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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문화와 공학문화

  • 일러스트·박진영

과학문화와 공학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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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생산 방식도 판이하다. 과학문화는 도서관의 자료를 뒤적여 과거의 축적된 지식을 여러 형태로 변형해 내놓는 반면 공학문화는 세계 곳곳의 연구현장에서 새로 출현하는 첨단기술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추적해 산업현장에 제공한다. 주요 수요자 역시 계층이 다르다. 과학문화는 기초과학 이론을 지식으로 습득해 공부에 활용하려는 학생들을 겨냥하지만 공학문화는 산업정보를 획득해 제품 개발에 적용하려는 기업인이나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상식을 얻으려는 일반인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처럼 과학문화와 공학문화는 여러 면에서 차이점이 두드러짐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두 문화를 차별화하지 않은 채 과학기술 문화로 뭉뚱그려 각종 시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공학문화는 과학문화에 떠밀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딱한 실정이다.

우선 과학기술 독서교육의 현장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과학 수필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과학자가 쓴 글이 국어 책에 4편이나 실렸다고 해서 한때 언론에서 대서특필한 적이 있지만, 반색할 일만은 아닐 성싶다. 왜냐하면 4편의 글이 모두 나무나 곤충 따위의 생물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물론 생물 이야기는 첨단기술에 관한 것과는 달리 덜 딱딱하고 생명을 다루므로 맛깔스러워서 문학작품 위주의 국어 교과서에 안성맞춤일 수 있다. 그러나 4편 중에 첨단기술에 관한 글이 1편이라도 들어 있었더라면 우리 학생들이 공학기술자의 꿈을 꿀 수 있었을 터이므로 생물학 일색으로 글을 고른 국어학자들의 안목이 한심하게 여겨질 따름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2005년 초에 서울시교육청이 펴낸 독서 지도 지침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중학교 국어 과목의 추천도서 목록에 포함된 과학 책들이 모두 생물학 책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국어 교사들이 첨단기술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생물에 관한 기초상식은 갖고 있어서 생물학 책만 선정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겠는가. 어쨌거나 기술에 문외한인 국어 전공자들이 공학문화 보급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과학문화와 공학문화
이인식



1945년 광주 출생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금성반도체 최연소 부장, 대성산업 상무이사,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역임

現 과학문화연구소장

저서 : ‘미래교양사전’ ‘유토피아 이야기’ 등


다행스럽게도 몇몇 유관 단체에서 공학문화 확산을 위한 고육책을 강구하고 있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그중에서도 한국공학한림원이 의욕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교양공학도서 출판 사업이 돋보인다. 2001년부터 한국공학한림원이 민간단체인 해동과학문화재단의 자금 지원을 받아 발간 중인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시리즈는 불모의 공학도서 시장에 씨앗을 뿌린 첫걸음으로 높이 평가될 줄로 안다. 그간 30종 가까이 펴낸 도서 목록을 살펴보면 교양공학 도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정부가 과학기술 소양이 부족한 국민을 계몽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은 한국과학문화재단이다. 한 해 300억원 가까운 재단 예산은 국민의 혈세로 충당된다. 그러나 공학문화에 투입되는 예산은 얼마 되지 않는다. 기업인이 설립한 해동과학문화재단이 해마다 출연하는 1억원으로 공학도서가 발간되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한국과학문화재단의 직무 유기는 국민적 비판을 면치 못할 것 같다.

공학문화에 대한 국민의 올바른 이해 없이는 양전닝 박사나 한국공학한림원 정책총서가 언급하는 ‘창의적 기술 혁신’은 제대로 성취될 리 만무하다. 공학문화가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가 하루 빨리 조성되기를 바란다.

신동아 200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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