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호

둘이 아닌 하나의 문제 ‘이란을 읽으면 북한이 보인다’

  •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 choonkunlee@hotmail.com

    입력2007-03-12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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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이 아닌 하나의 문제 ‘이란을 읽으면 북한이 보인다’

    ‘이란을 읽으면 북한이 보인다’ 김재두 외 지음/한국경제신문/264쪽/1만1000원

    수도 서울의 강남 한복판에 테헤란로(路)라는 큰길이 있고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가면 서울대로가 있다. 이렇게 긴밀한 우호관계를 과시하던 두 나라가 지금 너무나 멀어졌다. 이란은 우리가 잘 알아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음에도 잘 모르는 나라다.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에 이란은 석유가 많이 생산되며, 이슬람 원리주의의 국가이고, 미국에 막무가내로 대들고 있는, 넥타이도 매지 않고 수염도 깎지 않는 황당한 대통령이 있는 나라일 뿐이다. 잘 몰라도 되는 나라, 심지어 알 필요도 없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나라가 걱정되면 이란을 먼저 이해하라

    그러나 이란은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가 단순히 지식을 넓히고 교양을 쌓는 차원이 아니라, 국운(國運)의 복잡한 실타래를 풀고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나라 중 하나다.

    그렇지만 솔직히 일반인이 이란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는, 우리말로 된 책은 이제까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이란에 관한 서적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국방연구원이 기획해 김재두 박사 외 9명의 전문가가 공동 집필한 ‘이란을 읽으면 북한이 보인다’라는 책은 국제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물론 오늘의 한반도 문제를 걱정하는 대중을 위해서도 값진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책이 이란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건 아니다. 이란의 종교와 문화, 그리고 이란의 국내정치, 역사 문제 등은 이 책의 연구 범위를 넘어선다. 제목이 말해주듯 이 책은 이란과 북한의 연계, 이란과 미국, 이란과 중국, 핵 확산 문제와 테러리즘, 그리고 석유와 국제정치, 전쟁 및 국제경제에 관한 책이다.



    북한 핵 문제로 한반도의 안보가 오리무중인 현 상황에서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주제 중 하나가 이란의 핵 개발이다. 이 책은 이란의 핵 개발 문제를 국제정치, 군사전략 및 국제경제적 시각에서 분석해 독자에게 이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

    대표 집필자인 국방연구원 김재두 연구위원은 서문에서 이란 문제를 전 지구적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북한과 더불어 ‘악의 축’으로 지목된 이란 문제를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느냐의 문제는 곧바로 미국의 대(對)북한 전략과 연계되는 것이다.

    이란의 문제는 중동의 문제일 뿐 아니라 세계의 문제이며, 저자의 주장처럼 미국과 중국의 전 지구적 패권 경쟁의 맥락에서 보아야 할 문제다. 중국이 없다면 이란은 고립될 것이며, 이란 없는 중국의 전략은 미국 앞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재 미국이 더욱 더 신경을 쓰고 있는 이란 문제에 대해 낙관하지 않는다. 미국이 결코 외교적으로 이란의 핵 보유 의지를 꺾을 수 없기 때문에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 전망한다.

    예상보다 강경하고 신속하게

    이란의 핵 개발 문제에 대해서는 ‘핵 박사’로 잘 알려진 김태우 박사가 집필했다. 김 박사는 이란의 핵 개발은 그들의 말과는 달리 군사적 목적을 지닌 것임에 분명하다고 주장하며 국제정치적 맥락에서 이란의 핵 문제가 왜 군사 문제가 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란의 핵 개발 동기를 비롯해 이란 핵 문제 전개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정리했다. 1960년대부터 2006년까지 날짜 순으로 배열한 이란 핵 문제 일지는 이란의 핵 개발 역사를 한눈에 들여다보게 한다.

    우리가 특히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할 부분은 “만일 미국이 이란 핵 문제의 좌초에 대해 강박감을 느끼고 이란과 북한 둘 중 하나에 대해 군사행동을 결심한다면 그 대상은 이란이 아니라 북한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 대목이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책에 논리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은 국제정치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이란의 핵 개발 능력에 대해 자연 과학자가 소상하게 집필한 논문도 수록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류재수 연구원의 ‘이란의 핵 기술과 국제사회의 제재’가 그것이다. 이 논문은 핵연료주기 시설, 원자력발전소 및 연구용 원자로 등 이란의 핵시설 현황을 보여준다.

    국제과학안보연구원은 이러한 핵시설 현황과 이란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결과 등을 종합해 이란이 2010년부터 연간 1기 이상의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능력을 갖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 핵을 인정하고 북한과 전략적 협상을 진행할 경우 이란과 다른 중동 국가들도 북한을 모방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예상보다 강경한 방법으로 신속하게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많다”라고 한 백승주 박사의 글 역시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과 북한이 모종의 약속을 해서 문제가 어정쩡하게 진행될 것을 경고하고, 미국의 태도에 우려를 표시하는 학자들이 있는데 이는 북한 핵 문제가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한 분석이다. 이란의 핵 문제와 북한의 핵 문제는 기필코 연계되어 있다.

    이란 문제는 핵 문제만이 아니다. 이란은 세계 2위의 석유 생산국이요, 석유 수출국이다. 핵 문제 때문에 이란이 봉쇄된다거나 이란 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이는 세계 경제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

    김재두 박사는 미국의 이란 제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란 앞바다의 호르무즈 해협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 경우마다 세계 석유 수급 현황에 어떤 파장이 생길지 예측했다.

    궁극적인 해결방안은 정권교체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 군사 전문가인 심경욱 박사는 중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이 중동의 비핵화라는 원칙에는 미국과 뜻을 같이하면서도, 이를 실천하는 방법과 절차에 이견이 있음을 설명하고, 이란이 강대국 패권 경쟁의 장이 되고 있는 상황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학자뿐만 아니라 현지 상황에 정통한 기자의 글도 포함하고 있다. 서정민·이철희 기자의 글은 이란이 중동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노력과 이를 두려워하고 반대하는 다른 아랍국가 사이의 복잡한 경쟁과 갈등 관계, 미국의 중동에 대한 전략과 이에 대항하는 이란 및 다른 강대국의 처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이란에서 전쟁이 벌어질 경우에 관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전쟁보다는 이란 정권의 민주화가 더 좋은 해결 방안임을 밝혀두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핵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방안은 민주적인 정권 교체라는 것이다.

    국제정치에서 상대방을 위협하는 것은 무기 그 자체가 아니라 무기를 보유한 국가의 태도다. 미국과 소련이 군비(軍備) 축소를 이루었기 때문에 평화가 도래한 것이 아니라 평화가 도래했기 때문에 군비를 축소할 수 있었다는 것이 현실에 더 가까운 분석인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독자는 이란 문제에 관한 이해가 높아짐은 물론, 이란과 중동 그리고 세계, 특히 이란 문제와 북한 문제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에 대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결국 이란과 북한 문제를 하나의 문제로 다룰 수밖에 없다.

    대북 강경책은 이란에 대한 경고

    북한 핵을 용인하는 것은 곧 이란의 핵도 용인한다는 뜻이 되며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 그것은 동시에 이란에 대한 경고를 의미한다. 이 책의 저자들이 대부분 동의하듯 미국은 북한 핵 문제에 강경 대응함으로써 이란의 핵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할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은 10명의 전문가가 각기 다른 주제를 맡아 작성한 논문 모음집이지만 1장부터 순서대로 읽으면 하나의 흐름이 짚어지게 편집됐다. 오랜만에 만나는 국제정치학 분야의 우수한 저술이다.

    다만 조금 더 욕심을 부리면, 이란의 역사와 종교 및 정치 문제 그리고 세계 정치 속에서 이란이 테러리즘과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아니면 연계되지 않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추가되면 한층 완성도 높은 책이 되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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