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을 ‘안철수 지지자’라고 밝힌 김씨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정치인에게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는데…(그런 게 없다)”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새누리당은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홍준표 경남지사를 수사받도록 하는 것을 보면 공당(公黨)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여당 편을 들었다. 그러다보니 “새누리당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도 사라지는 것 같다”는 것이다.
양동시장 건어물 가게 주인 강모(53) 씨의 반응은 더 심드렁했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욕도 하고 싶지 않지만 좋아하지도 않는다. 왜 묻는 거냐”며 면박을 줬다. 그는 “결국 공천을 잘못해서 진 것 아니겠느냐”면서 새정치연합이 공천한 조영택 후보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털어놨다.
18대(2008~2012) 국회 때 조 후보는 양동시장을 포함한 지역구인 광주 서갑 통합민주당 국회의원이었다. 강씨는 당시 조 의원이 부적절한 일부 인사를 대동하고 다니면서 시장 상인들로부터 권위나 사람 보는 안목이 없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런 인사를 후보로 내세운 새정치연합에 대해 지역 민심이 좋을 리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黨이라도 찍어야지”

5월 4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재보선 이후 첫 광주 방문을 앞두고 광주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광주의 또 다른 재래시장인 동구 학동 남광주시장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 상인 박모(68) 씨는 “광주 동구 사람들이 그렇게 지지해줬는데 새정치연합은 뭘 해줬나. 밥을 먹여줬나, 장사라도 잘되게 해줬나. 덕을 본 게 하나도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박씨는 “박찬종 씨가 방송에서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를 정리해야 호남이 산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동감했다”면서 “이번 광주 선거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당선된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아예 선거판을 새로 짜 무소속이나 전남 순천·곡성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같은 인물을 많이 뽑아야 한다. 지역이 발전하고 잘살게 된다면 박근혜당(黨)이라도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 입구에서 노점을 하는 김모(54) 씨는 “아직 광주에는 새정치연합 팬이 많다. 조금 실망스럽긴 하지만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쏴야 할 것 아니냐”면서 여전히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김씨와 같은 사람은 소수다.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택시기사들은 새정치연합보다 문재인 대표에 대해 더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택시기사 조모(53) 씨의 이야기다.
“50~60대 택시 승객 상당수가 문 대표를 욕한다. 문 대표가 노무현 정부 임기 말 마지막 비서실장을 할 때 공직에 있는 호남 인사들이 좌천을 많이 당했다면서 분통을 터뜨리더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별다른 비판이 없는데, 화살이 다 문 대표에게 가는 것 같다.”
최근 인천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다녀왔다는 조씨는 “수도권으로 올라간 호남 출신 40~60대 사이에 문 대표에 대한 비판적인 정서가 광범위하게 퍼져 문 대표의 정치 행보에 두고두고 장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4월 30일부터 이틀 동안 광주시민 100명을 상대로 심층 면접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광주시민 100명 중 59명은 대선 후보로 문재인 대표가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다. 문 대표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한 시민은 34명이고, 나머지 7명은 답변을 유보했다.
광주 동구 예술의 거리에서 화방을 하는 김모(64) 씨는 “문 대표와 친노를 믿지 못하겠다. 호남정치를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와 분리하는 것이 살길”이라고 주장했다. 대인시장에서 건어물을 파는 제모(72) 씨 등 시장 상인들도 “친노 때문에 호남 정치가 위기를 맞았다. 새정치연합은 계파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 세력이 독주해서는 야당이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렵고 결국 정권교체도 쉽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