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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기자의 건강萬事

6~8㎝ 베개, 30° 몸 기울여 자면 코골이, 무호흡 굿바이

잠의 질은 ‘침대’가 아니라 수면 자세가 결정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6~8㎝ 베개, 30° 몸 기울여 자면 코골이, 무호흡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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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베개, 30° 몸 기울여 자면 코골이, 무호흡 굿바이

척추에 부담을 주는 잘못된 수면 자세. 베개가 높고 목이 뒤로 젖혀지거나 얼굴을 돌리고 자는 자세는 피하는 게 좋다.

베개는 어떤 자세로 자더라도 베었을 때 목이 편안하고 경추의 C자형 커브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반듯하게 누워 잘 때는 6㎝ 높이가 적당하고, 옆으로 잘 때는 어깨 높이를 고려해 2㎝ 정도 더 높은 것을 선택한다. 8㎝ 이상을 넘어가는 베개는 등 뒤와 어깨 근육을 압박해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며, 너무 낮은 베개는 목의 곡선을 전혀 유지해주지 못한다. 딱딱한 베개는 목 근육과 골격에 무리를 주고 자주 뒤척이는 사람의 경우 목 근육에 손상이 생길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척추 전문의들은 자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척추 건강이 보인다고 말한다. 허리는 정상적인 경우 똑바로 누워 잘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 어떤 자세로 자도 아픈 증상이 없다. 만약 자신이 한 가지 수면 자세만을 고집하고 다른 자세는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다면 척추질환을 먼저 의심해야 한다. 특히 나이 드신 부모님이 아침에 일어나 간밤 잠자리의 고단함을 하소연할 때는 지체 없이 척추를 점검해 봐야 한다.

모로 누워 자는 자세는 허리 디스크(추간판탈출증)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즐겨 취하는 자세다. 디스크 환자는 똑바로 누우면 오히려 허리나 다리의 통증을 호소한다.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건드려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옆으로 누우면 편안해진다. 따라서 잠자는 내내 모로 누운 자세를 유지하는 사람은 한 번쯤 허리 디스크를 의심해야 봐야 한다. 수면 중 뒤척이다 일시적으로 모로 자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은 “내내 모로 누워 자는 자세는 어깨근육과 척추의 비틀림을 유발해 요통을 더욱 심화시킨다. 허리가 많이 굽은 어르신들이 새우처럼 웅크려 자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이미 굽어버린 허리 때문에 등을 바닥에 펴고 자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무릎을 굽히고 쪼그려 자는 게 똑바로 누웠을 때보다 더 편하게 느껴진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척추관협찹증은 척추 뼈의 퇴화현상으로 척추관이 좁아져 다리로 가는 신경을 누르면서 발생한다. 다리가 저리고 땅기는 통증 때문에 똑바로 누워 자면 잠이 오질 안는다. 쪼그리고 웅크려야 통증이 완화되고 잠이 온다. 척추관협착증 조짐이 있는 사람들은 똑바로 누우면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하반신의 운동을 지배하는 신경부위를 압박해 통증은 물론, 다리가 마비되는 듯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쪼그리거나 옆으로 웅크려 누우면 척추관이 넓어지면서 통증이 줄어든다.

하지만 편안하다는 이유로 계속 이런 수면 자세를 유지하다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척추 전문의들의 한결 같은 조언이다. 특히 엎드려 자는 자세는 척추가 등 쪽으로 젖혀져 경추부(목)에 긴장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는 목 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심장이나 폐에도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반대로 엎드려서 다리를 구부린 채 자는 게 편한 사람이라면 요추 부위가 몸 앞쪽으로 휘는 척추전만증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신 병원장은 “자고 난 후 목 어깨 통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을 우선 의심해봐야 한다. 목, 어깨, 등의 근육이나 신경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똑바로 누운 상태로 허리 밑에 손을 넣었을 때 잘 들어가지 않는다면 척추가 뒤로 휜 척추후만증을 의심해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질환 없다면 똑바로 자라!

6~8㎝ 베개, 30° 몸 기울여 자면 코골이, 무호흡 굿바이

고대 안산병원 신철 교수팀이 개발한 수면매트.

자는 자세와 관련해 하이병원은 최근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결과를 내놓았다. 성인 남녀 142명을 대상으로 평소의 수면 자세를 조사했는데 ‘차렷형 자세로 잠을 잔다’고 응답한 사람이 단지 24%(34명)에 불과했던 것. 이어 ‘옆으로 누워 잔다’ 21%(30명), ‘엎치락뒤치락’ 19%(27명), ‘(태아처럼 웅크린) 새우잠’ 18%(25명), ‘옆으로 누워 하반신만 비틀어진 자세’ 12%(17명), ‘엎드린 자세’6%(9명) 순이었다.

이동걸 하이병원장은 차렷형 자세가 24%에 불과한 이유를 세 가지로 들었다. 척추의 구조적 이상, 자율신경계 이상, 과체중과 비만 등이었다. 이동걸 병원장은 “흉추와 척추가 올바르게 정렬된 사람은 똑바로 누운 자세에서 특별한 불편함을 느끼지 않지만 반대로 척추에 구조적 이상인 생긴 퇴행성 척추질환자나 요통 환자는 똑바로 자면 통증이 심해져 자연스럽게 이를 경감시키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자율신경계의 이상도 수면 자세에 영향을 끼친다. 보통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수면 중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야 하지만 평소 스트레스, 고민, 과로 등으로 정신적 긴장감이 누적된 사람은 반대로 수면 중에도 교감신경이 항진된 상태를 유지한다. 이로 인해 호흡은 정상적이지 못하고 체내 근육은 계속 긴장된 상태를 유지해 엎치락뒤치락하거나 새우잠을 자고 엎드려 자는 경우가 생긴다.

과체중과 비만도 수면 자세에 영향을 준다. 체중이 증가하면 목, 혀, 편도 등이 함께 비대해져 기도가 좁아진다. 이로 인해 수면 중 기도 확보가 어려워 코골이나 폐쇄성 수면무호흡 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가슴이 답답하며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러다보니 원활한 기도 확보를 위해 자연스럽게 몸을 측면으로 돌리게 된다는 것. 이와 관련해 이번 조사에서도 21%(30명)가 과체중과 비만이었다. 이들 가운데 5명만이 차렷형 자세로 수면을 취했다. 기자가 딱 이 경우다.

특히 이번 하이병원의 조사에선 ‘수면 중 느껴지는 신체이상 현상’에 대해 46명(32%)이 ‘척추관절의 통증’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중 차렷자세를 취하는 사람은 24%(10명)뿐이었다. 이동걸 병원장은 “수면 중 느껴지는 통증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속 방치하면 주변 인대와 근육이 약해지고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처 만성통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좋은 잠은 가장 편한 수면 자세에서 나오는데 차렷형 자세를 취하자니 잠을 못 자고, 다른 자세로 자려니 척추 질환을 더욱 악화시키며, 통증을 견디며 차렷형 자세로 자는 것조차 인대와 근육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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