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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르포 Ⅱ

“새정치? 전략도 없이 ‘뜬구름’만 잡으니 원…”

‘친노 심판’ 광주 민심

  • 이형주 |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peneye09@donga.com

“새정치? 전략도 없이 ‘뜬구름’만 잡으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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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친노 못 믿는다”

그렇다면 광주의 민심이 새정치연합에 등 돌린 이유는 뭘까. 면접조사에 참여한 100명 중 44명이 ‘전략과 정책 부재’라고 답했고, 21명은 ‘공천 실패’, 20명은 ‘친노의 호남 홀대’, 5명은 ‘야권 분열’을 꼽았다.

광주 서구에서 노점상을 하는 나모(55) 씨는 “새정치연합의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노점상 서모(52) 씨는 “호남 민심이 변했는데 새정치연합만 모르고 있다”고 질타했다.

새정치연합에 그나마 우호적인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비판 수위가 높아졌다. 4월 30일 전남대에서 만난, 자칭 ‘진보 성향’의 대학생 최재민(23) 씨는 복지정책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정치연합 주장이 격돌했는데 나중에 보니 대통령 말이 맞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남대생 김모(23·2학년) 씨 역시 “새정치연합은 정권 심판론 같은 뜬구름 구호만 외친다. 공당으로서 정책적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정치 자체에 불신과 혐오감을 나타내는 젊은이도 적지 않다. 5월 9일 야시장이 열린 광주 동구 대인시장에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탐방객과 상인 1만여 명이 몰렸다. 친구들과 막걸리를 마시던 노모(30) 씨는 “새누리당은 정서적으로 맞지 않고 새정치연합은 무능해 싫다”고 말했고, 공예품을 팔던 이모(31·여) 씨는 “아버지가 ‘그 정당이 그 정당’이라는 말을 자주하셔서 그런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싸늘한 민심 “호남이 봉이냐”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새정치연합에 대한 평가에 ‘신중론’을 편다. 정용화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대표는 “광주 시민들이 새정치연합에 회초리를 든 것이지,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광주 재보선 결과는 새정치연합이 정신을 차려 변화와 혁신을 해 내년 총선에서 잘 대처하라는 경고”라고 해석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당선 직후 제시한 ‘뉴 DJ신당론’에 대해선 회의적인 견해가 많다. 심층조사 결과, 시민 100명 가운데 62명이 부정적이었다. ‘뉴 DJ신당론’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 사람은 23명에 그쳤다. 광주지역 한 시민단체 간사인 강모(35) 씨는 “공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인력,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홀로 정치를 하던 천정배 의원 스타일로는 정당을 만든다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표는 5월 4일 광주 서을 재보선 참패를 인정하고 시민들에게 사과한다며 지역을 찾았다. 하지만 광주공항에서부터 싸늘한 호남 민심과 맞닥뜨렸다. 호남 지역민 20여 명은 이날 오후 광주공항에서 ‘문재인은 더 이상 호남 민심을 우롱하지 말라’ ‘호남을 우습게보지 말라’ ‘호남이 봉이냐’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현재 새정치연합 당원이며 한때 광주시당 간부를 지낸 이들도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에서는 문 대표 측 관계자가 당시 경찰에 신변보호에 필요한 경찰병력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말이 나돌면서 여론이 더 악화됐다. 당시 기자회견을 진행한 김범태(62) 득량만환경보전회장은 “진정성 없이 광주를 방문한 문 대표보다 한번 광주를 방문해 적당히 어루만지면 될 것이라고 판단한 친노가 더 문제”라면서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에서 ‘호남인들이 우리를 찍을 수밖에 없다’고 착각하는 것 같은데, 문 대표 체제에서는 호남 민심의 이탈이 더 가속화할 것이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쓴소리’ 정치학자 오승용 교수

“새정연, 안 바뀌면 내년에 대패할 것”


“새정치? 전략도 없이 ‘뜬구름’만 잡으니 원…”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소독약 바르고 버티는 꼴입니다.”

4·29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새정치연합 지도부와 문재인 대표에 대한 오승용(45·정치학·사진)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의 평가다. 한마디로 치유 불능 상태로 악화된다는 이야기다. 오 교수는 야당, 특히 새정치연합에 쓴소리를 많이 하는 대표적인 지역 정치학자다. 그는 “새정치연합 지도부와 문 대표가 4·29 재보선에 참패했지만 혁신을 하지 않고 대충 넘어가려다 야당을 봉숭아학당으로 만들었다”고 비꼬았다. 이 같은 안이한 대처로 결국 수술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오 교수는 특히 문 대표의 리더십을 맹렬하게 비판했다. 재보선 참패 이후 당 체질을 변화시키지 못한 것은 리더십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 대표가 대안으로 내놓은 ‘원탁회의’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평가를 내놨다. “비공식 기구인 원탁회의를 가동한 것은 계파 조율을 위해 공식 기구인 최고위원회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는 지적.

오 교수는 최근 새정치연합 상황에 대해 “호남 유권자에게 새누리당을 선택하게 하거나 아예 정치 무관심을 불러올 수 있는 최악의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새정치연합이 이번 재보선에서 참패한 원인으로 △공천개혁 실패 △전략 부재 △문 대표의 통합 리더십 실종,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조영택 후보가 공천된 데는 광주지역 새정치연합 국회의원들의 암묵적 담합이 작용했다고 봤다. 조 후보 공천은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 후보였던 윤장현 시장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것에 대한 보답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결국 조 후보 공천은 기득권 정치의 산물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그의 평가다.

오 교수는 “새정치연합은 유권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공천을 해놓고 절차적으로 투명하다는 논리만 펴는 ‘유체 이탈’을 했다”면서 “공천 실패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정치적 흠집조차 건들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천 의원은 서울 송파을, 광주 광산을, 광주 서구을 3개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을의 남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오 교수는 또 새정치연합이 아무런 선거 전략도 없이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광주시민을 ‛협박’한 게 부작용을 초래했고, 문 대표의 통합 리더십이 부족했던 것도 재보선 참패를 빚었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이번 재보선은 호남 유권자들이 새정치연합에 징벌적 선거를 한 것”이라면서 “새정치연합이 공천 혁신, 계파를 초월한 통합, 정치개혁을 이뤄야만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만약 그러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호남 유권자들이 지지를 철회해 대패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동아 201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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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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