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빈털터리 청년백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풀무원’ 창업 대박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 입력2008-12-02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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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털터리 청년백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풀무원’ 창업 대박
    경제가 어렵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은 경제를 살리라는 염원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러나 지금 경제는 10여 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IMF 구제금융 시절의 공포가 다시 대한민국을 감싸고 있다. “경제만은 살리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세계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한국경제를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다. 주가지수는 곤두박질쳐 8개월 만에 반토막 났고 원 달러 환율은 폭등했다.

    강만수 경제팀에 대한 시장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잇단 정책 실기(失機)와 안이한 대응, 정부부처 간 혼선이 맞물리면서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문제 관리 능력에 의구심을 보이면서 한국증시에서 이탈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의 감소와 단기외채 문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셀 코리아’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어 고통을 겪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되지 않아 꽃 같은 청춘을 허비하고 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가슴이 아프다. 어떤 시련이 있어도 결코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치인들이 일차적 책임을 지고 노력하겠지만 이와 함께 개개인도 절망해서는 안 된다.

    분유 값도 없던 젊은 가장

    나는 197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두 차례 투옥됐고, 대학에서 네 차례 제적됐다. 두 번째 감옥에서 나왔을 때는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었다. 먹고사는 문제로 앞길이 막막했다. 시국 사건 관련자였기 때문에 기업에 취직할 수도 없었다. 둘째아들이 막 태어났다. 신문기자를 하던 아내도 해직기자가 됐다. 말 그대로 분유 값도 구할 길이 막막한 상황으로 내몰렸다.



    두 주먹밖에는 가진 게 없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나를 지켜주는 원동력이기도 했지만, 끝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나를 밀어넣기도 했다. 나는 창업을 결심했다. 여러 사업 아이템을 두고 고민했다. 결국 당시엔 생소했던 ‘유기농 사업’에 도전했다. 아무도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던 분야여서 위험부담이 컸다. 그러나 소비자의 기호 등 먹을거리 시장을 요모조모 철저히 조사한 끝에 성공에 대한 확신이 섰다. 자본력이 부족하게 마련인 청년 창업자는 기존의 생산자가 제공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식품업종에 뛰어든 나는 그 새로운 가치로 ‘안전’을 내걸었다. ‘조만간 우리나라는 더 잘살게 되고 더 민주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전하고 질 좋은 먹을 거리를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유기농 식품’은 ‘안전’이라는 가치를 구체적 상품으로 현실화한 것이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 제시

    나는 식품회사 ‘풀무원’을 창업한 뒤 유기농 콩으로 만든 두부를 선보였다. 주문받고 배달하는 일도 직접 다 했다. 시장의 반응은 좋았다. 백화점에서도 물건을 대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납품하기 위해 백화점에 자주 들락거렸기 때문에 지금도 백화점의 정문은 몰라도 후문으로 통하는 길은 다 안다. 나의 창업은 대성공이었다. 치열하게 고민했고 식품에 ‘안전’이라는 개념을 접목한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있었기에 성공했던 것 같다.

    ‘풀무원 창업주’라는 이력은 나에게 두고두고 도움이 됐다. 나의 정치활동에도 큰 힘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지금 많은 젊은이가 취업이나 창업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다소의 시련이 있더라도 낙담하지 말기를 바란다. 진부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은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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