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상근부회장 시절 퇴근 직전에 문자메시지를 날려 약속이 없는 직원들과 회식을 하거나 주말 산행 동반자를 구하는 등 이른바 ‘번개 팅’을 즐겨 했다.
그렇지만 직원들은 대체로 이 장관을 어려워하는 편이었다. 늘 미소를 머금은 온화한 표정이지만 업무나 일상에서 빈틈을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직원들과 회식을 할 때 ‘소주 1병, 1시간, 1차 이상 하지 않는다’는 ‘3불(不) 원칙’을 고수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평소 조직운영 스타일은 성과를 최우선시하는 기업인의 전형에 가까운 편이다.
지난해 5월 전경련 상근부회장에 취임한 후 한동안 흐지부지됐던 직원 상대평가를 3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해 엄격히 적용했다. 이에 따른 급여 차이도 같은 직급일지라도 부장 등 간부 사원의 경우 한 해 최대 1500여만 원까지로 벌렸다. 성과에 따른 급여 차이는 누진제를 적용, 해가 갈수록 커지게 했다. 이른바 ‘GE식 성과관리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설마 하던 직원들은 이 장관이 올해 초 전경련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하자 ‘악’ 소리를 냈다. 성과가 부진한 상당수 기존 팀장이 보직을 못 받거나 일부는 팀원으로 강등됐다.
전경련의 한 간부 직원은 “2003년 전경련 전체 사무국 직원 130여 명 가운데 30여 명을 구조 조정한 현명관 전 부회장이 ‘도리깨로 내리치는 식’이었다면 이 부회장은 ‘차가운 메스로 환부를 도려내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평소 업무 스타일은 이 장관이 직접 만들어 전경련 사무국 곳곳에 게시한 ‘2008년도 전경련 업무추진 방향’ 포스트에 압축돼 있다.
이 장관은 올해 초 ‘국민과 기업이 신뢰하고 지지하는 전경련을 만들자’면서 △꼭 해야 할 일을 잘하자 △두 배의 성과를 내자 △정교하게 일하자 등 세 가지 실천 방안을 포스트로 만들어 전경련 사무국 곳곳에 게시했다.
치밀하면서도 원칙주의자인 이 장관의 업무 스타일은 골프를 칠 때도 나타난다. 핸디 12 정도로 수준급인 이 장관은 컨시드를 받거나 주는 법이 없다. 멀리건도 마찬가지다.
할 말도 하는 편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반(反)기업적 정책을 비판하다가 집권세력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는데 현 정부는 그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이 장관이 차갑거나 고집불통이라는 것은 아니다. 전경련의 한 간부는 “이 장관은 등산할 때 잘났다고 앞에 달려가는 사람보다는 뒤에서 처진 직원들을 아우르며 오는 사람을 높이 평가했다”며 “성과를 중시하면서도 ‘혼자만 잘난 사람보다는 후배들을 챙겨주는 된 사람’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 측과 특별한 인연은 없다. 그러나 ‘비(非) 고대, 비(非)영남’ 인사인데다 관료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으면서도 재계의 대변인으로 성장한 드문 경력이 지식경제부 장관에 낙점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관료 사회에서는 ‘이윤호발(發)’ 개혁 태풍을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시기가 문제일 뿐 전경련 상근부회장 시절 보여준 각종 개혁 프로그램을 언제든 정부에 들여올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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