답변을 어떻게 이끌어내는가 하는 좀더 복잡한 문제로 발전한다.”

실제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질문’의 방식이다. 질문의 방식은 확실히 여론조사 결과에 분명한 영향을 준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질문 방식에 따른 가변성은 일정 수준 통제할 수 있으며, 오히려 그러한 가변성을 통해 대중의 생각을 더 명확히 포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여론조사가 단지 정책결정의 참고자료나 기업의 마케팅 결정을 내릴 때 사용된다면 적어도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요구되는 엄밀성이나 중립성의 중요성은 대폭 줄어든다.

10장에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될 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매체의 책무는 여론조사를 면밀하고 신중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여론조사의 본질이기도 하다. 따라서 여론조사는 인간의 행동을 이해해야 하는 과학적 동기와 대중에게 알려야 할 필요성 사이의 민감한 위치에 서 있다.”

동일한 여론조사 결과를 갖고도 기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대중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 있다. 저자는 여론조사의 특성과 언론보도의 특성 ‘차이’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문제를 설명하면서 여론을 전달하는 보도매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여론조사의 기능과 가치에 대해 설명한다.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는 시민의 통합된 경험에서 지혜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러한 지혜를 모을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은 실제 투표라기보다는 여론조사다.”

저자는 여론조사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더 민주주의답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선거 때만 여론조사를 이용하는 정치인의 행태를 꼬집으면서 권력의 최종주체인 대중의 지혜를 모아 정책결정에 반영하고 설득과 소통을 통해 정치가 이뤄져야 함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가장 큰 놀라움은 시간과 공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 현실에 꼭 들어맞고 유용한 관점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에선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볼 때 대선이 있는 해엔 어김없이 여론과 여론조사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항상 개인기에 의지해 ‘그들’에게 여론조사에 대한 기초 개념부터 설명해야 하는 필자로서는 올 해 ‘여론조사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광경’을 목도하기 전에 이 책이 출간된 것이 무척 반갑다. 또다시 해묵은 논쟁을 하자고 덤비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할 생각이다. 뉴포트의 ‘여론조사’를 읽고 얘기하자고.

신동아 200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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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 kht@kso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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