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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 다 할 수도 아무것도 안 할 수도

대한민국 국무총리실

  • 이상훈 |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January@donga.com

모든 것 다 할 수도 아무것도 안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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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무총리실은 법적으로는 정부 각 부처를 통할하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하는 것도 없고, 안 하는 것도 없는 조직’이란 오명이 따르기도 한다. 지금 대한민국 국무총리실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모든 것 다 할 수도 아무것도 안 할 수도
5월 1일 정부세종청사. 근로자의 날을 맞아 연휴 첫날을 즐긴 사기업 직원들과 달리 공무원들은 ‘빨간 날’(공식 휴무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평소와 다름없이 모두 출근해 정상 업무에 임했다. 특히 세종청사 1동에 자리한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이하 국무총리실)은 어느 때보다 바쁘게 돌아갔다. 총리실 수장인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이완구 전 국무총리 퇴임 후 처음으로 세종청사에서 비상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했기 때문이다.

“총리가 안 계시다고 흐트러지면 안 됩니다. 직원들은 긴장감을 갖고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를 책임감 있게 챙겨야 합니다.”

총리가 공석인 데다 총리 직무대행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해외 출장을 떠나면서 국무조정실장이 주요 현안 챙기기에 적극 나섰다.

차관급 3명, 1급 10명

국무총리실 국장급 이상 간부 전원이 참석한 이날 회의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연휴 직후인 5월 6일 열릴 규제개혁장관회의 준비 상황에서부터 공무원 연금개혁 등 주요 민생입법 추진 상황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중점적으로 챙기고 있는 국정 현황이 대부분 다뤄졌다. 회의 종료 직후 총리실 공보 담당자들은 출입기자들에게 일제히 전화를 돌렸다.



“오늘 비상 간부회의 열린 것 아시죠? 잘 다뤄주세요. 이럴 때일수록 빈틈없이 국정 챙기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려야지요….”

하지만 정작 바깥에 알려진 것과 총리실 내부의 분위기는 다소 달랐다. 이날 오후 기자가 총리실의 한 간부를 만나 “오늘 회의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겠다”라고 인사를 건네자 “다 아시면서…”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국정을 챙기는 것, 중요하죠. 그런데 우리가 오늘 비상회의를 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이 과연 있을까요. 이곳 세종청사에서 총리실이 개최한 회의에 관심을 갖는 공무원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아이고, 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했네. 그냥 못 들은 걸로 해주소.”

이 간부의 토로는 오늘날 총리실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총리실의 또 다른 국장급 관료는 “총리 낙마를 여러 번 겪다보니 이제는 이런 현실이 익숙하고 담담하다”는 말로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총리 없는 총리실은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총리라는 자리가 개그 프로그램의 소재로 전락한 현실을 총리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국무총리의 직무를 보좌’ ‘각 중앙행정기관의 지휘·감독’ ‘사회위험·갈등·현안과제의 관리’. 2013년 개정된 대통령령 제24429호에 규정된 국무조정실의 업무 범위다. 법적으로는 정부 각 부처를 통할하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았다.

행정부를 통할하는 조직답게 총리실은 정부 내 어떤 조직보다 직원들의 ‘급수’가 높다.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 밑에 차관급이 3명(국무 1·2차장, 국무총리비서실장)이다. 청와대를 제외하면 정부 조직 중 차관급이 3명 있는 조직은 총리실이 유일하다. 정원은 235명으로 기획재정부(970명)의 3분의 1에도 한참 못 미치지만 1급 고위 공무원만 10명에 달한다. 예산과 세제를 다루는 ‘막강 파워’ 기재부의 1급이 6명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총리실의 ‘급’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다. 정원 2만 명의 국세청엔 1급이 고작 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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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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