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 지지에도 불구하고 대선에서 패한 문재인 대표는 산적한 난제를 극복하고 차기 대권을 잡을 수 있을까.
“노무현 정부 시절, 성완종 회장 사면·복권에 직접 개입했습니까?”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건 법무부 소관이죠. 그걸 묻기 전에 친박 측근들이 돈 받은 게 우선 조사돼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내가 뭐 잘못했는데?’ ‘너나 잘해’라는 식의 표정과 말투로 느껴지는 그의 동문서답은 이후에도 한참 이어졌다. 새누리당은 이를 두고 ‘발뺌하고 변명한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식’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당당한 사람이었는데 문 대표는 변명으로 일관한다”(이진복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노 전 대통령과 견주어 문 대표를 비판하는 건 꽤 효과적인 전술이었다. 종합편성채널에서도 여러 보수 패널이 이 모듈을 가지고 문재인을 공격했다. 빌미를 준 것이다.
이 장면은 계란 투척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노무현은 세 차례 계란 투척을 당했다. 그중에서도 농민대회에서 얼굴에 계란을 맞고도 끝까지 연설을 이어간 장면은 많은 국민에게 ‘당당한 노무현’으로 어필했다. 그는 “정치인은 (이렇게) 좀 맞아줘야 민심을 달랜다”는 나름의 담대함을 기반으로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나는 문재인을 내 친구로 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노무현이 없었다면 정치판에 뛰어들지 않았을 문재인에게 겹쳐지는 얼굴이기도 하다.
그런 노무현도 퇴임 후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갈 때 버스 창문으로 날아든 계란 세례엔 적잖이 당황했다. 문재인은 그런 곤혹스러움을 물려받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기 전의 그 당당하던 얼굴이 아닐까.
문 대표가 광주 방문 때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했다는 데 대한 논란도 있었다. 알려진 바로는, 광주공항에서 천정배 의원 지지자 20여 명이 항의시위를 한 건 사실이며 문 대표가 VIP 통로로 공항을 빠져나간 것은 사실인 듯하다. 이 장면이 또 한 번 노무현과 대비된다. 별것 아닌 듯하지만 이런 사소한 행동 패턴에서 사람과 역량에 대한 평가가 내려진다. 이미지 관리가 제대로 되질 않고 있다. 18대 대선에서도 그랬지만 그 후에도 마찬가지다.
#2 ‘서울의 광주’라 불리는 관악구는 4·29 재·보궐선거의 최대 격전지였다. 선거 직전 금요일인 4월 24일 저녁 문재인 대표는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그 지역 중심부인 신림사거리 식당가를 돌면서 이른바 ‘불금우락’(불타는 금요일 동무와 함께(友樂))의 전략적 선거운동을 하는 중이었다. 다음은 어느 식당의 풍경이다.
식당에 들어선 정태호 후보가 먼저 외친다.
“문재인 대표 오셨습니다. 여러분! 인사들 나누시죠!”
문재인이 테이블을 돌면서 인사한다. 어떤 이는 족발이나 수육 등을 쌈에 싸서 드시라 권하기도 한다. 문 대표가 이를 넙죽 받아먹자 좋아라 서로 웃는다. 인사가 대충 끝나자 다시 정태호 후보가 외친다.
“자! 문 대표님과 사진 찍으실 분은 밖으로 나오세요!”
배우 문재인이 주인공이고 정태호는 감독 노릇을 했는지 코디 노릇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장면에서 관악을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정태호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