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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광고 닮은 ‘이미지’로 대중을 공략하다

남북 최고통치자들의 ‘사진 정치’

  • 변영욱 |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 cut@donga.com

상품광고 닮은 ‘이미지’로 대중을 공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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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객관적이지 않다!

프레이밍은 이슈나 사건, 그리고 인물에 대한 텍스트적 설명뿐만 아니라 영상 이미지를 생산해 전파하는 과정에서도 발생한다. 사진의 경우, 사진가들은 이미지 안에 무엇을 포함시킬지 그렇게 함으로써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통령 사진이 지닌 비주얼 프레이밍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리고 북한의 최고지도자 사진이 갖는 특징과 비교할 때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박정희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1961년 5월부터 2014년까지 53년간 동아일보의 매년 1월치 신문에 게재된 최고통치자의 사진을 분석해보자. 같은 기간 북한 노동신문에 게재된 김일성 · 김정일 · 김정은 사진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한국 대통령 사진은 744장, 북한의 김씨 3대 사진은 574장이다.

한국 대통령과 북한 최고지도자의 보도 사진이 어떠한 비주얼 프레이밍을 통해 대중에게 노출됐는지 살펴보기 위해 사진의 기술적 부분(포맷 프레이밍, format framing)과 사진이 주는 이미지에 대한 부분(캐릭터 이미지 프레이밍, character image framing)으로 나눠 살펴봤다.

신문에서 사라진 노태우



기록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이미지의 역할은 달라질 수 있다. 사진기자가 직접 대통령을 촬영한다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기자가 대통령에 대해 접근권을 갖는 것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시민이 최고지도자에 대해 접근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인에 대한 비주얼 프레이밍의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로 사진 출처(source, credit)가 있다.

한국과 북한은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라는 동일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으며 통제를 통한 최고통치자의 이미지 관리 방식은 현대까지 이어졌다. 특히 남북한 대치 상황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최고통치자의 사진은 중요한 보안 사항으로 분류돼 촬영 제한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한국에선 공무원들이 청와대에서 대통령 동정을 독점적으로 촬영해 언론에 제공하는 것이 민주화 이전 시대의 관행이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1988년 이후부터 제한적이나마 자율적으로 대통령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서울에 본사를 둔 10개의 신문사가 공동취재단을 구성해 윤번제로 대통령의 제한적 일정을 하루에 1~2개씩 촬영해 서로 공유하는 방식이다. 연합뉴스와 뉴시스 등 2개의 통신사가 별도로 촬영함으로써 평균적인 사진 출처는 3군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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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967년 김일성 유일사상체계가 확립되는 시점부터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촬영하는 전담팀이 독점적으로 촬영해 동일한 사진을 각 매체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노동신문에 게재되는 ‘본사정치보도반’이라는 전담팀이 그것인데 이 팀에서 생산하는 기사와 사진은 노동당의 검열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완벽한 통제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2월 16일 김정일 생일 축하 열병식 행사 때 북한은 AP 사진기자를 초청해 김정은의 사진을 직접 촬영해 전 세계로 전송하게 했다. 독점적 이미지 관리 방식의 변화인 듯하지만, 북한 사진기자들과 달리 외신기자들은 연단 아래에서 망원렌즈로만 김정은을 촬영할 수 있다). 남북한 최고통치자 모두 특별한 과정을 거쳐 선발된 기자단에게만 촬영 기회를 준다.

그런데 강압과 독점으로 이미지를 관리하던 방식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전두환 시대까지 언론이 자발적으로 대통령의 사진을 게재하던 관행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을 지나면서 사라졌다. 노태우 대통령은 국민의 관심 사항이 아닐 만큼 무시됐고 그러한 정서는 신문에서 대통령의 얼굴이 거의 사라진 사실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한 해의 시작인 1월 1일 빠짐없이 신문 지면에 등장하던 대통령 사진이 노태우 대통령 이후부터는 나흘이나 닷새 정도 지난 후에 게재되는 경우가 늘어난다. 이것은 더 이상 대통령이 사회의 중심이 아니며 그만큼 사회의 제도화와 분권화가 진행됐음을 의미한다.

‘추가 인원 없음’ 사진 비율

게다가 신문사가 현재의 청와대 사진취재 통제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2009년 1월 청와대 사진기자단은 청와대가 대통령 사진을 직접 찍어 언론사에 배포하는 관행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있고 매체별로 대통령 사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각 매체의 편집기자들과 사진기자들이 대통령 사진에 대해 해석권을 갖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신문 제작 과정에서 다음 날 신문에 들어갈 뉴스는 편집회의를 거쳐 논지와 편집 방향이 정해지지만 대통령 사진의 경우에는 기획 단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신문에서 대통령 사진의 게재 빈도와 사이즈는 줄어들지 않았지만, 1면에 등장하는 비율이 점점 줄어들어 기타 면에 게재되거나 지면의 상단이 아닌 하단에 게재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까지 대통령 사진이 1면에 등장하는 비율은 88.3%였지만 노태우 대통령 이후부터는 21.0%이다. 각국 지도자 사진이 신문 지면에서 어느 위치에 실리는지를 살펴보면 권력자의 위상과 언론의 자율성을 확인할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과 전두환 대통령 시절 청와대는 신문이 대통령의 사진을 많이 싣도록 직·간접적 압박을 가했고 신문들은 대통령의 사진을 관행적으로 많이 실었다. 신문의 1면 또는 주요 면에 대통령 사진이 들어가는 고정 지면이 있다는 의미로 사진기자들과 편집기자들은 ‘로열박스’라는 자조적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북한의 경우 신문과 방송에 최고통치자가 노출되는 빈도는 더욱 높은데, 노동신문은 김정은의 사진을 월 평균 30장 이상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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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욱 |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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