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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변호사의 알아두면 돈이 되는 법률지식 ⑤

계약은 웬만해선 물릴 수 없다

무효·취소·해제 등은 극히 예외적

계약은 웬만해선 물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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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契約)은 ‘약속을 맺다’라는 뜻이다. 매듭이 지어진 끈을 쉽게 풀 수 없듯이 한번 약속을 하면 그 약속이 불리하든 유리하든 간단하게 물릴 수 없는 게 원칙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기본적인 규칙을 지킨다는 신뢰는 그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을 이루는데, 기본 규칙 중에서도 서로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으뜸가는 원칙일 것이다. 이를 라틴어로는 ‘Pact sund servanda(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라고 한다.

그런데 계약 당사자가 지킬 의무가 있는 계약은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임을 전제로 한다. 만일 계약체결 과정이나 계약 내용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 그 계약은 무효이거나 취소할 수 있고, 상대방이 계약 내용을 지키지 않은 경우와 같이 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함으로써 계약의 구속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 계약에 관한 잘못된 상식

그런데 사람들이 계약에 관해 흔히 알고 있는 상식 중엔 사실과 다른 것이 적지 않다. 잘못된 상식의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본다.

계약금을 안 줬다면 부담 없이 계약을 무를 수 있다?



계약을 할 때 계약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의 구속력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장치가 계약금이다. 계약금을 준 사람이 약속을 어기면 계약금을 몰수당하고, 계약금을 받은 사람이 약속을 어기면 계약금의 2배를 물어줘야 하므로 계약금을 주고받았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계약 당사자가 계약에 구속되는 효과가 훨씬 높다.

그런데 이렇게 계약 구속력을 높이는 계약금이 계약 당사자들이 계약에서 벗어나기 쉽게 도와주기도 한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만일 부득이한 사정으로 계약을 무른다면 계약금을 주지 않은 경우보다 계약금을 수수한 경우가 훨씬 간편하다.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2배를 물어주기만 하면 자유롭게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해서 계약금을 주고받지 않은 경우에는 계약금이라는 훌륭한 ‘탈출구’가 없다는 뜻이다. 계약금을 수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계약의 구속력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을 옴쭉달싹 못하게 가둬놓고 계약 이행을 압박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별로 의미가 없는 액수의 계약금을 받느니 차라리 계약금을 받지 않는 것도 계약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계약금을 주고받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계약을 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계약금을 포기하면 언제라도 계약을 무를 수 있다?

계약금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가지만 더 살펴보자. 최근 부동산 경기가 계속 하락하면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계약금은 물론 그동안 낸 중도금을 포기하고서라도 분양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상담을 청하는 일이 늘었다. 계약금을 준 사람은 계약금을 포기하면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니 언제까지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줄로 안다.

그러나 중도금 중 일부라도 낸 사람은 지급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포기하더라도 계약 상대인 건설회사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계약을 무를 수 없다. 계약금을 수수한 경우 당사자 중 한쪽이 ‘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행동에 착수하기 전’까지만 계약금을 포기하거나(매수인), 2배를 물어주고(매도인)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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