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대중문화 엿보기

“갇치 눈디지보” 그 이질적 매력과 독성

한국 TV 종횡무진…‘포리테이너(외국인+연예인)’ 떴다

  • 정해윤 |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갇치 눈디지보” 그 이질적 매력과 독성

2/2
‘저질스러운 고등학교’

다른 한편으로, 포리테이너의 득세는 우리 사회의 두 가지 부정적 특성도 반영한다. 첫 번째 특성은 한국이 외부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점이다. 한국인은 한국이라는 국가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평판을 너무 의식한다. 가령 한국인은 외국에서 ‘김연아’와 ‘삼성전자’를 칭찬하면 자기 일처럼 즐거워한다. 나아가 외국인에게서 한국의 자랑거리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 2012년 10월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세계적 히트를 할 때 한국의 어느 기자는 미국 국무부 정례 브리핑 자리에서 “싸이를 아느냐?”고 질문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나는 모르지만 내 딸은 알 것”이라고 답했다.

‘비정상회담’과 ‘미수다’의 한국 문화 토론은 한국인의 이 같은 평판 중시 성향에 어필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외국인 출연자들의 입을 통해 한국 사회의 우수성을 재확인하려는 ‘자아도취 심리’에 기댄다. 지금 TV에 자주 나오는 외국인 출연자들은 ‘한국인이 무슨 말을 듣기 좋아하는지 알아맞히기’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이다.

반면, 한국인은 외국인이 한국에 부정적인 말을 하면 자기 일처럼 부당하게 여긴다. 이런 말을 하면 방송에서 조용히 사라진다. ‘미수다’ 멤버였던 아키다 리에는 2010년 “독도가 어느 나라 소유인지 단정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비난을 샀다. 일본인으로서 중립적 태도를 취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과해야 했다.

미국인 스콧 버거슨은 10년 이상 한국에서 생활한 지한파다. 그는 2007년 ‘대한민국 사용후기’라는 책에서 한국을 ‘저질스러운 고등학교’로 묘사했다. 사춘기 의식 상태가 사회를 지배해 입에 발린 칭찬을 들으면 어린애처럼 좋아하고 조금만 쓴소리를 들으면 금세 토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입바른 소리를 하는 바람에 한국에서 잊히고 말았다. 이런 점들을 보면 지금의 포리테이너는 한국인을 가장 아름다운 각도에서 비춰주는 거울일 뿐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자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들을 텔레비전에 출연시켜 자국 문화를 칭찬하게 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정도에 불과하다.

전통적으로 일본 방송가와 출판계에는 ‘외국인이 바라본 일본’이 단골 소재였다. ‘미수다’도 일본 TBS 프로그램이 원조다. 알다시피, 일본은 ‘자뻑 문화’에선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나라다. ‘비정상회담’ 멤버인 일본인 타쿠야는 “일본인들이 김연아를 질투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한국인으로부터 지지를 얻었지만 많은 일본인으로부터 뭇매를 맞아야 했다. 한국 사회도 일본 사회도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본토 영어 발음에 발끈”

포리테이너의 득세에 투영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특성은 외모를 지나치게 중시하고 백인을 너무 좋아한다는 점이다. TV에 출연한 대부분의 외국인은 외모가 출중하다.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없다. 우리 방송계의 외모 지상주의가 외국인에게도 그대로 투영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비정상회담’에서 잘 나타나듯, 우리 방송계는 국가적으론 미국·유럽, 인종적으론 백인 선호 경향성을 뚜렷이 나타낸다. 이 프로그램에선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러시아, 호주, 영국 같은 미국·유럽계 백인 출연자가 여럿 나온다. 반면 세계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시아·아프리카계 유색인종 출연자는 매우 적다.

그나마 아시아계 출연자는 강대국인 중국과 일본 국민에 한정돼왔다. 제작진은 최근 이런 비판을 의식한 때문인지 네팔 출신 수잔 사키야를 합류시켰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은 백인이나 강대국 국민을 좋아하므로 이런 사람들 위주로 출연시켜야 시청률이 오른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터키인 에네스 카야는 이 프로그램의 간판 스타였으나 스캔들로 하차했다. 이 사건 역시 우리 사회의 백인 선호 경향과 맞닿아 있다. 유부남인 그는 한국 여성들과 사귀면서 이탈리아계 행세를 했다는데,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기도 했다고 한다. 터키도 유로 국가지만 그는 ‘오리지널 유럽인’이 되려 한 것 같다. ‘유럽인 행세하기’는 아랍계가 한국 여성을 유혹할 때 쓰는 전형적 수법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외국인 출연 TV 프로그램들에서 백인 여성이 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탈북자의 경우엔 정반대로 탈북여성만 주로 방송에서 소비된다.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와 ‘잘 살아 보세’, TV조선의 ‘남남북녀’ 프로그램은 모두 ‘한국남성 대 탈북여성’ 구도로 돼 있다.

이렇게 TV에서 백인 여성과 탈북 남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진화생물학자들의 짝짓기 공식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 공식에 따르면, 여성은 자신보다 한 계급 위의 남성을 짝짓기 대상으로 선택하므로 최상위 계급 여성과 최하위 계급 남성이 짝짓기에서 소외된다는 것. 우리 방송계는 백인 여성을 최상위 계급 여성으로, 탈북 남성을 최하위 계급 남성으로 인식하는지도 모른다.

이와 함께 우리 방송계는 ‘영어’를 특별히 숭배한다. 그래서 다니엘 헤니, 줄리엔 강, 데니스 오, 리키 김은 한국인-백인 혼혈로서의 이국적 외모뿐만 아니라 유창한 영어로도 점수를 딴다. 연예계 뉴스도 이런 점을 반영해 “다니엘 헤니는 네이티브 영어 실력을 앞세워 외신기자들에게 능숙하게 한류를 설명” “류승주가 남편 리키 김의 본토 영어발음에 발끈” “영어 과외선생님으로 통하는 데니스 오는 세련된 스타일로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보여주며”라고 보도한다.

‘인류학’ 뜨는 이유

이들 포리테이너는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을 저지른다. 에네스 카야의 바람기는 혀를 내두르게 했다. ‘비정상회담’의 또 다른 멤버인 중국인 장위안과 미국인 타일러는 비자 문제로 구설에 올랐다. 장위안은 유명세 덕에 중국어 교재가 베스트셀러에 올랐지만 근무하던 어학원에 무단 결강하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3’에 출연한 미국인 크리스 고라이트리는 여러 한국 여성과 성추문을 일으켰다. ‘미수다’ 멤버인 미국 여성 비앙카 모블리는 2013년 대마초 흡연으로 기소된 뒤 검찰의 출국금지 미갱신을 틈타 미국으로 달아났다.

선진국에선 예외 없이 ‘인류학’이 발달해 있다. 선진국일수록 ‘제3세계 갑남을녀’에게로 눈길을 돌린다는 이야기다. 반면 우리 방송계는 백인, 힘센 나라 국민, 미인에게만 관심을 둔다. 포리테이너 현상의 어두운 일면이다.

신동아 2015년 6월호

2/2
정해윤 |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목록 닫기

“갇치 눈디지보” 그 이질적 매력과 독성

댓글 창 닫기

2021/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