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베트 문제는 지난 3월10일부터 나흘간 각 지역에서 티베트 승려들이 종교·신앙의 자유와 지방자치를 요구하며 벌인 평화적 가두시위로 시작됐다. 중국 당국은 이들의 합법적인 권리 요구를 묵살한 채 많은 승려를 체포하고, 나머지 승려들은 사원에 감금한 뒤 식수와 전기, 음식물 공급을 차단했다. 이에 대다수 티베트인이 불만을 터뜨리며 촉발된 것이다.
3월14일 라싸(拉薩)에서 수만명의 티베트인이 승려들을 감금하고 체포한 것에 항의하는 거리 시위를 벌였고, 일부 티베트인들은 폭행·방화·기물훼손 등의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 그 후 해외 언론들은 ‘군인과 경찰들이 발포해 티베트인들을 죽이고 있다’며 사망자가 수십 또는 수백명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장갑차가 라싸 중심지역을 향해 출동하는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이와 관련, 나는 해외 언론매체를 통해 항의의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부활한 ‘文革 대자보’
중국 당국은 언론을 장악한 상태에서 3월14일의 폭력시위 장면 등을 연이어 보도했다. 티베트인과 승려들에게는 ‘티베트 독립을 조장하는 무리’라는 죄명을 씌웠다. 그러나 그 시위가 있기 전 중국 당국이 티베트인들의 평화적 시위를 엄격하게 단속하고 티베트인들을 사살한 일 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언론 보도를 철저하게 통제하면서 티베트에 있던 모든 외신 기자를 쫓아냈다. 사건의 진상을 숨기려는 의도였다.
중국의 언론매체들은 중국 당국의 티베트 시위 진압에 대한 서방의 비판에 대해 일관되게 ‘중국에 반대하고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민족·애국주의 정서를 이용해 대중의 반(反)서구 감정을 선동한 것이다. 제대로 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대다수 중국인이 인터넷을 통해 ‘반중국 세력’을 비난했다. 이때 베이징올림픽 성화가 세계 각국에서 봉송되기 시작했고, 일부는 이 기회를 이용해 중국의 티베트 탄압에 항의하는 뜻을 나타내고자 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일부 국가에서 대사관과 영사관을 통해 현지 중국인들과 유학생들을 조직적으로 동원,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폭력행위가 발생하자 여러 나라에서 항의가 빗발쳤다. 중국 내의 일부 사람들은 이에 더욱 분노했다.
인터넷에서는 프랑스의 대형 유통체인점인 까르푸의 최대 주주가 티베트 독립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퍼져나갔다. 이후 허베이(河北), 칭다오(靑島), 시안(西安) 등 대도시에서는 까르푸 불매 운동과 프랑스 제품을 구입하지 말자는 항의 시위가 일어났다.
이와 같은 민족주의 열풍은 표면적으로는 정부가 조직한 것이 아니라 대중의 자발적인 행위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당국이 통제하는 언론매체가 만든 여론은 이런 행위들을 부채질하고 선동해 사태가 빠른 속도로 악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민족주의 색채를 띤 여론은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발표될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당국에 의해 사장되기 일쑤였고, 중국 당국을 비판하는 세계 여론들은 ‘반중국 세력’으로 매도됐다. 중국 내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인신공격을 당했다. 나 역시 (해외의 언론매체에) 발표한 많은 글이 중국에 알려진다면 분명 공격을 받을 것이다. ‘매국노’나 ‘배신자’라는 욕을 듣게 될 것이며 가족들도 인터넷 테러를 당하게 될 것이다. 요즘 인터넷에 오르는 문장들은 문화대혁명 때의 대자보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