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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게이트 2탄!

“사망 전날 회견 때 ‘명단’ 터뜨리려 했다” “成-반기문 특급호텔 회동 3번 동석”

<최초증언> 성완종 최측근이 들려준 ‘최후의 밤’&‘반기문 관리’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사망 전날 회견 때 ‘명단’ 터뜨리려 했다” “成-반기문 특급호텔 회동 3번 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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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회견 내용 보도 안 되자 폭로막은 참모 질책”
  • ● “경향신문 사장에게 전화해 폭로 인터뷰 추진”
  • ● “참모는 ‘재판 때 명단 공개’ 권유…메모 진실일 것”
  • ● “반기문 장관 시절부터 潘 형제 관리”
“사망 전날 회견 때 ‘명단’ 터뜨리려 했다” “成-반기문 특급호텔 회동 3번 동석”

자살 하루 전인 4월 8일 기자회견을 하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성완종 메모 사건은 일몰시간 없는 ‘유령 야구’다. 진실이 무엇인지 끝장 승부를 내기 전까진 어떤 선수도 그라운드 밖으로 못 나간다. 메모엔 국무총리 1인, 전·현직 대통령비서실장 3인, 시도지사 3인, 국회의원 1인이 등장한다. 이들 8인은 자기 차례가 되면 타석에 들어서 검찰의 돌직구를 상대해야 한다. 1, 2번 홍준표,이완구는 비장한 각오로 임하지만 살아 나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수사 상황에 따라 뜻밖의 인사가 ‘지명타자’로 죽음의 타석에 불려 나올 수 있다.”

이런 ‘납량특집 비유’를 상상하면서, 자살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최측근 인사 A씨를 기다렸다. 며칠 전 전화기를 붙잡고 한참 설득한 끝에 그를 이 자리에 불러낼 수 있었다. 수년 전 기자와 취재원으로 스치듯 만난 인연도 어느 정도 작용한 듯하다.

“인맥 관리에 돈 많이 써”

약속시각보다 20분쯤 지나 A씨가 왔다. 그는 성 전 회장과 15년 이상 친교를 맺으며 대소사(大小事)를 도왔다고 한다. 특히 그는 성 전 회장 자살 당일과 전날의 알려지지 않은 일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는 ‘성완종 메모’를 이해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증언으로 들렸다. 다음은 A씨와의 대화 내용이다.

▼ 성 전 회장에겐 두 차례 인생의 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2000년 충청포럼 창립과 2003년 경남기업 인수가 그겁니다. 전자는 성완종을 충청 출신 정·관·재·학·언론계 인맥의 구심점으로, 후자는 그를 연매출 2조 원대 대기업의 오너로 만들어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먼저 충청포럼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2000년 누군가 ‘자민련을 뛰어넘는 충청권의 새로운 울타리를 만들어보자’고 성 전 회장에게 건의해 발족했죠. 사단법인으로 등록했고 발기인과 이사 4~5명이 있었고 운영위원도 30명 정도 됐죠. 회원은 500~550명. 이 모임을 통해 충청 출신 사회지도층은 서로 다 통하게…. 예를 들어 언론계의 경우 유력 신문·방송사의 부장, 부국장, 국장급이 주로 참여했어요. 당시 부여 출신 황우석 서울대 교수도 어디서 들었는지 연락해 왔어요. ‘저도 끼워주면 영광이겠다’라면서요. ‘운영위원 하실래요?’ 물으니 ‘그러면 더 좋고요’라고 해 운영위원이 됐어요. 처음엔 무정파·무당파를 지향해 정치인을 되도록 배제했죠. 그러나 몇 년 지나니 정치인이 너무 많이 들어왔어요. 이때부터 좀 변질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괜찮으실 거다…”

▼ ‘포럼’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유명인사를 초빙해 강연 듣고 토론도 했죠. 지역을 기반으로 삼았지만 스케일은 컸어요. 4강 대사 모두 초빙했고 장관들도 불렀고….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강연할 땐 여러 언론이 보도했죠. 성 전 회장이 아주 만족해했어요. 회원들끼리 1년에 5번 정도 만났나?”

▼ 비용은 어떻게….

“롯데호텔 같은 특급호텔에서 주로 행사하고 식사했는데 경비가 꽤 들었을 거예요. 성 전 회장이 거의 다 부담했어요. 그는 초등학교 중퇴 학력이라 학연(學緣)이 없어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지연(地緣)을 쌓는 데 엄청 공을 들인 거죠.”

성 전 회장은 충청 지연을 바탕으로 정치권으로도 인맥을 넓혔다. 이러한 인맥은 그가 국회의원으로, 대기업 회장으로 승승장구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올 들어 검찰의 자원비리 수사로 자신은 구속되고 기업은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했다. 철석같이 믿던 현 정권 인맥은 싸늘하게 등을 돌렸다. 적어도 그가 느끼기로는.

그는 배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4월 9일 서울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부근에서 목을 매 자살하기 전 메모와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돈을 줬다는 여권 실세들의 이름과 금액을 남겼다. 자살 당일과 전날 상황에 대해 A씨에게 물어봤다.

▼ 4월 9일 언제쯤 성 전 회장 소식을 접했습니까.

“제 집이 북한산 기슭 평창동에 있어요. 오전에 TV를 틀었는데 성 전 회장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유서를 쓰고 집에서 나갔다고. 깜짝 놀랐죠. 그의 보좌진에게 전화해 ‘지금 어디 있냐’고 했더니 ‘국민대 옆 주차장’이라고 해요. 내가 ‘당신이 포인트를 제대로 잡았다. 나도 거기가 의심된다’고 했어요. 그 주차장은 북한산 등산로로 올라가는 입구에 있어요. 성 전 회장이 그 등산로 코스를 좋아했어요. 그는 평소 주중 하루 정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혼자 등산을 하곤 했죠. 자비를 들여 주차장 포장공사도 해줘서 주변에선 성 전 회장에게 고마워하죠. 바로 집에서 나와 그 주차장 쪽으로 갔죠.”

9일 오전 성 전 회장이 유서를 남기고 실종되자 그의 가족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 결과 서울 평창동 부근에서 신호가 특정돼 수색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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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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