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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플레이로 경쟁자 제거? 연예특종으로 정치이슈 덮기?

‘장동민 사건’으로 본 연예계 음모론 논란

  • 정해윤 | 미디어 평론가 kinstinct1@naver.com

언론 플레이로 경쟁자 제거? 연예특종으로 정치이슈 덮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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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예계도 음모론에서 예외는 아닌 듯하다. 유명 연예인의 위상은 웬만한 장관, 국회의원 이상이다. 누가 뜨고 지느냐에 따라 거액이 오간다. 이런 곳에선 사람들의 욕망과 욕망이 충돌하기 마련. 언론의 관심도 크다. 음모가 배양되기 쉬운 환경이다.
언론 플레이로 경쟁자 제거? 연예특종으로 정치이슈 덮기?

장동민(왼쪽)이 4월 28일 막말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개그맨 장동민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다. TV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는 사람은 장동민을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알게 모르게 상당한 입지를 다져왔다. 공중파 TV와 케이블 방송을 넘나들며 승승장구했다. ‘그쪽 세계’에선 유재석, 강호동, 김구라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혔다. 그런 그가 갑자기 위기에 몰렸다. 과거 팟캐스트에서 한 발언이 화근이었다. 1년여 전 그가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에서 말한 요지는 이러하다.

“여자들은 멍청해서 남자한테 안돼. 아냐, 진짜로 멍청해. × 같은 년.”

(자신의 코디네이터를 향해) “만약 내일 아침에 우리 집에 6시까지 오는데 넘었다. 그럼 우리 집에 오지 말고 전화기 꺼놓고 자살해. 그럼 내가 용서해줄게…망치로 대가리부터 내장을….”

“오줌 먹는 동호회가 있어. 동호회. 그래서 옛날에 삼풍백화점 무너졌을 때 21일 만에 구출된 여자도 다 오줌 먹고 살았잖아. 이 여자가 창시자야.”

까마귀 날자 배 떨어져



문제의 발언이 알려진 시기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MBC TV ‘무한도전’이 새 멤버를 공개 선출하던 무렵이다. 장동민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켜 하차한 노홍철의 빈자리를 채우는 무한도전의 ‘식스맨 프로젝트’에 출연 중이었다. 그가 무한도전의 여섯 번째 멤버로 낙점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높은 시청률을 올리는 프로그램의 고정 멤버가 되는 것은 연예인에겐 인기와 부를 얻을 절호의 기회다. 바로 이때 그의 1년 전 묵은 발언이 이슈화한 것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다. 이후 장동민은 공개 사과했고 무한도전에서도 하차했다.

일각에선 음모론을 제기한다. “장동민과 경쟁관계에 있는 누군가가 장동민의 과거 발언을 끄집어내 언론에 ‘토스’ 해 준 것 아니냐. 이런 언론 플레이로 장동민이 무한도전 새 멤버가 되는 것을 막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중문화평론가 배철기 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장동민이 무한도전의 강력한 후보로 뽑히자 언론매체들이 그의 과거 발언을 부각했다. 몇몇은 ‘이처럼 장동민의 과거 발언이 부각되는 데는 특정 세력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란 주장을 편다. 이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다. 실제로 무한도전식스맨 선정을 두고 여러 세력 간 알력 다툼이 공공연히 빚어진 게 사실이다. 몇몇 언론이 누군가를 지나치게 공격한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 특정 언론이 너무하다고 느낄 정도로 누군가를 밀어준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기자는 장동민의 발언을 전하는 기사를 인터넷 매체에 처음으로 올렸다. 그런데 이 기자는 이 기사와는 별개로 문제의 발언 장면을 유튜브에도 올렸다. 나아가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링크를 걸었다고 한다. 이 기자가 유튜브와 오늘의 유머에 올린 시점은 그가 가입한 시점이라고 한다. 그는 오늘의 유머에 같은 내용을 세 번이나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논란에 불을 지피려는 의도로 읽힌다. 장동민 논란이 일반인에 의해 우연히 자연발화한 게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물론 장동민의 발언 내용은 비난받을 만하다. 개그맨도 공인이므로 여성이나 코디네이터, 대형 참사의 피해자 같은 사회적 약자를 모욕하는 그런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 퇴출 운동이 벌어져도 당사자는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장동민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점과 한참 지난 시점에 갑자기 이슈로 불거져 장동민을 유명 프로그램에서 낙마시켰다는 점은 별개의 문제다. 일각에선 후자와 관련해 음모론이 나올 만하다고 본다.

장동민 발언 논란은 2012년 김용민 발언 논란과 유사하다. 2012년 4월 총선 직전 ‘나꼼수’ 멤버이자 서울 노원갑 야권 통합 후보인 김용민 후보의 과거 발언이 폭로됐다. “유영철을 풀어 부시, 럼스펠드, 라이스를 ××해 가지고 죽이는 거예요”라는 발언이었다. 거론된 사람들은 미국 대통령, 국방장관,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인물이며 ××는 성폭행을 암시하는 표현이었다. 나꼼수는 연예인급 인기를 누린 팟캐스트 모임이었다. 발언이 공개되면서 일파만파의 파장이 일었다. 김용민의 낙선은 물론 야당이 총선에 패배하는 데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김용민의 발언 자체는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망언이다. 그런데 김용민이 야당 후보로서 총선 선거운동을 하던 바로 그 시점에 그의 과거 발언이 폭로된 것이 과연 우연일까. 이 점에서 장동민 발언 논란과 김용민 발언 논란은 비슷한 유형의 음모론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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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윤 | 미디어 평론가 kinstinc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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